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7 01:54 (수)
‘13살 축구 소녀, 세상품을 꿈꾼다’
‘13살 축구 소녀, 세상품을 꿈꾼다’
  • 승인 2006.09.26 23: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진주 교대부설 초교 축구팀 주장 김예원양
"경기에서 이기지 못해도 축구가 제일 좋아요~"
26일 오전 11시 진주 공설운동장에서 열린 제12회 교육장기 초·중교 동아리 축구대회 첫 경기인 교대부설 초등학교와 정촌초등학교의 B조 예선전.

운동장 한켠에는 교대부설초교 학생 수십명이 열띤 응원전을 펼치며 그라운드 위에 주장 완장을 찬 등번호 11번 선수의 이름을 힘차게 외쳤다.

학생회장이자 교대부설초 축구팀 주장인 이 어린 ‘스타플레이어’는 이번 대회 홍일점인 김예원(6년)양.

또래 남학생들보다 큰 키를 가진 김양은 그라운드 위에서 여학생이라는 것을 알기 힘들 정도로 화이팅이 넘쳤다. 경기장위에서의 카리스마와 볼 감각, 킥력은 또래 남학생들을 능가했다.

남학생들과 함께 박진감 넘치는 축구를 하면서도 지친 기색없이 오히려 친구들을 챙기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김양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부설초는 후반 5분사이에 두골을 허용, 1:2로 정촌초에 역전패.

경기에서 지고 그라운드에서 나오는 동료선수들이 울먹이자 등을 두드리며 “다음에 더 잘하면 돼”라며 격려하던 김 양도 경기장 밖에선 그 커다란 눈망울에서 어느새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길 수 있었는 데...” 울먹이는 김양을 응원하던 친구들이 몰려와 격려하는 모습은 그 어떤 축구경기, 스포츠에서도 찾아 보기 힘든 승패를 떠난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경기는 이기고 질 때도 있는 법, 아이들에게 많은 교훈이 됐을 것”이라며 울먹이는 어린 선수들을 격려하던 부설초 김점권 교감은 김양에 대해 “예원이는 평소 공부도 열심히 하면서도 운동도 잘해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도 좋고 뭐하나 나무랄 것 없는 모범적인 학생”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관중석에는 응원단과 함께 김양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김양의 친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 할머니, 어머니 등 일가족이 응원을 나와 있었다.

양산을 받쳐들고 어린 손녀를 열심히 응원하던 김양의 할머니는 “어릴때 부터 또래 남자애들 보다 성격이 더 콸콸했다”고 자랑을 늘어 놓으시면서도 혹시 다치지 않을까 걱정이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축구 안한다고 다치지 않는 건 아니다. 공부도 열심히 하면서 하고 싶은 것을 찾아 즐겁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웃어 보였다.

교대부설초교 어머니교육협의회 회장을 맏고 있는 김양의 어머니 신소영씨는 “5살때 부터 태권도를 시작해 현재 4품 심사를 준비하고 있을 정도로 기본체력이 좋고 운동신경이 남달랐으며 남자애들과도 곧잘 어울렸다”며 “축구를 무척이나 좋아하고 열심히해 창원에 있는 초등학교 여자축구팀에서 스카웃 제의를 받았었다”고 밝혔다.

신씨는 “주변의 여러곳에서 권유가 있었지만 아직은 축구선수로 성장하기에는 주변환경적인 부분이나 여자로서 무리가 있어 만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진주시체육회 관계자는 “김양이 7살때 모 축구교실에서 잠깐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또래 남학생들보다 실력이 뛰어나 유심히 지켜봤다”며 “김양과 같은 어린 여자선수들이 축구선수가 되지는 않더라도 자기의 꿈을 맘껏 펼칠 수 있도록 빨리 주변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고개를 숙이고 경기장을 빠져 나가면서도 “이기지 못해 아쉽지만 다음에 또 이기면 되죠. 그래도 축구가 제일 좋아요”라며 방긋웃는 김양의 모습에서 유소년 체육의 밝은 희망을 볼수 있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