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바랄수록 멀어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나는 행복을 '다행'이라 바꿔 불렀고, 행복한 삶의 조건을 '걱정이 적은 삶'이라 정의했다. '좋은 일'이 많은 삶보다는 '나쁜 일'이 적은 삶 말이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담담한 말 중에 '낫 배드(not bad)'가 있다." - 백영옥 소설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살길 바랍니까?"라고 물으면, 거의 대부분 "행복하게요"라는 답이 나온다. 그다음 "행복이 뭔데요?"라고 물으면 '건강, 돈, 사랑, 가족, 좋아하는 일…' 등의 단어로 조합된 상황 답변을 듣게 된다. 행복 자체보다 행복을 유발하는 상황이나 조건에 대한 이야기인 거다. '우연히 일어나는(幸) 좋은 일(福)'을 뜻하는 행복(幸福)이란 말이 행복의 본질을 드러내는 이름이 아니라, 행복을 경험케 하는 조건을 지칭하다 보니 이런 답이 나올 수밖에… 이해가 된다. 그래서 많은 행복의 대가들이 행복은 사람들이 가장 갈망하는 감정이지만, 그것은 추구할수록 멀어질 수 있다고 강조하는 게 아닐까.
선(禪)에서는 행복은 '불행이 없는 것'이라 했다. 불행(不幸)은 '행복이 아닌 것'이니 결국, 행복이란 '행복 아닌 것이 없는 것'이 된다. 결국 매 순간 삶이 행복 아닌 것이 없음에도 우리는 늘 행복을 찾고 있다. 대부분은 이미 행복하다. 그래서 '진정한 행복은 이미 우리 주위에 있는 행복을 발견해 내 프레임에 담아 나의 것으로 만드는 작업'이라는 백영옥 작가의 말이 현실과 맞닿아 있어 가장 와닿는다. 행복해지기 위한 과학적으로 검증된 방법이 행복감을 주는 행동을 자주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미 있는 행복을 발견하기 위해 행복감을 주는 행동의 준거틀, 두 가지를 던져본다.
첫 번째, 행복은 느끼는 거다. 행복이 스스로 움직이진 않는다. 늦게 와준 가을빛 파란 하늘과 흰 구름, 달콤한 금목서 향기, 물소리 바람 소리 등 자연에 내 몸·맘을 내디딜 때 그 아름다움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일에서도 행복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에너지를 쓰고 땀을 쏟는 자체가 고통스런 일이 된다. 우리가 눈 뜨고 있는 시간의 반 이상을 일하고 있는데, 일에서 행복을 못 느낀다면 어디에서든 행복을 느끼긴 쉽지 않을 터. 그래서 진짜 행복의 비밀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는 일을 좋아하는 것이다.
자기 일을 좋아할 때 내가 나를 인정하고, 남도 나를 인정한다. 그럴 때 행복이 따라온다. 조직에서 리더는 구성원들에게 행복의 느낌을 전할 수 있어야 한다. 예로, 리더가 "잘하고 있어요. 00님의 역할은 팀에서 매우 중요해요!"라고 전할 때, 구성원은 일에서 의미를 느끼고 작지만 결코 작지 않은 행복을 전달받는다. 리더십의 핵심이다.
두 번째, 행복은 빈도다. 내가 바꿀 수 있는 작은 행복을 많이 부킹하는 방법이 있다. '부킹 해피니스(Booking Happiness)'라고 하는데, 마음에 하나의 점을 찍을 수 있는 행복의 빈도를 높이는 거다. 삶에서 일어나는 일은 내가 바꿀 수 있는 영역(Controllable)과 바꿀 수 없는 영역(Uncontrollable)의 두 부류가 있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에 집중해서 큰 행복보다 작은 행복들 '부킹 해피니스' 소위 '예약된 행복'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퇴근 후 맥주 한 캔에 땅콩 스무 개와 쥐포 한 마리, 축구 보기 등이다. 행복을 거창한 걸로 생각하지 말자. 행복은 강도보다 빈도다. 리더로서 조직 내에서도 '부킹 해피니스'를 많이 만들면 좋다. 작은 성공을 공유하고 함께 축하하는 자리를 자주 만들어 줄 때 구성원들이 작은 행복을 느끼며 큰 성과로 화답하지 않을까.
"불행과 부정적 성향은 이 행성 위의 병이다." 에크하르트 톨레가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에서 한 말이다. 대기오염이 바깥 차원에 있다면 불행은 내면 차원에 있다 했다. 오늘 하루, 내면에 이미 있는 진정한 행복을 몸·맘으로 충분히 느끼기를. 작은 행복을 많이 부킹하기를. 행복한 삶의 조건은 '낫 배드(Not Bad)'임을 알아차리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