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동창회

2019-12-22     최선숙
최선숙

봉우리감 익어가는 소리가

낮은 담장 넘어오는 가을 허리

가슴에 무명 손수건 달고 달리던

그때

그 아이들이

추억을 끼니처럼 되새기는 노년이 되어

길게 공들인 세월 앞에 모였다



뒤뚱거리던 인생도

떠메고 달리던 과거도

마알간 가을볕에 널어두고

늙은 이야기꾼들이 되어

그 나이 적 꾸던 꿈을 꺼내면

장마철 계곡물처럼 추억이 쏟아진다



설친 잠 무거워 건들거리는 가을 아침

하룻밤 새 유년이 되어버린 늙은 아이들



정맥이 푸른 산맥을 이루는

마른 손을 잡고 작아져 버린

교실에 앉아

우리는 내일 만날 것처럼 헤어졌다



<서평>

마음속에 있는 고향을 그리듯 유년의 생각은 항시 새롭다. 끼리끼리 만남 지속성이 있고 은유서정의 멋을 더했다. <안태봉 시인>



〈시인약력〉

- 부산 출생

- 『詩와 수필』등단

- 신서정문학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