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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끝에 집중하다 보면 다른 일 다 잊고 편해져”
“칼끝에 집중하다 보면 다른 일 다 잊고 편해져”
  • 승인 2007.08.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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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각(書刻) 작가 곡산 이동신 선생
김해시 외동 나비공원 유관정(遊觀亭)현판 ‘눈길’
김해지역 정자에 특색있는 서각 이름표 붙일 계획
김해시 외동 나비공원에는 시민들을 위한 정자가 한 채 있다.

여느 공원의 정자와 다를바 없는 모습이지만 ‘유관정(遊觀亭)’이라고 새겨진 서각 현판은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더위를 피해 공원을 찾은 시민들은 정자에서 휴식도 취하고 뛰어난 솜씨의 서각 작품도 감상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예사롭지 않은 서각 현판의 작가를 수소문하니 김해에서 활동하고 있는 서각작가 곡산 이동신(사진) 선생의 작품이다.

이동신 선생을 만나기 위해 지난 7일 나비공원이 내려다보이는 임호산 자락에 위치한 곡산서각공예연구실을 찾았다.

옛것의 정취가 묻어나는 작업실에는 동그란 빵모자를 쓴 곡산 선생과 서각을 막 배우기 시작했다는 중년의 제자 한명이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모든 분야가 그렇겠지만 서각은 특히 기초가 탄탄해야 한다”며 말문을 연 곡산 선생은 “한번 손에 익은 것은 바꾸기가 어렵기 때문에 처음부터 잘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곡산 선생이 이렇듯 기초를 중요시 하는데는 본인이 겪었던 고초가 상당했기 때문.

곡산 선생은 젊은 시절 운영하던 가게에 필요한 간판을 만들기 위해 목재상에서 산 합판 두장과 커터칼 하나로 서각을 시작했다한다.

그 후 독학으로 10여년 동안 짬짬이 칼과 정을 잡았지만 부족한 기초에 한계를 느끼고 1990년대 중반 부산의 한 서각가 밑에서 기본을 다시 배워 오늘에 이르렀다.

곡산 선생은 “서각은 한번 발을 들여놓기가 쉽지 않아서 그렇지 배우기 시작하면 금방이다”고 말하면서 “칼끝에 집중하다 보면 다른 일은 다 잊고 마음이 편안해 진다”며 서각의 장점을 꼽았다.

작업실 윗편의 조그마한 전시실은 서각 작품들과 나무로 만든 공예품들로 가득차 있었다.

“이건 단풍나무, 저건 느티나무로 만들었다. 나무는 처음엔 밋밋한것 같아도 시간이 지날수록 본연의 색을 띠는데 제각각 다르다”면서 “글과 서체 등에 따라 적당한 나무를 찾아 쓴다”고 설명했다.

공원의 정자에 이름표를 달아준 것도 이 같은 뜻에서다.

사람들이 쉬기 위해 들르는 정자도 공원마다, 동네마다 특색이 다른데 고유의 명칭이 없는 것이 아쉬웠다.

“정자도 나무 재료로 만들어졌으니 서각과 잘 어울릴 것이라 생각했다”면서 “우선 작업실에서 내려다보이는 나비공원의 정자부터 이름표를 붙였다”고 연유를 설명했다.

이제는 공원에 가면 정자에 어떤 이름표가 붙어 있는지 유심히 살펴보자.

곡산 선생이 나비공원 뿐만 아니라 김해 지역의 공원마다 정자에 이름표를 붙여줄 계획이기 때문이다.

“김해에는 유난히 공원이 많다”면서 “정자마다 이름짓는 것도 쉬운일은 아니라 시간이 오래 걸리겠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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