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카(VUCA) 시대
2017-02-05 이광수
최근 좋은 외화를 감상할 기회가 있었다. 가끔 들리는 영화관에서 ‘라라랜드’라는 영화의 광고전단지를 보고 티켓을 끊었다. 극장 안은 젊은 관객들로 가득했다. 라라랜드(LALA LAND)는 할리우드가 있는 로스엔젤레스를 뜻한다. 할리우드는 꿈과 환상의 세계로서 라라랜드는 비현실적인 세계에 대한 은유적 표현이다. 재즈가수 세바스찬( 라이언 고슬링 분)과 영화배우 지망생 미아(엠마 스톤 분)의 사랑과 좌절, 그리고 열정을 그린 이 영화는 앞에서 언급한 뷰카 시대의 상황과 잘 맞아 떨어진다. 가난한 예술인들의 미래는 불확실성, 불안정성, 변동성, 모호성으로 가득 차 있다. 미래가 확실하게 담보되지 않지만 그 미래를 향해 도전하는 꿈을 잃지 않도록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서로 격려한다. 세바스찬은 그가 열망한 재즈의 꿈을 미아에 대한 사랑으로 이룩하지만 끝내 두 사람은 하나로 맺어지지 않는다. 이런 결말이 영화의 뒷맛을 아쉽게는 했지만 세바스찬의 공연장에서 두 사람이 나눈 마지막 눈인사는 짙은 여운을 남긴다. 세바스찬이 “그냥 흘러가는 대로 가보자”라고 말한 것은 “함께 가자”라고 말할 수 없을 만큼 자신의 미래에 대한 성공의 담보가 불확실했기 때문이다. 오늘을 사는 청춘들이 N포세대, 혼밥세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시대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불안한 시대상을 함축적으로 적시하는 뷰카 현상을 리얼하게 그려낸 이 영화는 골든 글로버상 7개 부문을 수상했으며 내달 열리는 아카데미상 1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다.
국내외적으로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불안과 불확실성이 점증하는 뷰카 시대를 맞아 이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가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