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09:41 (금)
총선 겨냥한 대선은 정치 꼼수다
총선 겨냥한 대선은 정치 꼼수다
  • 승인 2007.12.12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총선’ 아니죠 ‘대선’입니다” 대선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코미디 페러디 같은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대선을 코 앞에 둔 시점이지만 선거판 바닥은 각 당의 총선 지망생들의 활동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이 수상쩍다. ‘이명박 대세론’이 고착될 조짐을 보이면서부터다.

BBK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지지도가 50%에 육박하면서 정치판에 이상기류가 분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 후보는 내심 55% 득표를 목표로 고삐를 다잡고 있다고 한다. 선거 속성상 언제, 어떤 형식의 변수가 돌출해 ‘이명박 대세론’을 뒤흔들지 모르나 지금까지는 이 후보가 12월19일 선택의 날을 향해 순항하고 있는 듯 하다.

반이(反李) 세력에는 어떤 선택의 카드가 남아 있는 것일까.

무소속 이회창 후보는 최근 “반듯한 정당, 건전한 정당을 만들어 국가 대 개조의 밑거름이 되도록 할 것”이라며 대선 후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여기에는 충청권을 기반으로 하는 국민중심당을 포함한 일부 보수 진영이 가세할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이인제 후보는 한때 지분을 둘러싼 이견으로 좌초됐던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와의 후보 단일화 논의를 재개했다.

정 후보와의 단일화를 거부한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는 여권 대체세력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일련의 흐름은 내년 4.9 총선을 향한 행보라는 게 중론이다. 정 후보가 BBK 의혹을 걸어 특검제 도입과 수사검사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도 실상은 대선 이후를 염두에 둔 포석일 수 있다.

벌써부터 여의도 정가의 관심은 총선 쪽으로 옮겨가 있는 듯하다. 총선 구도와 공천 여부가 의원들의 최대 관심사라는 얘기다.

오죽하면 정 후보가 당 소속 의원들의 대선 무관심을 질타하며 “뛰어달라”고 독려하고 나섰겠는가.

현 상황대로라면 대선 이후의 정국은 이번에 출마한 후보를 중심으로 한 다자(多者) 정치축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 대(對) 반이(反李) 세력의 대립 구도가 그것이다. 이명박 후보의 55% 득표 욕심도 대선 압승의 여세를 총선으로 몰아가겠다는 의미가 없지 않아 보인다.

사정이 이렇다면 이번 대선은 참으로 희한하다. 후보 모두가 꼭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대선 이후를 겨냥해 대선전을 펼치는 기형성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대선은 예선이고 총선이 본선인 셈이다. 유권자들도 어리둥절하기는 매한가지일 것이다.

가령 이회창 후보에게 표를 줄 경우 대선 후보로서의 이회창이 아니라 다음에 출현할 보수 정당을 위해 한표를 행사하는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다.

대선을 통한 총선 대비는 전례없는 대선 왜곡이다. 물론 대선 출마가 꼭 당선을 목적으로 하는 것만은 아니다.

정치 철학이나 정책 비전을 유권자들에게 알리고 그에 대한 지지세를 확보해 국정에 직간접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나설 수 있다.

또는 한차례 대선에서 인지도를 높여 차기 대선에서 득을 보고자 할 수도 있다.

이처럼 여러 상황이 있을 수 있지만 아예 총선 지분을 노리고 대선에 임하는 것은 한표의 가치를 훼손하는 정치 꼼수에 다름 아니다.

대선-총선으로 이어지는 정치 일정의 불가피한 측면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대선의 본질이 왜곡돼선 안된다.

차기 지도자를 뽑는 국가 대사인 만큼 여기저기 기웃거리지 않고 전력하는 당당한 후보가 박수 받지 않겠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