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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비준 ‘소뼈’에 걸리나
한미FTA 비준 ‘소뼈’에 걸리나
  • 승인 2007.08.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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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뼈 문제가 다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발목을 잡을 조짐이다.

‘뼛조각’ 이나 ‘갈비뼈’가 아니라 현행 한미간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하에서는 도저히 수용될 수 없는 특정위험물질(SRM) 등뼈가 발견되면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금수조치 직전 단계격인 ‘검역중단’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고의든 실수든 미국측의 잘못으로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최대 난제였던 쇠고기 문제가 재차 양국간 통상현안으로 불거짐에 따라 가뜩이나 난관이 예상되는 한미FTA 비준에 어려움을 가중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 2월부터 시작됐던 한미FTA 협상 과정에서 내내 ‘쇠고기 없는 FTA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우리측이 이른바 ‘4대 선결조건’의 하나로 FTA 협상 개시전 ‘30개월 미만의 뼈없는 살코기’라는 전제를 달아 미국산 쇠고기의 금수를 제한적으로 풀었지만 미국은 “FTA를 하려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한국시장의 전면 재개방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양측의 격렬한 대립 끝에 일단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이 FTA 협정문 자체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행정부간 협정문만 타결됐을 뿐 실제 효력 발생을 위한 정치적 과정인 비준절차를 남겨놓은 상태에서 쇠고기는 여전히 ‘현안’이다.

미국으로서는 비준절차에 본격 착수하기 전에 미국산 쇠고기가 자유롭게 한국에 수입돼야 순조로운 비준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고 우리측도 이를 부인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중서부의 ‘쇠고기 벨트’를 대표하는 정치인이자 상원의 FTA 수문장 격인 맥스 보커스 상원의원(민주당·몬태나)은 “쇠고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FTA를 상원 재정위원회에서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위협적인 언급을 해왔다.

우리측 이혜민 외교통상부 한미FTA 기획단장도 지난달 방송에 출연해 “쇠고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미국 의회에서 한미 FTA가 원만하게 다뤄지기 힘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우리측은 지난 5월 권오규 경제부총리가 나서 미국과의 수입 위생조건 개정 협상을 벌여 쇠고기 성수기인 추석전에 수입 조건 개정을 마무리 짓겠다고 발표하는 ‘성의’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미 쇠고기에서 등뼈가 발견되는 ‘폭탄’이 터지면서 검역 중단이 결정됨에 따라 ‘수입위생 조건 개정→뼈있는 쇠고기 수입 재개→한미FTA 비준절차 조기 마무리’로 연결되는 시나리오가 불투명하게 됐다.

마이크 요한스 미국 농무장관은 1일(현지 시간) 미국산 쇠고기에서 등뼈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신속하게 이를 시인하면서도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금수조치가 단행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도 이에 호응하듯 일단 특정위험물질이 발견됐음에도 수입 중단 대신 검역 중단이라는 한 단계 낮은 조치로 대응했다. 강문일 국립 수의과학검역원장은 2일 브리핑에서 “지난 1일자로 모든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검역을 중단키로 했으며, 미국측에 이에 대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조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향후 수입의 전면 중단 보다는 원인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에 좀 더 무게가 실리고 있음을 내비치는 대목으로, 양국 모두 쇠고기가 FTA 문제로 번지지 않기를 희망하고 있음을 엿보게 한다. 하지만 큰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미국산 쇠고기 문제에 가급적 유연하게 대처하려는 우리측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미 내수용 갈비뼈 수출에 이어 등뼈까지 수출하는 등 무성의, 부주의로 일관하고 있는 미국의 행태상 사태의 진행방향을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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