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학대와 신 고려장
2017-08-06 정영애
이처럼 어려운 국가재정 상황을 고려할 때 노인복지재원의 확충전망은 결코 밝지가 않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치매 환자 수는 45만 9천명으로 지난 5년간 56%나 급증했으며, 이에 소요된 예산도 1조 6천300억 원에 이른다. 최근 무연고자 사망-고독사가 사회문제화되고 있다. 1인 가구의 증가에 따른 문제로 지난 2015년 1인 가구 비율이 27.2%였으나 통계청의 장래가구추계에 의하면 오는 2045년에는 70세가 넘는 홀몸노인이 전체 1인 가구의 40%(809만 8천가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얼마 전 노인 빈곤으로 부산에서만 1일 27명이 고독사하는 것으로 신문에 보도됐다. 이런 1인 가구의 급증으로 나타나는 사회적 병리 현상은 참으로 비극적이다. 소위 현대판 신 고려장이 힁행해 노부모를 해외에 버리고 오는 패륜 자식 이야기가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다. 치매에 걸린 80대 노부모를 필리핀의 모텔에 유기하고 형제들에게 거짓 부고를 한 후 장례비를 챙긴 자식이 있는가 하면, 명문대를 졸업한 60대 후반 노인이 외동딸을 따라 미국에 이민을 가서 치매에 걸리자 의료보호제도가 취약한 미국에서 진료비를 감당 못 해 명찰을 달아 한국행 비행기에 실어 보낸 사건도 보도됐다. 신 고려장의 전형이다. 어디 이뿐이랴. 부모를 방기해 고독사한 노인의 장례를 가족들에게 요청했으나 아무도 할 수 없다고 관청에 떠넘기는 파렴치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다. 죽은 사람이 남긴 유산이라도 있었다면 그랬겠는가. 그리고 요즘 자식이 부모에게 폭력을 행사하며 행패를 부리는 노인학대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어찌해 우리나라가 경로효친지국에서 노인패륜지국으로 타락하는 지경에 까지 이르게 됐는지 통탄할 일이다. 장수가 축복이 아니라 저주의 시대가 된 느낌이 든다.
애견인구가 1천만 명을 넘어서서 펫 푸드, 펫 파크, 펫 시티가 산업계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강아지 한 마리 관리비가 한 달에 20~100만 원에 달하는 시대에 강아지만도 못한 취급을 받는 노인에 대한 패륜 행위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조사에 의하면 노부모에게 매달 정기적으로 용돈을 보내는 자식이 10% 미만이라고 한다. 강아지한테 드는 돈은 아깝지 않고 부모에게 주는 용돈은 아깝다니, 해도 너무하는 게 아닌가. 자기들도 다 나이 들면 노인이 될 터인데 그때 그런 취급 받으면 어떤 기분이 들까. 각자 상상에 맡긴다. 아무튼 매년 증가하는 노인 학대와 방임, 유기사건은 갈수록 늘어나 지난 2006년 2천274건에서 2015년 3천818건으로 67.9%가 늘어났다. 이것은 신고된 건수이고 미신고 된 건수가 몇 배 더 많을 것이다. 우리도 중국처럼 효도 법을 강화해 부모를 학대하거나 방기하면 처벌받게 하는 묘수를 써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제 우리 모두가 노인의 고독사는 자연사가 아닌 사회적 죽음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이런 사태는 복지제도가 깡그리 망가진 곳에서 생겨나므로 국가적인 차원에서 노인복지, 특히 독거노인 문제에 대한 사각지대 해소 대책이 시급히 강구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