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명 선생 탄신일 진주 기업가 수도 선포일로
"LG, GS, 효성 등 진주 지수 초교 출신 우연아냐"
지면으로 읽는 일곱 번째 강의
제7기 경남매일 CEO아카데미
강사: 정대율 경상국립대 경영대학 학장
주제: 'K-기업가정신의 뿌리를 찾아서'
세상을 선도하는 리더들의 배움터, 경남매일 CEO아카데미가 선선한 가을 바람과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배경으로 정신을 갈고 닦았다. 10월의 멋진 밤에 한 데 모여 상아탑을 쌓았다. 배우는데 힘쓰는 CEO들은 힘든 경기 상황 등 위기에도 기업을 반석 위에 올려 놓고야 만다. 고대 희랍의 대서사시 오딧세이아 주인공은 온갖 역경을 딛고 고향으로 돌아 온다.
한눈을 가진 거인 퀴클롭스의 포악함도 이겨내고 배를 타고 강을 건널때 하프를 연주하며 유혹하는 세이렌의 유혹도 이겨낸다. CEO들은 그런 존재다. 경남매일 CEO아카데미는 퀴클롭스보다 강한 힘을, 유혹에도 빠지지 않는 지혜를 준다. 모험을 통해 성장하고 살아남아 고향으로 금의환향하는 영웅서사시의 주인공, 경남매일 CEO아카데미 기업인들이 바로 그들이다.
지난 8일 김해중소기업비즈니스센터 연회장에서 'K-기업가정신의 뿌리를 찾아서'라는 주제로 경상대학교 경영대학 학장 정대율 교수가 명강연을 펼쳤다. 기업가 정신이란 무엇일까. 기업가는 어떤 정신을 가져야 하는 것일까 숙고하게 하는 명강연이 펼쳐졌다. CEO들은 한국 자본주의의 모태가 된 기업가들의 사상이 한 유학자의 사상에서 비롯됐음을 깨닫고 무릎을 치며 공감했다.
경의사상, 인재·실천 강조
대한민국의 기업가 정신이라고 하면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는 용기와 밟아도 밟아도 끊임없이 돋아나는 잡초같은 끈기가 떠오른다. 현대그룹을 만든 정주영 회장의 "해봤어?" 정신 등이 국민들의 마음 속에 떠오를 수 있다. 그러나 정대율 교수는 남명 조식 선생의 경의사상이 기업가 정신의 원류라고 강조했다. 경의(敬義)는 문자의 뜻대로 하면 의로움에 항상 깨어있음을 의미한다. 의롭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인仁(인재제일, 인화경영), 의義(합리주의, 정도경영), 예禮(고객지향, 에티켓, 경청), 지智(통찰력, 기회포착, 기술혁신, 도전과 개척), 신信(믿음과 신의, 신뢰경영)으로 집약할 수 있다.
경으로서 마음을 곧게 하고 의로써 내 바깥을 반듯하고 방정하게 한다. 영어로는 마인드풀니스(mindfullness)이다. 내가 나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것, 일종의 명상(meditation)이 경의다. 남명 조식 선생은 수렴청정을 하며 어린 명종 임금 뒤에서 "감놔라 배놔라" 하면서 나라를 시끄럽게 한 문정왕후를 매섭게 비판했다. 시골의 한 선비 조식 선생이 상소문을 써서 "궁중의 과부 하나가 나라를 시끄럽게 한다"는 취지의 돌직구를 날렸다.
그런 선비가 조식 선생이다. 당시 봉건시대에 임금의 어머니에게 이런 상소를 한다는 것은 목을 내놓는 각오를 하지 않고서는 안된다. 유학자의 나라, 조선은 놀랍게도 그런 선비를 살려두고 그에게 제자들이 들불처럼 모인다. 조식 선생의 제자들은 의병장이 됐다. 유학의 사변적인 도그마에 빠지지 않고 조식 선생의 제자들은 실천했다. 왜적들과 칼을 들고 직접 싸웠다. 그 실천의 정신이 경의사상이기도 하다. 의병장 곽재우도, 정인홍도 남명 선생의 제자다.
정 교수는 "삼성그룹 호암 이병철 회장, LG와 GS그룹 창업주 연암 구인회 회장, 효주 허만정 선생의 아들 허정구, 허준구, 허신구 회장, 효성 창업주 만우 조홍제 회장은 모두 유학자 집안 후손으로 사람을 중시하는 경과 의로운 뜻을 품었으면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는 의를 강조한 사상에 깊은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들 대한민국 기업가들의 뿌리같은 인물들은 모두 진주 지수초등학교를 졸업했다. 이곳에 K-기업가센터가 설립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진주는 이북에는 평양, 이남에는 진주라고 할 만큼 큰 도시다. 전국 팔도 '목'이라는 조선 행정구역 중 가장 큰 곳이 진주였다고 한다. 당시 한양 인구가 43만명인데 진주목이 전체 목 중에서 제일 크며 현재의 동래구까지 관장했다고 한다.
특히 진주 승산마을은 "경상도는 몰라도 승산마을은 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름난 곳이다. 승산마을은 GS그룹 허만정 선생의 집, LG구인회 회장 생가 등 많은 부잣집들이 집성돼 있다. 의령군의 솥바위 근처 20리에 세 개의 부자 가문이 나온다는 전설은 근거 없이 나오는 말이 아니다.
지신정 허준 선생의 업적도 이번 강연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근검절약으로 만석꾼이 된 허 선생의 아들 허만정은 진주여고의 전신인 일신여고를 설립했고 허만정의 아들 허완구(승산그룹 회장)는 학교에 100억 원을 희사했다.
승산마을 허씨들과 구씨들은 새벽별을 보며 일할 정도로 부지런했으며 거친 세파 속에도 살아남을 정도로 겸손했다. 허씨와 구씨간에 혼맥을 맺어 화합했으며 지역에 굶는 사람이 없도록 했다고 한다. 이러한 진주시에 조규일 시장은 남명 선생이 태어난 7월 10일을 기해 진주를 기업가수도로 선포했다. 서부경남에 기업인들이 많이 배출된 것의 사상적 근원이 합천서 출생한 남명 조식 선생의 경의사상이며 대한민국의 기업가 정신의 뿌리 진주를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기업가정신 정규교과 과정에 넣어야
대한민국은 기업가 정신을 가르치지 않는 나라다. 정 교수는 이를 안타깝게 여겨 여러 방면으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정식 교과과정에서 기업가정신을 가르치는 나라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교육은 기껏해야 안정된 직장인 공무원을 배출하고, 좋은 직장 얻는 인재를 만드는데요, 사농공상의 깊은 사상에서 상공인들을 천시하는 풍조가 저변에 깔려 있는 것이지요"라며 "일본 파나소닉 창업주 마쓰시다 고노스케가 세운 정경학교, 미국 제약회사 카프만 재단, 스위스, 핀란드 등 나라들은 기업가 정신을 필수적으로 배운다"며 "이들이 100년 기업의 기초 저변이 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끝으로 기업이 성장하는 것은 곧 국가경제가 성장하는 것이며 4차산업혁명 시대 혁신기술 개발, 부의 창출을 통한 사회적 환원과 분배는 기업가 정신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대한민국 기업가역사관' 건립을 포부로 강연을 마무리 했다.
조식 선생의 경의 사상은 삼성의 사업보국 및 인재양성, LG그룹의 도전정신과 인화정신으로 이어졌다. 오늘날 K-기업가정신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 특정 의대 등 학과 쏠림 현상을 막을 수 있는 핵심 사상이 기업가 정신이다. 정 교수는 "일본 오사카 오사카상공회의소 건물 지하에 위치한 기업가박물관처럼 진주에 K-기업가 정신 박물관을 만들어 청소년도 기업가 정신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