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석장에서

2021-05-13     이승익
이승익

 

 

 

 

 

 

 





광기로 돌들을 쪼갠다

쪼개진 돌들에선 눈물 같은 흙먼지

뭉어리지며 하늘로 피어 오른다



덥수룩한 모습, 까만 눈이 유난히 빛나고

포크레인 운전석 운전기사는 마치 자신이

B52 폭격기 조종사나 된 듯

최고의 R.P.M을 작동하며 돌들을 쪼아 된다



한 덩이씩 떠올려지는 돌덩이

기나긴 동면을 끝마치고 마침내

세상 밖 알몸으로 태어난다



영원히 땅속에 묻혀 깊은 잠

취하든 그 큰 만 근의 몸뚱아리도

한 갓 인간이 손끝으로 두둘겨 맞춘

뭉퉁한 쇠붙이로 산산이 부서진다



둔탁한 소리 지르며 공중 곡예 하듯

땅위에 차곡 차곡 정열한다



어데로 떠날지 모르면서……



시인 약력



- 아호. 죽범竹凡 (서예가 素菴 현중화 선생 작호)

-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 출생

- 2001년 12월 월간 `한맥문학` 신인상 수상 등단

- 성산포문학회 창립 초대회장 역임

- 서귀포문협 부회장 지냄

- 서귀포문화원 이사(현)

- 2020년 한울문학 <언론문학대상> 수상

- 시집 : 우성강 연가, 바다의 집



채석장에 가면 마치 새가 쪼듯 돌을 캔다.

사람의 손으로 다듬은 돌덩이 한 개 작품이 되어 나타난다. 이렇게 하여 완성된 돌덩이는 무작정 사람을 기다린다. 시와 다를 바 없다.

-안태봉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