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70년대 식량이 모자라 적은 곡식으로 양을 늘려 먹던 경남의 거제와 부산 기장의 보릿고개 음식 중에 '매집찜'이 있다. 육지의 남새(채소)와 바다에 지천인 고동, 따개비 같은 바위살이 해물과 해초를 한데 넣고 밀가루로 끓여 먹었던 음식이다. 다양한 나물에 전분과 들깻가루를 넣고 걸쭉하게 쪄낸 '나물찜'과 흡사한 매집찜을 '매집'이라고도 한다.
매집찜에 들어가는 재료는 무궁무진하다. 먼저 나물류로 콩나물, 고사리, 고구마 줄기, 정구지, 방아, 죽순, 표고버섯 등과 떡청각, 미역, 톳, 몰, 서실 등 기장 특산 해초류. 삿갓조개, 밀고동, 소라, 대수리('맵사리', '맵딸' 또는 '맵쌀고둥'), 군소 등 해산물. 계절에 따라 이토록 다양한 식재료가 매집찜에 들어간다. 여기에 밀가루와 들깻가루를 넣고 걸쭉하게 조리해 먹는다.
이 매집찜은 국물이 자작하게 있는 것이 국죽이고, 나물찜처럼 되직하게 만든 것이 국찜이다. 국죽은 원래 '나물이나 푸성귀를 넣어 끓인 죽'을 이르는데, '국도 아니고 죽도 아닌 음식'이라 '국죽'이라 한다. 그리고 국죽보다 걸쭉한 음식을 '국찜'이라고도 한다.
"매집은 철마다 들어가는 재료가 다 다르다. 계절마다 나오는 재료를 모두 넣고 만드는 음식이라." 봄에는 햇고사리, 여름에는 방아, 가을에는 청각, 겨울에는 미역 등 각각의 계절 특산물이 들어가므로 계절마다 각기 다른 맛을 내는 음식이다.
봄에는 싱그럽고 풋풋한 맛이, 여름에는 풍성하고 넉넉한 맛이, 가을에는 진하고 농후한 맛이, 겨울에는 바다 내음 그윽한 싱싱하고 상큼한 맛이 어우러져 맛의 잔치를 벌인다.
매집에 따개비와 맵쌀고둥은 쫄깃쫄깃, 밀고동은 부드럽다. 군소가 들어가면 쌉쌀한 맛이 입맛을 돋운다. 콩나물은 아삭하고 고사리는 구수하다. 정구지는 알싸하면서도 해초의 찬 성질을 따뜻하게 데워주기에 서로 잘 어울린다. 밀가루가 들어가 부드럽고, 들깻가루 덕분에 고소한 뒷맛 또한 좋다. 매집은 거제와 기장의 향토음식인데, 생멸치메집찜, '멸칫국죽', '숭어국찜', '붕장어국찜'과 '고등어국찜' 등이 있다.
부산 기장 지역의 전통 향토요리로 매집찜은 집안 대소사나 잔치 등에 오르는 대표 음식 중 하나다. 원래는 보릿고개를 넘으며 주위에 흔한 나물과 해산물, 해초를 한데 넣고 밀가루와 들깻가루를 넣어 끓여 먹었던 음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