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실수가 빚어낸 기름띠 참사를 보고...
순간의 실수가 빚어낸 기름띠 참사를 보고...
  • 승인 2008.01.10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태안반도 부근 서해안은 남해 한려해상 국립공원 못지않은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다.

매년 많은 사람들이 찾아가서 해수욕을 즐기거나 주변의 섬이 그리는 절경을 향유한다.

특히 서해안의 갯벌은 생태계의 보고이며, 소중한 자연 체험장으로 교육의 효과 또한 크다. 내 기억 속의 서해안은 자연의 숨길을 느낄 수 있는 쉼터 같은 곳이었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 새벽 우리 김해소방서 직원 31명은 버스에 몸을 기대고 태안의 기름띠 제거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서해로 향했다.

기름 범벅이 된 서해안은 버스안에서 차츰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기억속의 모습이 아니었다.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한 지 꽤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안가의 모래며, 돌 틈에는 기름이 끼여 있었다.

매캐한 기름 냄새가 코를 찔렀다. 얼마나 많은 바다생물들이 질식사 했을까. 생명의 근원이라는 바다에서 죽음의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시커먼 기름띠가 내 마음까지 먹먹하게 뒤덮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잠시간 멍하니 서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차량 행렬에서 내린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추운 날씨에 바닷바람까지 불어대는 등 작업환경이 매우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군인, 경찰, 각종 단체 뿐 아니라 가족이나 친구 단위로 많은 사람들이 태안을 찾아왔다.

방학을 맞이하자마자 버스를 타고 태안으로 내려왔다는 대학생들, 종일 쭈그려 앉아서 일을 하다보니 무릎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다고 하면서도 웃음 섞인 푸념을 늘어놓던 어느 아주머니는 방제복도 모자라 얼굴에도 기름을 묻힌 채 걸레질을 하면서도 표정만은 밝았다.

그들은 먹먹해진 내 마음에 희망을 심어주었다. 그리고 자원봉사의 힘과 소중함을 절감하게 해주었다.

오후 밀물 때가 되어 그 날의 방제작업도 마무리 되어갔다. 자원봉사자들이 그 날 사용한 방제복이나 흡착제들을 정리하는 와중에도 주민들은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연신 기름을 닦아냈다.

환경오염은 저소득층에게 피해를 가장 많이 준다는 환경이론이 있다.

그날 벌어 그날 생활하는 어민들이 이번 기름유출로 인해 받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만큼 고통 받는 어민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뒤로하고, 돌아오던 중 한없이 마음이 무거웠다.

무자년 새해가 밝았다. 작년 한 해 아직 다 못한 봉사활동이 남았다면, 태안행을 추천한다.
<김해소방서 119구조대 소방교 조성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