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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지티브시스템, 한미FTA 협상 성과 아니다
포지티브시스템, 한미FTA 협상 성과 아니다
  • 승인 2006.08.3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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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예정된 한미FTA 3차 협상을 앞두고 있다.
FTA가 선진국 도약을 위한 디딤돌이라는 주장과 강대국 미국의 경제적 속국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다양한 찬반 입장이 팽팽한 가운데, 의약품 분야 역시 한미 FTA의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1차, 2차, 그리고 싱가포르 별도 협상 과정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미국은 과도하게 공격적인 반면 한국은 지나치게 방어적이라는 점이 두드러진다고 할 수 있다.

의약품을 선별해 건강보험에 적용하겠다는 포지티브 시스템은 OECD 국가 중 80%가 이미 도입했고 심지어 미국마저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 미국은 포지티브 도입을 반대할 어떤 명분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2차 협상장을 일방적으로 나가버렸고 포지티브 시스템의 세부 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싱가포르로 한국 협상단을 불러들여 별도 협상을 미국이 제안했고 장소 역시 한국은 스위스를 제안했으나 미측은 자신들이 참석하는 아세안 플러스 회의 장소와 가깝다는 이유로 싱가포르로 제안, 결정됐다.

반면 한국 협상단은 포지티브 시스템 도입이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이미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FTA 협상 테이블에서 포지티브 시스템을 논의하고 있는 수세적인 국면을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

이번 싱가포르 협상 직후인 지난 8월 24일 보건복지부는 국회 보건복지위에 협상 보고를 진행했는데, 두 가지의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유시민 장관은 포지티브 시스템 운영에 따른 미국 제약업체의 불만을 제기할 독립적 이의기구 설치에 대해 “일리가 있다, 다만 보건복지부 테두리 안에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해 사실상 독립적 이의기구 설치에 대한 한국 협상단의 동의 입장을 공식화했다.

또 미국은 이번 싱가포르 협상에서 의약품/의료기기 위원회 설치를 새롭게 제안했다.

전만복 의료분과 협상분과장은 의약품/의료기기 위원회에 대해 “한미FTA 발효 후 합의 사항의 이행과 보건의료 정책에 대해 논의하는 정부 당국자간 협의 채널”이라고 설명했다.

만일 동 위원회가 설치될 경우 미국은 약가조정위원회라는 대한민국 약가 결정 공식 기구에서 한번, 독립적 이의신청 기구에서 두 번, 의약품/의료기기위원회에서 세 번 이렇게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약가 결정에 개입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게 된다.

많은 전문가들이 의약품 분과 협상에서 주된 미측의 요구는 미국의 제약업체가 가지고 있는 특허의 기간을 연장하는 데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정작 미국이 본 카드를 꺼내놓지도 않은 상태에서, 우리나라는 포지티브 시스템 도입을 놓고 지나치게 많은 미국의 요구를 받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한국 협상단이 이런 미측의 요구에 주로 듣는 방식으로 협상이 이뤄져 왔다는 점이다.

지난 싱가포르 협상에서 전만복 협상분과장은 “포지티브 시스템에 대해 우리측 방안을 설명하고, 미측의 의견을 듣는 방식”으로 협상이 이루어졌다고 발언한 바 있다.

보건복지부는 포지티브 시스템이 도입되느냐, 아니냐를 주된 협상의 기준점으로 삼아서는 안된다.

포지티브 시스템 도입 자체는 협상의 성과가 될 수 없다.

보건복지부가 이를 성과로 홍보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보건복지부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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