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신공항 밀양유치를 반대하며

2016-05-30     김은아
 영남권 신공항 밀양입지선정 반대 기자회견을 위해 시청을 들어섰다. 기자회견 시간까지 몇 분의 여유가 있어 회견장 밖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데 “윙~~” 하는 비행기 기체의 소음이 대화를 단절시켰다. 김해공항에서 시청까지의 거리가 한참 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비행기 기체의 소음이 우리가 공항 가까이 살고 있음을 인지시켜 준다.

 몇몇 사람들은 그런다. 공항이 인근 지역에 들어서면 김해에도 편의시설과 관광객 증가 등의 경제적으로 도움 되는 부분이 많을 텐데 왜 반대를 하느냐고….

 나는 지난 2002년 중국 민항기 추락사고가 있었던 김해 돗대산 바로 앞 아파트에 살고 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 사이로 부상자와 시신들이 들 것에 실려 내려오는 그 날의 참혹했던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이런 기억은 그날 구조대원을 도와 봉사했던 사람들이 모두 가지고 있을 것이다. 사고현장 주변의 나무들은 비행기 동체에 어스러져 형체를 알 수 없었다. 나는 한동안 자주 다니던 그 등산로를 오르지 못했다. 2~3년이 지난 후 그곳을 갔을 때에도 매캐한 사고의 냄새는 가시지 않았었다. 그 이후 비행기가 착륙을 하기 위해 아파트 근처로 선회하며 다가오면 ‘혹시나’ 하는 염려를 종종 하게 된다.

 2011년 동남권 신공항 입지 평가 자료집에 따르면 밀양에 공항을 짓기 위해서는 약 27개의 산봉우리를 절취해야하고 그 중 19개가 김해에 해당된다고 한다. 공사기간 동안 소음과 진동으로 인한 인근 주민들의 피해는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 답답하다. 마을 앞으로 매일 수 백 대의 덤프트럭이 먼지를 날리며 흙을 실어 나를 것이고 중장비가 마을 인근을 점령할 것이며, 집중호우가 많은 여름에는 산사태의 위험이 높은데 어떻게 감수할 수 있을 것인지….

 비행기가 공항 인근 마을 선회할 때 발생하는 소음은 사람들의 일상적인 대화마저 어렵게 만든다. 그런 소음이 매일, 24시간 내 주변에서 들린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 김해공항과 김포공항 주변을 보면 고물상과 노후건물, 폐가만 즐비하다. 항공기 소음으로 인한 고통과 불편, 고도제한으로 인한 재산권 침해와 불편으로 사람들이 살 수 없게 된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논리를 앞세워 시민들의 생존권과 자연환경 훼손의 문제에 정부와 지자체는 눈을 감고 있다.

 한국이 그리 넓은 땅은 아니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KTX로 2시간 반이면 갈 수 있고 국내비행기로 이동거리가 1시간을 넘지 않는다. 인천에 국제공항이 버젓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인천국제공항을 포함해 15개의 국제, 국내공항이 있고, 3개의 공항은 중도포기 되거나 폐쇄되고 비행훈련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2010년 기준으로 인천, 김포, 김해, 제주공항을 제외하고 모든 공항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정부가 이런 문제점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보고 현재의 공항을 좀 더 확장하거나 시설 개선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새로운 공항을 짓겠다는 생각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정부의 신공항 입지선정이 앞으로의 백년을 내다보는 중대한 국가미래전략정책인 만큼 정치적이고 정략적인 판단이 아닌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신공항의 필요성과 공항 건설로 얻게 될 이익만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신공항이 건설될 시 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분석 결과를 신공항 입지선정 발표 전에 조속하고도 정확하게 공개해야 함도 당연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