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눈살 찌푸리게 하는 특권 폐지해야
민주화 운동은 국민 몫, 특권 내려놔야
환경변화에도 손톱 밑 기득권 간과하는
언론과 정치권, 국민의 신뢰 회복 시급
경남 출신 장기표 선생이 우리 곁을 떠났다. 선생은 '시대의 몽상가'라는 비판에 대해 "나는 지독한 현실주의자"라며 맞섰다. 언론이 신뢰받지 못하고 정치가 사이비가 거짓과 위선으로 판치는 이 땅에서 해방된 '진정한 민주화 운동가' 장기표 선생의 명복을 빈다. 특권 폐지 운동으로 생을 마감한 선생님을 영원한 재야로 부르는 그것은 헌신과 시대정신에 있다. 민주화 운동과 노동운동에 헌신한 절제된 삶, 시공을 넘은 비판은 대통령, 국회의원 등을 가리지 않았고 국민 눈높이가 잣대였다.
선생님의 국회의원 특권 폐지 운동도 그렇지만, '대통령 예우법'에 대한 비판 운동을 요구하는 등 투병 중인 것도 모르고 덧붙인 게 못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민주화 운동에도 진짜와 가짜의 차이는 확연하다. 북한 문제에 대해선 한없이 위축되고 초라해지는 종북 좌파들의 일반 군상들과 달리, 고(故)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은 22일 별세하기 전 병상에서 "통일 대한민국을 위해 흔들림 없이 나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민주화 운동의 동지이자 반려였던 아내 조무하 여사는 "살 만큼 살았고,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았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건 생명을 가진 인간의 의무이자 순리. 그러니 울지 마라"라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고 전했습니다.
장기표 선생은 '진짜' 민주화 운동의 결정체이다. 1945년생인 선생은 마산공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법대 재학 중, 전태일 열사의 분신을 계기로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서울대생 내란음모 사건, 민청학련 사건, 청계피복노조 사건,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5·3 인천 사태, 중부지역당 사건 등으로 9년간 옥살이를 하고 12년간 수배 생활 등 간첩 사건에 연루되지 않은 인사 가운데 가장 오랜 수배 생활과 옥살이를 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50년이 넘는 긴 시간 학생·노동·시민운동에 헌신한 그는 구소련 붕괴 후 제도권으로 간 재야의 동지들과 달리 추구하는 정치, 진보정당 운동을 고집했다. 그러나 총 7차례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모두 떨어졌다. 세 차례 대통령 선거에도 출마를 선언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해 '영원한 재야'로 불리는 선생의 발자취, 그보다 더 중요한 삶을 남긴 건 주창해 온 시대정신이었다.
선생은 찌든 삶의 팍팍함이 바닥이었지만, 문민정부 당시, '민주화 운동 관련자 보상법'이 제정돼 13억 원에 달하는 보상금을 청구조차 하지 않았다. 민주화 운동 보상금을 "파렴치한 짓"이라며 거부하고, 정치 권력이 된 좌파 진영과 귀족화한 노동계를 '운동권 사쿠라'라고 질타했다. "농민, 노동자 등 모두가 자기 영역에서 국가발전에 이바지하는데, 민주화 운동 좀 했다고 보상금을 받는 게 말이 되느냐"는 메시지에는 고개가 숙여진다. 청년 시절 민주화 운동을 무슨 훈장처럼 재탕·삼탕 우려먹고, 심지어는 위안부 할머니를 후원한다며 국민에게 돈을 거둬 횡령이나 하던 이들이 '진보' '민주화 세력'이라며 완장을 찬 기이한 정치판의 민낯에는 가림막도 없다. 이들은 장기표 선생이 보여준 '돈보다 명예, 물질보다 정신'의 가치를 절반이라도 본받아야 한다.
장 원장은 생전에 국회의원 특권 폐지 운동에도 헌신했다. 1억 5000만 원이 넘는 연봉에 180가지가량의 특혜를 누리며 정쟁을 일삼는 국회를 그냥 두고는 저출산 1위, 자살률 1위의 대한민국을 구원할 수 없다고 믿었다. 실제 정쟁만 일삼는 국회의원들에게 항공기 비즈니스석에 KTX 특실까지 나랏돈으로 제공하고 국회가 열리지 않아도, 심지어 구속돼 감방에 있어도 세비가 나오는 걸 이해할 국민은 많지 않다.
그의 셈법에 따르면 국회의원 실질 연봉은 세비, 후원금 등을 합쳐 5억 원이 넘는다. 반면 그의 월수입은 국민연금과 베트남 참전 수당 등 합해 220만 원 정도였다.
또 우리니라 대통령은 감옥에만 가지 않으면 퇴임 후 풍족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다. 재임 연봉의 95%에 달하는 비과세 연금과 4억 원의 예우 보조금, 비서진과 차량, 해외여행, 의료, 병간호 지원금까지 세금으로 지급된다. 여기에 더해 문재인 전 대통령은 뭐가 그리 무서웠는지 경호 시설 대지 매입과 신축에 60억 원이 넘는 혈세를 투입했다. 그리고는 경호원을 3배로 늘렸다. 65명의 경호를 받는 문 전 대통령은 보통 사람들 눈에 어떻게 비칠까?. 퇴임 대통령 예우법, 눈꼴 사납다. 퇴임이 아닌, 권력의 상징으로 비친다. 미국 퇴임 대통령, 영국 총리에겐 사저 매입이나 신축, 수리에는 국민 혈세(나랏돈)를 쓰지 않는다. 지원도 거의 없다. 여행경비까지 지원해주는 우리나라 대통령은 대체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하기에 세계 최고 수준의 예우를 받는 걸까? 그는 암 투병 중 인터뷰에서 진보·보수 이념을 초월, '합리적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치권의 편 가르기에 편승하거나 맹목적으로 지지해선 안 된다, 국민이 깨어 있어야 한다."라고 했다. 페이스북에 남긴 마지막 말씀은 정치 개혁 열정으로 가득했다. "정치로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지 못하고 가는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영원한 청년이요, 혁명가였다. 그의 기원대로 이 나라 정치에 대반전이 일어나길 바라며, 장기표 원장의 안식을 빈다. 장기표 선생이 남긴, 또 하나의 과제 특권 폐지 운동은 우리에게 남겨진 마지막 메시지이며 국민운동으로 이뤄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