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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 마법 앞에 '일본은 없다'
히딩크 마법 앞에 '일본은 없다'
  • 승인 2006.06.14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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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 “한국 명예시민 자랑스러워. 4년전 폴란드전과 같은 느낌”
“제2의 모국인 한국과 한국팬들을 위해 일본을 반드시 꺾겠다”던 히딩크 감독의 약속은 결국 이뤄졌다.
거스 히딩크 호주 감독이 지난 12일 오후(한국시간) 독일 카이저스라우테른의 프리츠 발터 슈타다온에서 열린 일본과의 F조 조별리그 1차전서 3:1 대역전 드라마를 연출하며 전세계 축구팬들에게 다시 한번 ‘승리의 마법’을 선보였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과 2002년 한ㆍ일월드컵에서 각각 네덜란드와 한국을 4강에 올려놓았고 호주를 32년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시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히딩크 감독. 자연스럽게 그에게는 ‘마법’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이번 일본전을 앞두고 그의 마법이 또 다시 통할지 관심을 끌었다. 더욱이 객관적인 전력에서 호주가 일본보다 떨어진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여서 그가 어떻게 승리의 마법을 펼칠지 궁금하기만 했다.
전반 중반까지 활기찬 몸놀림을 보이며 경기를 주도하던 호주는 25분 나카무라 순스케에게 ‘어이없는’ 선제골을 내준 뒤 끌려가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히딩크는 대역전승을 위한 마법을 부리기 시작했다.
선제골을 내준 뒤 포백에서 스리백으로 포메이션에 변화를 준 것이 마법의 시작. 후반 들어서는 2명의 수비수를 공격수로 대체하는 과감한 전술을 구사했다. 공격 극대화 전술이다.
사실 이 전술은 생소한 것이 아니다. 한국팀의 사령탑으로 지난 한일월드컵서 이탈리아를 상대로 이와 유사한 전술을 구사해 짜릿한 역전승을 연출, 전 세계 축구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던 바로 그 전술이다.
히딩크는 후반 시작과 함께 총공격령을 내렸다. 어쩌면 “한국팬들을 위해 일본을 꺾겠다”는 그의 약속이 허망한 공수표가 될 수도 있는 무모한 지시였다.
그러나 ‘공격 올인’ 작전은 어차피 일본을 못 잡으면 16강 진출은 물건너 간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벼랑끝 전술이었다. 막강 브라질과 크로아티아에 모두 승리(혹은 1승1무)를 거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히딩크가 배수진을 치고 띠운 마지막 승부수는 마치 마법을 부리듯 경기종료 9분을 남겨 놓고 승부의 추를 돌려놓기 시작했다.
후반 39분과 43분에 케이힐의 연속골이 터지며 순식간에 전세를 뒤집더니 인저리타임에 알로이지가 또 다시 한골을 뽑아내 ‘마법의 대역전드라마’에 마침표를 찍었다.
공교롭게도 케이힐과 알로이지는 모두 후반전에 교체 투입된 선수들이다. 케이힐은 후반 8분 브레시아노와 교체돼 출장했고, 알로이지는 29분 미드필더 월크셔 대신 투입됐다. 일본 수비진의 체력 저하를 간파한 히딩크의 용병술이 마법을 부리듯 멋들어지게 성공한 것이다.
경기후 가진 인터뷰에서 히딩크 감독은 “한국의 명예시민이라는 게 너무나 자랑스럽다. 4년 전 한ㆍ일월드컵 당시 폴란드전에서 승리한 느낌이다”며 감격스러워 했다.
또 그는 골키퍼 차징의 파울성격이 짙은 일본의 선제골에 대해 “첫 골은 분명한 파울이다.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 뿐 아니라 전세계 축구팬들이 지켜봤다”고 따끔한 일침을 놓기도 했다.
지난 2002 한ㆍ일 월드컵에서 “나는 아직 배가 고프다”고 말했던 히딩크의 마법은 2006 독일 월드컵에서는 어디까지 이어질까. 세계 최강 브라질(19일)에도 그의 마법이 통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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