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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朴측 갈등 기류 증폭 조짐
李-朴측 갈등 기류 증폭 조짐
  • 승인 2007.10.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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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측 “이재오 엄중조치 취해야”
李측 “대응할 가치 못 느낀다”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와 박근혜 전 대표 진영간 갈등 기류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이 후보 핵심 측근인 이재오 최고위원의 “아직도 경선하는 걸로 아는 사람들이 있다. 좌시하지 않겠다”는 29일 발언을 문제삼아 박 전 대표측이 30일 이 최고위원에 대한 엄중 조치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서면서 경선 이후 소강상태를 보여왔던 양측간 갈등이 다시 표면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양측 모두 경선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그대로 품고 있고, 이로 인한 상호 ‘불신의 벽’이 점점 더 높아 가는 분위기여서 자칫 대선을 목전에 두고 당이 적전분열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후보가 이날 제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하나가 돼야 한다”며 ‘단합’을 거듭 역설했지만 지금과 같은 분위기로는 진정한 화합은 이미 물건너간 것 아니냐는 지적 마저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이 최고위원의 발언을 전해 듣고 “이럴수가 있느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박 전 대표가 거의 폭발 직전까지 가 있다. 굉장히 화가 나 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박 전 대표 핵심 측근인 유승민 의원은 이날 별도 보도자료를 내고 “박 전 대표는 경선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하고 정권교체의 대의를 위해 백의종군을 약속했다”면서 “그런데 승자는 진정한 화합을 위해 지난 두 달간 무엇을 했단 말이냐”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소위 2인자라는 분이 패자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언행을 일삼는 것이 당 화합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면서 “이 최고위원은 반성하고 자중자애해야 한다. 이 후보가 이 최고위원에 대한 가시적 조치를 취하는 것만이 당 화합의 첫 걸음이 될 것”이라며 엄중 조치를 공개 요구했다.

한 측근은 “정신 나간 사람들 아니냐. 말로는 우리를 껴안는다고 하면서도 겉 다르고 속 다른 것 아니냐”면서 “이 후보 측의 이런 식의 행보는 박 전 대표 뿐 아니라, 박 전 대표의 지지자들까지 등을 돌리게 하는 행위”라고 일갈했다.

이에 대해 논란의 당사자인 이 최고위원은 이날 논란 확산을 피하려는 듯 “무슨 대응을 하느냐”며 구체적인 반응을 삼갔다. 대신 자신의 블로그에 장문의 자작시 ‘가을산행-그대를 생각하며’를 올렸다.

이 시는 단풍으로 물든 가을 산행의 정취를 노래한 것이지만 ‘오늘 너무 너무 억울해도 그대도, 남의 눈에 눈물나게 할 때가 있었음을 생각하게나’, ‘달이 지면 어두워지는 것은 당연하이’, ‘세월이 가는 걸 서러워 말게나’ 등의 시구는 세력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박 전 대표와 대선 출마설이 나돌고 있는 이 전 총재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후보의 한 측근은 “이 최고위원이 못 할 말을 한 것도 아니고 박 전 대표측에서 마치 기다렸다는 듯 말꼬리를 잡고 나오는데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고, 다른 측근은 이성헌 전 의원을 비롯한 박 전 대표 지지자 300여 명의 이날 속리산 산행에 언급, “필승결의대회에는 나오지도 않고 자파 단합 등반대회만 하느냐. 아직도 딴 생각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일갈했다.

양측간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이방호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정권을 잡아야 하는데 자꾸 옆에서 다른 소리가 나니까 가장 충성스러운 이 최고위원이 한마디 한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강재섭 대표 이야기도 다 잘하자는 얘기고, 이 최고위원의 얘기도 충정의 발로로 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진화를 시도했다.

한편 이 후보는 제주 필승결의대회 직후 이 최고위원의 발언과 관련한 박 전 대표의 “이럴 수가 있느냐”는 반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굳은 표정으로 차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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