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06 11:28 (수)
변화하는 'BIFF', 기대 주는 내년 영화제
변화하는 'BIFF', 기대 주는 내년 영화제
  • 김중걸 기자
  • 승인 2024.10.09 23: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중걸 편집위원
김중걸 편집위원

10일간 '영화의 바다'의 항해는 끝을 향하고 있다. 아시아 최대 영화제인 2024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11일 폐막을 앞두고 있다. 아쉬움을 내년 30회 영화제에 대한 기대와 희망으로 애써 달랜다. 날씨마저 도와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90%가 넘는 좌석 점유율을 기록하며 관객들의 뜨거운 성원을 얻었다.

지난 2일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출연진과 관객이 함께 관람했던 개막작 '전, 란'은 평단과 관객의 고른 호평을 받았다. 넷플릭스 즉, OTT 영화의 개막작 선정 논란에도 대중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는 데는 성공을 한 셈이다. 독립영화를 개막작으로 하는 관례를 부산국제영화제가 29년 만에 그 틀을 깨고 OTT 영화를 개막작으로 선정하면서 영화계를 뜨겁게 달구었다. 시대 변화에 따른 대중성을 택했다는 영화제 측의 개막작 선정 배경이 설득력을 얻은 셈이다.

OTT 영화 '전, 란' 개막작 상영은 부산국제영화제가 그동안 아시아 독립영화를 개막작으로 상영해 온 관례에 맞지 않는 데다 극장에서 상영되지 않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영화를 부산국제영화제의 얼굴을 삼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반대론자들의 주장으로 영화제 개막 전부터 뜨거웠다. 박도신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대행은 "OTT 여부를 떠나 작품성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상업영화이지만 전쟁과 혼란의 시대를 다룬 '전, 란'이 관객들에게 꼭 소개하고 싶은 작품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전 세계적으로 OTT 플랫폼이 영화계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한 가운데 이미 베를린, 베니스 등 세계 3대 영화제들이 OTT영화에 문을 열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역시 변화하는 영화 시장에 발맞추려는 의지로 보인다. 박광수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도 개막작 선정 배경을 거들었다.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박 이사장은 "국제영화제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잘 모르는 분이 많은 것 같다"며 OTT 영화 상영 반대론자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해외 영화제, 특히 중요한 영화제는 개막작을 좀 쉬운(대중적인) 것으로 한다"며 "개막작을 상영하는 자리에는 영화를 전문적으로 보는 사람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도 들어오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그런데도 부산국제영회제가 계속 그것(독립영화를 개막작으로 하는 관례)을 고집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올해 개막작에)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것(대중적인 개막작)이 정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은 (극장에서 개봉하면) 흥행이 안 된다는 소문까지 날 정도다. 그만큼 개막작이 재미없다는 것"이라며 "안 그래도 관객이 극장에 안 가 문제인데 관객을 더 놓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극장용이 아닌 OTT 영화를 개막작으로 상영한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극장 영화도 나중엔 TV에서 보지 않는가. 그것을 뒤집은 것일 뿐"이라며 "TV용 영화를 (개막작으로 선정해) 극장에서 상영하는 것도 괜찮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박 이사장은 '칠수와 만수'(1988)로 대종상영화제 신인감독상과 로카르노국제영화제 청년비평가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한 영화감독이다. 이후 '그들도 우리처럼'(1990), '베를린 리포트'(1991), '그 섬에 가고 싶다'(1993),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1995) 등 굵직한 작품을 잇달아 내놨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처음 개최된 1996년부터 3년간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초석을 놓은 원년 멤버다.

박 이사장은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직도 처음에 내가 만든 포맷 그대로 남아 있다"며 "이런 식의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가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30회를 맞는 내년 영화제부터는 확 달라질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지난 30년 동안 영화계도 엄청나게 달라졌고 시대와 사람이 바뀌었다"며 "이제 변화해야 할 시점이다. 영화제가 너무 오래 같은 자리에 머물러 관료화된 느낌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변화가 있을 것이다. 전폭적으로 개념 정리부터 다시 해야 하는데 그냥 두고 보는 것도 있다"며 "(오는 11일) 폐막 기자회견 때 설명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 맛집 뷔페다. 애정 장르를 넘어 다양한 장르를 경험할 좋은 기회다. 편식이 좋은 식생활이 아니듯 영화 감상 역시 한 장르에 천착하기보다 다양한 장르 영화 보기를 통해 세상을 보는 시선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세상에는 나쁜 벌레는 없듯이 나쁜 영화는 없다. 단지 다를 뿐이다. 다름을 알면 세계관이 확장되고 인종, 국가 간 갈등도 사라지게 된다. 시간에 맞춰 보게 된 다큐 '1958-1989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은 전쟁 중인 중동 등 세계사에 눈을 뜨게 되는 경험이었다. 내년에는 커뮤니티비프, 포럼 등 다양한 프로그램 참가도 다짐하게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