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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고마비’의 가을 살찐말이 잘 달릴까?
‘천고마비’의 가을 살찐말이 잘 달릴까?
  • 승인 2007.10.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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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보다 가을에 좋은 성적 거둬
경주마 체중 경주결과 추리하는 중요한 단서
흔히 가을을 ‘천고마비의 계절’이라 부른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가을, 과연 말은 가을에 살이 찌는 것일까?

일단 말이 가을에 살이 찐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경주마라면 이야기는 약간 달라진다.

18일 부산경남경마공원이 ‘올해 8월부터 10월 중순 까지 체중변동에 따른 경주마 복승률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체중이 15kg 이상 늘어난 말들의 경우 8월에 12전 1착 1회로 복승률 8.3%에 불과했으나 9월 12.5% 10월 16.7%를 기록하며 여름보다 가을에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체중이 줄어든 말들은 오히려 여름철보다 복승률이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15kg 이상 줄어든 말의 경우 8월 23.5%, 9월 20%를 기록했지만 10월에는 중순까지 0%로 날씨가 추워지면서 복승률이 턱없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정 체중 변화 폭으로 보는 1kg~9kg 체중 증감을 보인 경주마가 8월 복승률 19.9%, 9월 16.8%, 10월 21.4%를 기록하며 꾸준한 성적을 거두는 것으로 나타나 계절이 바뀌는 것과는 무관한 것으로 분석됐다.

계절별 체중변화에 대해 경마공원 관계자는 “한여름이나 한파가 몰아치는 한겨울에 비해 봄과 가을에는 몸의 컨디션이 좋아지고 식욕이 회복되면서 약간의 체중증가가 있을 수는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계절 내내 훈련을 받는 경주마는 ‘스포츠선수’로 군살 없이 단단한 몸매와 체력을 유지해야만 경주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한서(漢書)에 나오는 ‘천고마비’는 본래 중국에서 흉노족의 침입을 경계하고자 생긴 말이다.

북방의 초원에서 방목과 수렵으로 살아가던 흉노족은 겨울이면 양식을 구하기 어려워 약탈을 일삼았다.

가을까지 토실토실하게 살을 찌운 말을 타고 중국 변방을 쳐들어가 가축과 곡식을 노략질했다. 이를 경계해 나온 말이 ‘천고마비’다.

경주마의 체중은 경주결과를 추리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보통 말의 몸무게는 450kg 정도지만 작은 말은 340kg 정도로 체구가 작기도 하고 큰말은 570kg을 훌쩍 넘기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440~500kg 대의 경주마들이 추입부터 선행까지 다양한 경주전개를 펼치기에 적합하다. 마필에 따라 최상의 컨디션을 발휘하는 몸무게가 있기 때문에 몸무게 그 자체가 큰 변수가 되지는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체중의 변화다. 마필의 체중은 조교사의 전략에 의해 살이 찌거나 빠질 수도 있지만 훈련 부족이나 질병으로 체중에 변화가 올 수 있다. 10월 중순으로 접어들면서 체중 증감에 따른 경주능력 변화가 관심사가 되고 있다.

경주마 체중 변화는 경마팬들이 쉽게 말의 컨디션을 알아볼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다. 말마다 자기에게 적정한 체중이 있다. 그 적정 한 체중이란 좋은 성적을 낼 때의 평균 체중이라고 볼 수 있다.

적정 체중에서 보통 10kg의 체중변화는 경주능력에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15kg 이상 감량이 되거나 증량된 경우는 말의 컨디션을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따라서 추리를 위해서는 해당 경주마가 가장 기록이 좋았을 때의 체중을 확인해 출주 당일의 몸무게와 비교해 보고, 지난 경주 때와의 변화 추이를 살펴야 마필의 컨디션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단, 2~3세의 성장기 말들이나 식욕이 증가하는 가을철의 6~8kg 정도의 체중 증가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봐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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