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오르간 발건반을 짚으며

2018-01-11     은 종


오르기를 반복한다고 숨이 가빠 오는 것은 아니다

내리막길을 치달을 때 푹 주저앉을 일은 더더욱 아니다



살다가 한숨 쉴 일이 있거든

오선지 위, 음표가 되어 보아라



슬픔의 곡조를 넘나드는 것처럼

굴곡진 리듬을 흘려 보낸 일이 있는가

한 음 한 음 끌어올리는 깊이만큼

엎드려 낮은 데로 임해 본 적이 있는가



앉은 자리에서 그대의 불거진 등뼈를 지나칠 수 없는 이유는

마디마디 고통이 박혀 있기 때문이다



지그시 발끝으로 누를수록 둔중한 기억을 벗어나려

도약 음으로 훌쩍 뛰어 보는데



오르락내리락 걸어온 보폭만큼

내 등이 묵직하다



시인 약력



ㆍ함안 출생

ㆍ창원대 독어독문학과

ㆍ독서치료 프로그램 개발 독서지도ㆍ심리상담사로 활동

ㆍ시집 ‘식탁에 앉은 밭이랑’(2016년) 발간

ㆍ시집 ‘물방울 위를 걷다’(2017년)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