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발길따라-원시림 간직한 식물 보고 ‘천상의 화원’
강원도 인제 점봉산 ‘곰배령’
2014-10-01 김봉조
곰이 하늘 향해 누워 있는 형상
진동리 설피교 상단 주차장서
신분증ㆍ명단 확인 입산증 교부
요일ㆍ계절 입산ㆍ통제시기 확인
생태관리센터 출발 왕복 10㎞
수많은 야생화 신비한 자태 연출
누군가 산은 낯가림을 하지 않는다 했다. 산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 정상을 갈망하고, 그 정상에서 펼쳐지는 경관을 즐기려 산에 오른다. 아스라이 보이던 정상을 향해 한발 한발 옮길 때마다 점점 다가와 안기는 것에 마음을 열 때 힘겨움이 잊어진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제각각 다른 모양의 풀꽃들과 처음 대하는 나무와 숲들도 오랜 친구처럼 쉽게 친해질 수 있기에 무거운 발걸음을 쉬 걷게 하는 힘이 채워지는 것이다.
곰이 하늘을 향해 누워있는 형상을 하고 있는 곰배령을 찾으려면 먼저 백두대간 조침령 터널을 지나 기린면 진동리를 찾아들어야 한다. 곰배령 트레킹의 시작은 진동리 설피교 상단 대형 주차장에서 입산증을 받아야 출입이 허용된다. 신분증과 사전 예약 명단이 확인되면 입산증을 교부받는다. 현재, 곰배령 입산 허가를 받으려면 ‘점봉산 관리센터’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인터넷으로 탐방예약을 하는 방법과 현지 민박집을 통해서 하는 두 가지 예약 방법이 있다. 또한 요일별, 계절별로 정해진 입산과 통제시기를 사전에 알아보고 계획해야 한다.
생태관리센터에서 시작되는 트레킹은 좌측 때 묻지 않은 계곡을 끼고 부드러운 흙길을 밟으며 출발한다. 발끝이 닫는 길 곁에는 속대가 지천이고, 10여 분 싱그러움 가득한 녹음 속을 걷다 보면 표식 없는 작은 샘터가 달고 시원한 물맛으로 인사를 대신한다. 평지에 가까운 트랙을 지나면 돌무더기에 세워놓은 ‘강선마을’ 이정목이 위에 마을이 있음을 알려주며 주위에 어울리게 탐방객을 맞는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무성한 활엽수림은 짬짬이 흐르는 땀을 고스란히 담아가듯 시원함을 제공한다. 습기를 머금은 숲에는 고사리과 양치식물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고, 쏟아지는 계곡의 물소리는 걸음걸음에 생명의 기운을 강하게 느끼게 한다.
강선마을 끝 집을 지나 제법 운치있게 놓인 징검다리를 건너면 다시 입산증을 확인하는 통제소를 만나고, 이젠 계곡을 오른쪽으로 바꿔 끼고 오른다. 귀목골이라 불리는 동화 속 같은 숲길을 걷다 보면, 계곡 아래 온몸에 세월을 머금은 바위가 이끼 옷을 잔뜩 입고 있고, 원시의 계류를 접하는 트레커들은 탄성으로 오랜 시간에 묻힌 자연의 기다림에 감탄사로 화답한다. 깊은 골을 찾아 들어온 바람이 잠시 쉬어가라 손짓할 때쯤, 수림 사이로 움푹 꺼진 곰배령 능선이 시야에 잠시잠시 들어왔다 숨기를 반복한다. 고요하리만치 안락한 길과 작은 개울을 뒷굼치 세워 뜀뛰기하듯 건너면, 새소리에 묻힌 바람이 턱걸이하듯 멈춘 곳에는 배낭 무게만큼 눌러진 다리로 오른 이들에게 더 넓은 곰배령의 아름다움이 펼쳐진다.
5만여 평에 펼쳐놓은 고원에는 식생을 보호하기 위해 데크를 설치해 탐방객의 출입을 일부 허용하고 있다. ‘천상의 화원’이라 불리는 곰배령에는 철따라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는 야생화들이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곳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피는 야생화로는 얼레지, 노루오름, 마타리, 둥근이질풀, 물봉선, 쑥부쟁이, 용담투구, 노란 패랭이꽃 등 수많은 야생화가 군락을 이루며 계절마다 신비로운 자태로 연출을 달리한다. 또한 조망이 터진 날 곰배령에 오르면, 하늘금과 마루금이 교차하며 허튼 시선을 둘 곳을 잊게 한다. 북쪽 작은 점봉산 뒤로 설악산 대청봉이 강인함으로 위용을 알리고, 동쪽으로 휘감은 백두대간이 단목령을 내려 앉히며 병풍처럼 에워싸고 흐른다.
글 : 김봉조 낯선트레킹 대장
사진 : 최찬락 Mnet트레킹 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