찔레꽃 필 때

2021-05-20     문인선
문인선

 

 

 





담장에 흐드러진 찔레꽃 보는 것은

동무하고 놀던 아이 해거름

집으로 돌아가는 그리움 같은 것



내 어릴 적 우리 집 찔레꽃도

울 언니 첫사랑만큼이나 붉었었지



담 너머 옆 집 용이

눈만 뜨면 내게 놀러왔던

장미꽃 꺾어주면

그 아일 사랑해야 되는 줄 알아

그 많은 장미꽃 한 송이 꺾어주지 않았다



시집은 멀리 가야 잘 산다는

뒷집 할머니 말씀 속으로 숨겨 듣고

커서도 기어이 먼 곳으로 시집 온 나



우리 집 옆집 그 용이는 어디서 살고 있을까



나를 좋아하던 그 아이

내게 올 때는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코를 닦아서

코밑이 발갛던 그 아이

찔레꽃이 피듯

무더기무더기 그립다



시인 약력



- 시인ㆍ시낭송가

- 문학평론가

- 경성대 시창작아카데미 교수

- 교육청연수원 강사

- 전 평화방송목요시 담당

- 한국문협중앙위원

- 시집 `천리향` `애인이 생겼다` 외 다수ㆍ동인지 다수



장미꽃의 계절이다. 담이나 울을 따라 피어 있는 빨간 찔레꽃을 보면 마당 넓은 우리 집, 내 유년이 그립다. 시골의 우리 집은 유달리 담이 길었다. 그 긴 담을 따라 빨간 덩굴장미가 피어서는 날마다 아이들을 불러 모았었지. 그때는 아무리 담이 길어도 대문은 늘 열려있었지. 그때 그 동무들은 다 어디서 살고 있는지 모두가 그리운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