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날 모임을 진행한 주최측 역시 경남 출향인사가 아닌데도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을 초청하는가 하면, 특정 정당인사 위주의 축사 배정 등으로 행사 취지를 상실했다는 지적을 면치 못했다.

지난 12일 오후 7시 서울시내 하림각에서 열린 ‘재경 경남도민회 신년교례회 및 정기총회’에는 재경 경남향우 700여명을 비롯해 김태호 경남지사와 김혁규 전 지사(열린우리당 국회의원),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이강두 중앙위원장, 민주노동당 권영길 원내대표 등 올해 치러질 대통령 선거와 관련한 잠재후보 및 큰 역할을 담당할 정치인들이 참석했다.

김기춘, 이주영, 김영선, 이혜훈, 이군헌, 한선교 의원 등 경남 지역구 및 경남에 고향을 둔 국회의원들도 대거 자리를 함께 했다.

모처럼 여야를 대표할 수 있는 정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경남도민회 신년교례회 및 정기총회는 전국 최연소 광역단체장에 당선된 김태호 지사에게 향우들의 뜻을 모은 당선 축하패를 전달하면서 화기애애하게 시작됐으나, 김태호 지사의 축사과정에서 갑자기 정치 유세장화 됐다.

고향에 대한 중요성울 강조하던 김 지사는 돌연 “너무나 소중한 분이 참석하셨다”면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소개하면서 “우리에게 희망을 안겨 줄 지도자중의 지도자”라며 박수를 여러차례 유도했다.

두번째로 축사를 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올해는)순간의 선택이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다”면서 “경남도민은 나라가 잘못돼 갈 때 바로 잡는데 앞장서 왔다”고 경남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이어 축사를 한 한나라당 이강두 중앙위의장도 현 정부에 대한실정을 하나 하나 열거한 뒤 “역사의 순간 마다 경남도민들이 역사를 창조해 냈다”면서 대선을 향한 특정정당의 선택을 요구하는 발언을 했다.

열린우리당 김혁규 의원은 “경남도민회를 만든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6년이 흘렀다”며 현직 도지사 시절 재경 경남도민회 창립 과정을 회상한 뒤 “오늘 여기서 보니까 신년하례회인지, 대통령 선거장인지 구분이 안된다”며 도민회의 성격을 강조하며 진행 및 축사발언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때 특정 정당 환호 일색의 분위기가 급격히 냉각되면서 일부 참석자들이 ‘그만해라’ 등의 야유섞인 고함이 나오기도 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원내대표(창원 을)는 “(본인의)의사와 관계없이 대권후보로 언론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어떻게 박근혜 대표에 미칠 수 있겠으나, 뭔가 일을 잘 꾸미면 박 대표와 같은 열렬한 환영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며 대권도전 시사와 함께 격려를 요구했다.

이날 행사 진행자는 축사에 앞서 참석내빈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대표를 초청했는데 이 전 시장은 모 방송국 인터뷰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고, 박근혜 전 대표는 멀리서 비행기를 타고 방금 도착했다”고 배경을 설명해 한나라당 유력 대권후보를 초청했음을 시인했다.

한편 이날 정기총회에서 합천출신 정찬우(66.한국 고미술협회 전 회장.재경합천향우회장)씨를 신임 도민회장에 선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