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니홍조(雪泥鴻爪)

2011-02-15     류한열 기자
 어제 새벽부터 내린 눈이 온천지를 말 그대로 덮었다. 경남 시군에 이런 큰 눈이 내리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대설주의보가 내려지면서 교통이 통제되는 등 생활 불편뿐 아니라 비닐하우스 붕괴 등 많은 재산 피해가 잇따랐다.

 북송(北宋)의 문인 소식(蘇軾ㆍ소동파)이 동생 소철(蘇轍)에게 보낸 시에 나오는 구절인 설니홍조(눈 雪, 진흙 泥, 기러기 鴻, 손톱 爪)는 눈 쌓인 진흙탕 위에 어지러이 찍혀 있는 기러기의 발자국이란 뜻으로 곧 스러져 없어질 것들이다. 여기서 인생의 허무를 말하자는 것이 아니고, 꼬인 모든 문제들을 큰마음으로 덮으면 해결된다는 긍정적인 면을 부각하려 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의 영수회담이 결렬됐다. 양측이 결렬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속 좁은 두 지도자를 보는 마음이 편하지 않다.

 영수회담 전제로 내세운 조건들은 ‘홍조’에 불과하다. 큰 눈(雪)을 보면서 우리 정치 지도자들이 지엽적인 데 매이지 않고 통 큰 정치를 펼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