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서로 표현한 서경의 화려함
[금요 묵향 전시실] 서예가 이병도 씀
2012-02-02
당나라 서예가인 손과정은 "달리고 변하는 것을 때에 맞게 하는 것이 행서의 요령이다"라고 했으니 행서는 자연스럽게 필기하는 방식이어서 획의 연결선 등을 드러내는 노봉(露鋒)을 많이 사용하는 서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고려시대 문신 정지상(?~1135)선생의 시를 생동감 있는 활달한 서체의 행서로 표현한 작품이다. 정지상은 서경 사람으로 서경을 사랑했고 고려의 웅지를 좀 더 크게 떨치자면 도읍을 서경으로 옮겨야 한다고 믿고 서경천도를 주장했다. 정지상은 서경을 다음과 같이 읊고 있다.
번화한 거리 봄바람에 보슬비 지나간 뒤
가벼운 티끌조차 일지 않고 버들개지만 휘늘어졌다
푸른 창 붉은 문에 흐느끼는 노랫가락
이 모두 다 이원의 제자 집이라네
제목은 `서도(西都)`. 서경을 아예 도읍으로 여기고 붙인 이름이다. 봄비가 촉촉이 내린 번화한 서경 거리에 버들개지 휘늘어진 아름다운 풍경 뒤로 아름답고 화려한 노랫가락이 들려온다. 이원(梨園)은 당나라 때 음악과 춤을 가르치던 곳으로 당나라에 필적할 화려함이 서경에도 넘친다는 자부심을 노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