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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이 살린 ‘진주 교방굿거리 춤’… 먹구름 여전
법정이 살린 ‘진주 교방굿거리 춤’… 먹구름 여전
  • 승인 2007.08.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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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무형문화재 제21호 보유자 김수악씨, 10년만에 ‘보유 단체’상대 대법원 승소 판결
원형보존·전수 가능, 김수악씨 명예 회복 ‘기대’… 시·도 책임 회피 급급 대처 ‘안일’
“원형이 변치않고 그대로 전수돼야 진정한 예술이고 우리 문화재인데…”

경남도 무형문화재 제21호로 지정돼 있으며 진주지역의 권번에서 전통 춤사위의 맥을 이어 온 굿거리춤, ‘진주 교방굿거리춤’과 국가 중요 무형문화재 제12호 ‘진주검무’의 예능보유자인 강산 최고무(最高舞) 김수악(81)씨.

진주 교방굿거리 춤이 지난 97년 경남도무형문화재 제21호로 지정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천생 춤꾼 김씨의 얼굴은 어둡기만 하다.

이는 김씨와 그의 제자 정모씨간의 고소인과 피고소인으로 맞선 재판 때문.

97년 3월 정씨가 진주교방굿거리춤 보존회를 조직, 예능보유자인 김씨의 안무 지도나 승인을 받지 않은 이수자들에게 진주교방굿거리춤 이수자 자격증을 발행하자 김씨의 제자들이 정씨의 보유단체를 무효화하고 정씨가 이수자 자격증을 주지 못하도록 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0년이 지난 올해 6월 말, 대법원은 정씨와 97년 당시 도 무형문화재 지정 관련 담당 공무원이 도 문화재 조례를 왜곡 해석했다며 보유단체인 정씨의 전통춤 보존회에 대해 ‘무형문화재보유단체 인정 행위 무효 확정’이라는 최종 판결을 내렸다.

도 문화재 보호조례에는 ‘무형문화재 보유단체는 무형문화재의 예능 또는 기능을 원형대로 보존하고 이를 그대로 실현할 수 있는 단체, 도 무형문화재의 예능 또는 기능이 성질상 개인적으로는 실현할 수 없거나, 보유자로 인정할 만한 자가 다수일 경우에 한한다’는 규정이 있다.

이에 대법원은 진주 교방굿거리 춤은 독무에 해당하며, 김씨만이 보유자로 인정돼 따로 보유단체로 지정될 이유가 없다고 판결을 내린 것.

한편 이 과정에서 김씨 측은 진주시와 경남도, 검찰 등에 진정해 왔지만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번번이 좌절됐으며, 최근 10년 넘게 끌어온 법정 투쟁 끝에 고등법원과 대법원에서 잇따라 승소해 ‘춤꾼’의 명예를 되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 후에도 경남도와 진주시는 과거 잘못에 대해 여전히 책임회피에 급급하면서 진주 교방굿거리 춤의 원형을 보존하고 전수하는 것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을 마련치 않고, 이에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어 ‘진주 교방굿거리 춤’에게 두 번 상처를 주고 있다.

김씨측은 지난 10년간 삐뚤어지게 전수되고 잘못 보존된 무형문화재를 원형대로 보존·전수하고자 과거 잘못된 것을 바로 잡아줄 것을 대법원 판결 이후 한달 넘게 도와 시에 건의하고 있으나 원칙적인 행정조치 결과만 돌아올 뿐,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경남도는 “보유단체 지정 당시 담당 실무자의 법 해석이 달라 일부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면서 “이에 도는 지난 7월 13일 도 문화재위원회에서 정씨의 보유단체 정지 결정을 내렸고 시에 보유단체 인정서 반환 조치 공문을 발송했다”고 말했다.

또 도는 그동안 보존회에서 남발한 이수증 부문에 대해서는 “이수증을 가지고 악용하는 사람이 있겠느냐. 선의의 피해자도 생각해야 한다.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사태 해결을 미루고 있다.

그러나 “정씨의 독선적인 보유단체 운영으로 정작 예능보유자인 김씨의 제자 50여명이 보유단체 회장인 정씨에게서 추천서를 받지 못해 5년 넘게 이수평가조차 받지 못하는 피해를 입었으며, 지난 10년 동안 원형과 다른 춤을 이수한 자들이 이수증을 받고 현재 이수자로 활동하고 있는 비상식적인 상황”이라며 사태 수습을 촉구 했다.

더구나 대법원 보유단체 무효 판결과 도의 정지 처분에도 불구하고 정씨는 지난 7월 21일 서울에서 열린 대(大)명인 명창전 무대에서 떳떳이 진주 교방굿거리 춤을 선보였다. 또한 정씨가 사실상 운영해 온 보유단체가 지난 10년간 받아온 예산도 만만치 않다는 것.

한편 이에 진주시는 “이미 도에서 행정적 처리(도 문화재위원회 결정)가 된 부문으로 시에서는 이에 따른 이행조치를 하는 것일 뿐”이라며 “현재 보유단체에 대한 인정서 반환 조치에 대해 절차를 밟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시는 시에서 운영하는 전통예술회관에 불법적으로 설립된 진주 교방굿거리춤 보유단체의 사용조치 부문에 대해 “진주교방굿거리춤 예능보유자 및 보유자후보(도에서 인정한 이수자 포함)가 무형문화재의 전승과 보급을 위해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춤을 추고 싶은 사람들이 이용하겠다는 데 이를 말릴 수는 없다”며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현재 전통예술회관을 함께 사용하고 있는 타 단체에서도 행정 착오로 설립된 보유단체 회원들과 함께 사용하는 것에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며, 이제부터라도 진주 교방굿거리 춤을 바로 잡자는 지역민과 예술인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역행하는 시의 입장에 시민들은 의아해 하고 있다.

더구나 시 담당 계장은 “지난 97년 보유단체 설립 당시 회장이 김순여(김수악씨 본명)씨로 돼 있었는데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오히려 반문하며 “진주 교방굿거리 춤은 도에서 관리하는 것으로 시에서는 도의 조치에 따라 일을 처리할 뿐이다”며 진주의 문화 자산인 ‘진주 교방굿거리 춤’에 대한 책임을 도에 떠넘기기에만 급급하고 있는 실정.

대법원에서 보유단체 무효 결정이 내려진지 한달이 넘었고, ‘진주 교방굿거리 춤’ 예능보유자 김씨는 한 제자의 잘못된 판단, 도와 시의 잘못된 행정과 안일한 대처에 신음하며 현재 그 충격으로 병원 생활을 하고 있다.

김씨의 아들이자 한국국악협회 진주지회장인 김인권(54)씨는 “10년 동안 억울하게 살아온 어머니의 명예회복도 중요하지만 그 동안 잘못된 무형문화재를 바로 잡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며 “이미 고령에 달한 보유자가 만에 하나 급서라도 하게 되면 고유한 전통 춤사위는 사장될 것인데 경남도와 진주시는 그 책임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라며 안타까워했다.

10년이 넘게 고통을 받아 온 경남의 자랑, 진주의 문화자산인 ‘진주 교방굿거리 춤’에 대한 도와 시의 안일한 대처는 평생 춤을 위해 살아온 김씨와 그의 제자들, 그리고 지역 예술인들의 가슴을 더욱 멍들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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