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가 중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동북아물류플랫폼 유치 프로젝트에 대해 최근 기후재난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서로 연관성이 없는 얘기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리 동떨어진 것도 아닌 것 같다.
동북아물류플랫폼 유치는 김해시가 민선8기 들어서면서 핵심사업으로 추진하는 프로젝트다. 한때 시청의 현관에도 동북아플랫폼을 반드시 유치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문구가 내걸리기도 했다. 국토부가 트라이포트와 연계한 복합물류 기반 구축, 배후권역 개발, 고부가가치 물류산업 육성 등 미래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국가 스마트 물류플랫폼 구축 용역을 추진 중인 데 착안한 전략이다. 이를 위해 분야별 전문가들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고 물류의 거점으로 최적지임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국가 기반 시설인 가덕도 신공항, 부산·진해 신항만이 인접한 배후도시로 부·울·경 경제권 및 SOC 기반 시설의 지리적 중심지임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시의 기본구상은 총면적 14㎢ 부지 내에 물류분야의 전자상거래 유통물류단지, 국제물류단지 등을 구축하고 RE100산단, 식품유통가공단지, 도시첨단산업단지 등의 산업시설 등을 조성하는 것이다. 여기다 연구개발(R&D)센터, 복합 컨벤션센터, 주거시설 등도 포함돼 있다.
문제는 김해시가 구상하고 있는 동북아물류플랫폼사업 후보군에 대규모의 논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21일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김해 곳곳에서 큰 피해가 난 가운데 막대한 담수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논이 사라질 경우 기후재난이 더욱 빈발해질 것이라는 강한 우려가 그것이다. 김해환경운동연합이 최근 보도자료를 내고 김해시 동북아물류플랫폼 사업 중단을 촉구하고 나선 것도 이런 연유다.
김해환경운동연합은 "폭우로 김해시는 하천이 범람해 부원동 쇄내마을 주민들이 행정복지센터로 즉각 대피했는데, 쇄내마을은 김해시가 추진 중인 동북아물류플랫폼 사업지구 안에 있는 논으로 둘러싸인 마을"이라고 밝혔다.
동북아플랫폼사업으로 투수층인 논 420만 평을 없애고 아스팔트 콘크리트 바닥으로 덮어 아파트, 산업단지, 물류센터의 거대도시로 확장한다면 더 큰 수해재난이 발생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나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단체는 동북아물류플랫폼 예정지 논의 저수 용량을 3억 6000t으로 계산하면 김해시가 두 번이나 시도하려다 실패한 토목 공사인 저수용량 129만t 김해 시례댐을 280개 짓는 홍수 예방 효과가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만약 동북아물류플랫폼사업으로 이곳이 비가역적인 불투수층으로 변모할 경우 시민이 세금으로 감당해야 할 홍수 대비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1년 동안 벼가 자라는 물의 깊이를 27㎝로 보고 국내 논 면적 134.5만㏊를 곱하면 36억t에 이르는 담수효과가 있다. 농협도 한 때 신토불이를 슬로건으로 내 걸며 논의 경제적 환경적 가치를 적극 홍보 했던 기억이 새롭다.
한경대 식물생명환경과학과 김태완 교수의 연구자료를 인용하면 논에 가둬놓은 물이 증발하면서 대기 온도를 떨어뜨리는 잠열 현상으로 냉방기 가동을 대체할 수 있는 비용이 1일 10㎡당 1만 700원에 달한다.
논에 담긴 물이 폭염 해소에도 기여한다는 얘기다. 최근 유례없는 기록적 폭염과 호우가 일상화하고 이로 인한 수해는 더욱 빈발할 개연성이 높은 시대에 시가 목을 매어 추진하는 동북아플랫폼프로젝트의 궤도에 대한 진지한 검토도 필요해 보인다. 경제적 효과와 물류플랫폼에 사라지는 논의 기후대기적 효과를 두고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최소한 논을 그대로 두어야 한다'는 환경단체의 주장에 왠지 무게가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