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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과 삶에 대한 끝없는 열정 … 70, 이제부터 시작!’
‘미술과 삶에 대한 끝없는 열정 … 70, 이제부터 시작!’
  • 승인 2006.08.21 2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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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년만에 두번째 개인전 연 이흥규 화백
“나는 조물주가 남긴 ‘아름다움’의 흠진 부분 땜질”
道문화예술회관서 20일까지 수채화 등 40여점 전시
도청·도교육청·진주시청·남해군청 등에 작품 기증
평생을 미술과 함께 고집스럽게 외길을 걸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원로 화가 이흥규(원안 사진.70.서양화가)화백이 48년만에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20일 오후 이곳 전시실에서 아름다운 자연풍경 가득한 그림을 뒤로 하고 넉넉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이 화백을 만났다.

한국미협진주지부장(1989)과 개천미술대상전 운영위원장 역임했으며 현재 진주미협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의 첫 이야기는 48년전인 1958년 남해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던 일.

남해 출신인 이 화백은 1958년 부산사범대 미술교육과 재학 당시 문화행사가 전무했던 고향에 자신의 미술작품을 전시, 미술문화 저변 확대와 사회봉사활동의 한 방안으로 첫 개인전을 가졌다.

이날 개인전은 남해 출신 부산사대 대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40여점의 수채화, 유화의 구상작품들이 전시됐다.

그는 그때 당시를 회상하며 “58년 당시 남해농고에서 열린 군민 축구대회에 맞춰 운동장 옆 20여평의 교실에서 미술작품을 전시, 많은 남해군민들이 전시회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젊은 시절 고향에서 개인전을 가진 것에 뿌듯해 할만도 하지만 그는 “그때 그림들이 부끄럽다. 아무 철학도 없이 보잘 것 없는 작품이었다”며 지금까지도 자책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것 때문이었을까? 그는 이후 48년동안 작품을 선보이지 않았다. 단 한차례의 개인전을 열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그룹전과 회원전 등은 1년에 10여회를 출품할 정도로 왕성한 작품활동을 펼쳐왔다. 청년작가들의 열정 그 이상의 열정으로 노익장을 과시해 오면서 젊은 후배 작가들에게는 화단의 아버지로 미술협회 등 단체에는 지금도 회원 고문 자격을 떠나 최일선에서 함께 지역 화단을 걱정하고 이끌어가는 참일꾼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2000년 교편을 놓을 때까지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미술과 인생을 가르치며 살아온 그는 교직생활중에도 틈틈이 작품을 그리며 지역화단의 중심에서 서서 미술단체들을 이끈 지역미술계의 산 증인.

미술계에 몸담았던 50여년의 세월, 수많은 자책으로 가득한 그의 기억속에 남아 있는 48년전 전시회를 되돌아보며 마침내 그는 제2의 고향인 진주에서 조심스럽게 두번째 개인전을 개최한 것이다.

서양화가로서 도내에서 유화를 개척한 몇 안되는 원로 화가중 한명인 그는 “조물주가 아름다운 우주를 창조했는데 나는 그 이상을 만들 수 없다”는 구상작가로서 자신의 미술철학을 내비쳤다.

“아름다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 누구도 답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인류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은 인류가 발견하고 가질려고 하면 또 다시 멀리 달아나 있다”며 순수 창작활동은 조물주를 넘어 할수 없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둘러보며 “나는 조물주가 남긴 ‘아름다움’의 흠진 부분을 땜질하는 것 뿐”이라며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자연의 아름다움은 그 모습 그대로가 감동을 주는 것이며, 나는 그 아름다움을 캔퍼스에 옮겨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자 한다”고 밝혔다.

자연을 모체로 더욱 아름답게 꾸미는 구상작가로서 그는 “인류의 이상향은 진, 선, 미에 두고 이를 꾸준히 추구하는 것이기에 작품을 그리되 아름다움을 목표로 창작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도청과 도교육청, 진주시청, 남해군청 등에 자신의 작품들을 기증하며 “나이 70이면 배풀어야 할 나이지만 70 평생 돈벌인게 없어 줄 것이라고는 그림 뿐”이라며 호탕하게 웃어 보였다.

“요즘 60이라는 나이는 청춘이다. 70이라는 나이 또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앞으로 5년, 10년이 될지 모르겠지만 자연이 만들어 놓은 아름다움을 담는데 남은 평생을 바칠 것”이라고 다짐했다.

초대교장이자 마지막으로 교편을 잡았던 남해 제일고등학교에서 우수한 인재가 나와 동상을 놓을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 놓았다며 자연과 사람을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그.

48년만의 개인전이지만 또 자책을 해야 한다며 ‘70, 이제부터(Three score years and then)’라는 이번 전시회 제목처럼 또 다시 ‘아름다움’을 찾아 나서겠다는 아름다운 이 화백.

그의 미술과 삶에 대한 끝없는 열정은 5년후, 10년후 그 언제가 될지 몰라도 그의 개인전이 또 다시 열릴 것으로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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