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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더비...“그러나 승자는 없었다”
코리안 더비...“그러나 승자는 없었다”
  • 승인 2006.11.13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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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코리안 프리미어리거 기현-영표 격돌
모두가 간절히 바랐던 순간이었다. 그토록 기다렸던 두 명의 코리안 프리미어리거가 격돌했던 하루.

12일 오후 1시30분(현지시간) 런던 인근 레딩의 마제스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레딩FC와 토튼햄 핫스퍼의 06~07시즌 12차전은 국내 팬들에게는 최고의 빅 이벤트였다.

두 선수의 출전은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토튼햄의 공식 홈페이지는 ‘서울 메이트’라는 기사를 통해 이영표가 설기현과 만날 가능성을 시사하며 선발 출장을 예고한 바 있다.
레딩 소속의 ‘스나이퍼’ 설기현과 토튼햄의 ‘초롱이’ 이영표의 맞대결은 어느 쪽도 승리하지 못했지만 마음 졸이며 주말 밤 TV 위성 생중계를 지켜보던 팬들에게는 물론, 부담스런 대결을 벌인 두 선수들에게도 가장 무난했던 결과였다.

스코어는 3-1로 설기현이 소속된 레딩의 짜릿한 역전승으로 끝났으나 패배의 쓴잔을 들었던 이영표의 활약도 나름대로 괜찮았다.

포지션 라이벌 아소-에코토와 치열한 경합을 벌이던 시기에 불의의 오른 발목 부상으로 41일간 ‘개점 휴업’ 상태에 들어갔다가 지난 8일 포트 베일과의 칼링컵 4라운드 경기에 출전, 120분 풀타임을 뛰며 모처럼 감각을 되살렸던 이영표는 이 날도 선발로 나서 오른쪽 풀백으로 무난한 움직임을 보였다.

1-2로 끌려가던 후반 23분 동점골을 위해 마틴 욜 감독의 지시에 따라 공격수 저메인 데포와 교체될 때까지 이영표는 약 68분간 뛰며 안정된 플레이를 선보였다.

마제스키 스탠드를 가득 메운 홈팬들의 열렬한 갈채와 환호를 받으며 종료 15분여를 남기고 리타와 교체되기 전까지 75분간 필드를 누빈 설기현은 최전방 공격수로 나섰다가 상황에 따라 미드필드로 위치를 옮기는 등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며 ‘멀티 플레이어’로서의 진가를 다시금 확인시켰다.

두 명 모두 공격포인트를 올리는 등, 아주 인상적인 활약상은 없었지만 킥오프와 동시에 격렬한 플레이를 펼쳐 장내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부상을 당한 수비 요원 파스칼 심봉다를 대신해 오른쪽 풀백에 위치했던 이영표와 스트라이커로 변신을 꾀한 설기현은 유난히 자주 마주치는 모습이었다.

먼저 불을 지핀 쪽은 설기현이었다. 시작부터 강한 프레싱으로 전력상 한 수 위의 토튼햄 진영을 흔들기 시작했던 설기현은 경기 시작 2분만에 이영표의 오버래핑을 파울로 차단하며 ‘코리안 더비’의 시작을 알렸다.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상황에서 설기현은 정면대결을 택했고, 이영표 또한 당당히 맞서 나갔다.

이영표는 에코토보다 더 많은 움직임으로 적극적인 공격에 나섰고, 설기현은 이영표의 전진을 틈타 그 뒷공간을 파고 들어 2선에서의 침투를 엮어냈다.

거의 2개월만에 프리미어리그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가 대표팀 동료 설기현에게 ‘장군’을 허용했던 이영표도 전반 40분 설기현과 공중볼 경합 도중 조금은 의도적인 파울로 ‘멍군’을 불렀다.

후반도 비슷한 분위기로 흘러갔다. 설기현은 공격포인트에 대해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자주 좌우 측면으로 빠져나가는 스위치 포지셔닝을 시도해 동료들의 과감한 공격을 유도했고, 이영표는 폭넓은 디펜스 플레이와 적극적인 공격을 이어갔다.

그러나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데는 나란히 실패했다. 이영표는 발빠른 측면 돌파를 시도한 횟수에 반해 크로스는 고작 3회 올리는데 그쳤고, 설기현은 크로스바를 훨씬 넘긴 슈팅 1번을 포함해 크로스 2회를 날렸을 뿐이었다.

또 이들은 파울을 각각 2회씩 범했으나 설기현은 옐로카드를 한 장 받았다. 공격에서도, 수비에서도 뚜렷이 승자가 없었던 경기였다.

결국 오랫동안 기다려온 ‘코리안 더비’는 이영표가 후반 데포와 교체되면서 막을 내렸고, 설기현도 이영표가 벤치로 들어간 지 불과 7분만에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사실 가장 이상적인 결과는 설기현이 이영표의 플레이와는 상관없이 공격포인트를 올리고, 이영표는 풀타임 출장한다는 전제하에 양 쪽이 사이좋게 비겨주는 것.

아쉽게 시나리오는 틀렸으나 그래도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한국 선수 2명이 서로 자웅을 겨뤘다는 점에 있어서는 더 이상 좋을 게 없었던 한 판 승부였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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