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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대학 유치하려면 규제 정비부터
해외대학 유치하려면 규제 정비부터
  • 승인 2007.11.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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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대를 맞아 외국의 명문 대학들을 국내로 유치하는 일은 이제 국가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선발 개도국들은 진작에 외국 대학 유치에 사활을 걸다시피하고 있다.

강소국을 지향하는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으며 경제자유구역이나 지방자치치단체 등이 외국대학을 유치하려고 애쓰고 있다.

하지만 그 결과가 다른 나라들과는 판이하게 다르다는 게 문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내놓은 ‘주요국의 해외 대학 유치 현황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03~2007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12만 명 유치를 목표로 장쑤성에 ‘국제대학촌’을 세워 20여 대학을 입주시키는 등 외국 대학 100여 곳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아랍에미리트연합의 두바이는 마이크로소프트, IBM, 3M 등 외국계 기업으로 구성된 ‘비즈니스 허브’를 뒷받침하기 위한 인재 양성 차원에서 백화점식 대학타운인 ‘지식촌’을 만들어 미국 미시간대 등 20여 대학을 유치했고 싱가포르에도 스탠퍼드, MIT, 존스 홉킨스 등 외국 대학 분교가 35개 이상 들어섰다.

우리나라는 그러나 현재 광양에 분교 설립을 추진하는 네덜란드 해운물류대학 1곳이 전부다.

미국과 유럽의 명문 대학들이 체제가 다른 중국에도 거침없이 들어가고 일개 도시에 지나지 않는 싱가포르와 두바이에도 몰려가는데 유독 우리나라를 외면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규제 때문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백방으로 노력하던 외국 대학 유치의 꿈을 끝내 접어야 했다.

미국 조지 워싱턴대가 수업료를 본국으로 가져가는 것을 막는 해외 과실송금 불허 규정 때문에 분교 설립이 어렵다고 최종 통보해 온 것이다.

외국 학교의 국내 설립을 가로막는 규제는 이밖에도 수두룩하다. 영리법인은 안 되고 수도권에는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묶여 아예 학교를 지을 수 없으며 금융기관에서 학교 건립비를 빌릴 때에는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해외 과실송금 허용, 학교 소유권 100% 인정, 면세, 재정 보증, 학교 건립비 지원, 연구비 보조 등의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는 두바이나 싱가포르와는 너무 대조적이다.

우리는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의료보험제도 적용·영리법인 허용, 학교부지 무상 제공, 학교 건설 지원 등의 좋은 조건을 내걸고 있는 중국만도 훨씬 못하다.

외국에서 대학 이상 과정에서 공부하고 있는 우리나라 유학생은 이미 20만 명을 돌파했고 1998학년도까지만 해도 1,500여 명에 불과했던 초중고생 조기 유학 출국자가 2006학년도에는 3만 명에 육박했다.

‘영어 난민’이나 ‘교육 탈출’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할 만도 하다. 이에 따라 유학·연수비로 나가는 돈이 해마다 10억 달러씩 늘어나 올해에는 50억 달러를 훌쩍 넘고 내년에는 60억 달러대에 이른다지만 통계에 안 잡히는 돈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노동자들이 땀 흘려 번 귀중한 외화가 연수니, 유학이니 해서 뭉터기로 유출되고 있는데도 눈 뜨고 바라보고만 있는 꼴이다.

외국 대학을 국내에 유치하면 심각한 ‘교육 역조’ 현상에 따른 외화와 인재의 유출을 막을 뿐 아니라 국제적 감각의 우수 인재 양성과 다국적 기업 유치에도 도움이 되는 등 국민경제 발전에도 이바지하는 바가 결코 적지 않다. 외국 대학 유치는 이처럼 다목적적이다.

외국 대학 유치가 남아도 많이 남는 장사라는 계산은 금방 나오는데도 진척되는 게 없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외국 대학과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들은 하루빨리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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