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총재는 전날에 이어 30일에도 오래 전 잡힌 오찬 참석차 잠시 외출한 것 외에는 서빙고동 자택에서 ‘칩거’했다. 당 원로급 인사를 포함한 5~6명의 면담 요청도 완곡하게 물리쳤다는 후문이다.
대선 출마설이 언론에 불거진 지 10여일 만에 이 전 총재의 거취가 대선 정국 최대 관심사로 등장하면서 조만간 입장 표명이 있을 것으로 관측됐지만 이 전 총재측은 ‘언론이 너무 앞서간다’며 결단이 나오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이 전 총재는 이날 외부에서의 오찬을 위해 서빙고동 자택을 나서면서 기자들과 만나 대선 출마설에 대해 “아직은 말씀드릴 게 없다. 앞으로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더 이상의 언급을 피했다.
이와 관련, 한 측근은 “이번 주에는 언론에 얘깃거리가 될 만한 일은 없음을 장담한다”고 잘라 말했고 또 다른 측근은 “출마 여부 결정은 이 전 총재의 정치 일생을 거는 일인 만큼 금명간 결정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고민의 시간이 길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공감했다.
이 전 총재의 숙고가 길어지는 데 대해서는 여러 추측이 나온다. 우선 신당이 ‘BBK 문제’를 거론하며 이명박 후보를 집요하게 공격하고 있고 이 부분이 보수진영에서 정권교체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는 사안인 만큼 ‘BBK 상황’이 향후 어떻게 전개되는 지를 좀 더 지켜보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있다.
또 전날 한 여론조사에서 이 전 총재의 대선 출마시 지지율이 13.7%로 예상보다 높게 나온 만큼 우호적 여론이 좀 더 성숙하기를 기다리며 명분을 쌓으려 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추측도 제기된다.
한 측근은 “이 전 총재는 자기 스스로 대선에 나가겠다고 생각하는 분이 아니다. 다만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이 원하면 모를까…”라고도 했다.
이밖에 선거기간 이명박 후보의 신변에 이상이 발생하고 이 경우 현행 선거법상 다른 후보가 등록할 수 없어 자칫 정권교체가 물거품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이 전 총재가 ‘보수진영 복수 후보’ 차원에서 출마를 고려 중이라는 설(說)에 따른다면 정기국회 기간 선거법 개정 작업의 진행 상황을 지켜보면서 결단의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이 전 총재가 최근 자택을 찾은 한나라당 의원에게 ‘此一時 彼一時’(지금은 지금이고 그 때는 그 때)라는 ‘선문답’을 건넨 것도 고민이 길어질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