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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국세청장에 바란다
새 국세청장에 바란다
  • 승인 2007.11.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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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국세청장의 외부 기용이냐, 내부 발탁이냐를 놓고 설왕설래 끝에 결국 후자로 가닥이 잡혔다.

노무현 대통령이 제17대 국세청장에 한상률(54) 차장을 내정한 것은 무엇보다도 조직의 안정과 업무의 연속성을 중시했기 때문일 게다.

지금처럼 조직이 혼란스럽고 할 일이 산적한 때에는 내부 사정에 정통한 사람이 낫다는 판단에 굳이 이의를 제기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역대 국세청장 가운데 외부에서 날아 온 사람들은 복잡하기 짝이 없는 세무 행정과 세무공무원들의 속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겉돌곤 했다는 점에서 지금 같은 비상시국에는 내부 출신을 발탁해 국민의 신뢰 회복과 조직의 안정을 서두르는 게 일책이다.

외부 인사 임명이 곧 개혁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는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의 지적에 일리가 있다는 얘기다.

국세청은 국가정보원, 검찰 및 경찰청과 함께 4대 권력 기관의 하나로 과세권과 세무조사권을 행사하며 연간 재정 수입의 85%인 130조 원의 국세를 책임지고 있다.

비록 청단위 조직이라고는 하나 이처럼 중차대한 임무를 수행하는 국가기관은 별로 없다.

그런 국세청이 지난 1966년 개청 이래 처음으로 현역 청장이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되는 ‘참사’를 겪었으니 조직의 동요는 당연한 일이다.

지난 8월 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이 수뢰 사건으로 구속돼 가뜩이나 고개를 들 수 없던 국세청 직원들은 전 전 청장이 정씨에게서 정기적으로 거액을 상납을 받았다는 사실에 더욱 충격을 금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중책을 떠맡은 한 내정자는 무엇보다도 직원들의 사기 진작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달로 예정된 종합부동산세 부과와 올해 세수 마무리, 2009년부터 시행되는 ‘근로소득지원세제(ETIC)’의 조기 정착, 사회보험료 통합 징수 등 당면한 현안들을 차질없이 추진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한 내정자는 내부 출신 발탁으로 조직의 안정을 얻는 대신 개혁은 미뤄지게 없게 됐다는 외부의 따가운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방국세청장이라는 고위 간부가 일개 지방건설업자에게서 거액을 수뢰했고 청장은 또 그런 부하에게서 정기적으로 상납받았다는 게 이번 사건의 내용이지만 어디 그게 그들에게, 그리고 이번에만 국한됐겠느냐는 의구심을 제기하는 국민이 결코 적지 않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외부 출신보다 더 강한 쇄신 의지를 보여야 하는 이유다.

한 내정자는 이번 기회에 국세청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인식을 불식할 수 있도록 ‘제2의 개청’을 다짐해야 한다.

다행히 한 내정자가 국세청의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정통 국세공무원으로 지난 1999년 세정개혁기획단 총괄팀장 당시 뛰어난 기획력을 발휘했고 서울지방국세청장 시절에는 직원들과의 그룹 미팅을 통해 불필요한 업무를 과감하게 없애는 ‘일 버리기 운동’을 주도하는 등 행정 혁신 마인드도 갖추고 있다니 기대를 걸어 본다.

이제 국세청은 더 이상의 말이 필요없다. 한 내정자가 전 전 청장의 구속 직후인 지난 8일 주재한 지방청장회의에서 다짐한대로 “환골탈태의 각오로 국궁진력”하는 것만이 국세청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지름길이다.

국민은 이제 국세청에 대해 ‘말이 아닌 행동’을 요구하고 있음을 명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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