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듬, 美 문학 번역상 2관왕 수상

2020-10-21     이대근 기자
미국

번역협 시상 이래 최초

수상 시집 `히스테리아`



김이듬 시인은 지난 15일 미국 문학번역가협회가 주관하는 온라인 콘퍼런스에서 `전미번역상`과 `루시엔 스트릭 번역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한 해에 같은 작품이 2개 이상의 상을 받은 것은 미국 문학번역가협회 문학상 시상 이래 처음이다.

전미번역상은 1998년 제정된 권위 있는 상으로 미국에서 출간된 시와 산문을 대상으로 한다. 김이듬 시인의 `히스테리아`는 2014년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 후 지난해 제이크 레빈, 서소은, 최혜지 씨의 번역으로 미국 액션 북스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한국문학 작품이 전미번역상을 수상한 것은 `히스테리아`가 처음이다.

심사위원단은 "`히스테리아`는 의도적으로 과도하고 비이성적인 시들로 구성된 흥미롭고 놀라운 작품이다"며 "민족주의, 서정주의, 사회적 규범에 저항하면서 한국 여성 시학의 계보를 잇는다"고 평가했다.

김이듬 시인은 진주에서 태어나 부산대 독문학과를 나와 경상대 석사ㆍ박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 `포에지`로 등단해 시집 `별 모양의 얼룩`, `명랑하라 팜 파탈`, `말할 수 없는 애인`과 장편소설 `블러드 시스터즈`를 발간했다. 시집 `명랑하라 팜 파탈`과 장편소설 `블러드 시스터즈`는 `히스테리아`와 더불어 한국문학번역원의 지원으로 번역 출간된 바 있다.

김이듬의 시는 여성, 미혼모, 장애인, 동성애자, 정신질환자 등 사회적 소수자들의 울분을 대변해 왔다는 평을 받고 있다.

김 시인은 "수많은 분의 애정어린 관심과 드러내지 않는 도움 속에서 만들어진 이번 수상이 저는 놀라운 사건으로 본다"며 "사랑하는 한국 여성 시인 선배님들이 계셨기에 예쁘고 우아하며 지적, 윤리적인 척하는 시에 매혹되지 않았다. 그분들이 길을 열어주셨던 걸 깨닫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