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도회, 대원 스님 추대 "오욕 청산"
"방장은 선거 아닌 추대 돼야 마땅"
합천 해인사(주지 혜일 스님)가 30일 제10대 방장 선출을 위한 산중총회를 앞두고 권력 다툼으로 양분됐다.
현 방장 원각 스님과 대원 스님 두 스님 중 해인사 차기 방장이 30일 정해질 예정이다. 이를 두고 조계종과 해인사에서 두 세력이 나눠져 갈등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본격적인 갈등은 지난달 9일 해인사 보경당에서 열린 교구종회에서 방장 원각 스님에 대한 불신임안 의결이 나온 것에서 비롯됐다.
당일 교구종회는 방장 원각 스님이 '승풍 실추' 등을 일으켰다는 이유로 불신임안을 가결했다.
총림 최고 어른인 방장에 대한 불신임은 해인사 역사상 전례 없는 일이었다.
이에 대해 이틀 후 해인총림 예경실은 즉각 반박, "본사 주지가 정치적인 행위를 하고 있다", "(혜일 스님이) 종헌종법을 위반했다"는 등 내용을 담은 입장문을 냈다. 또 '해인사 안정과 해인총림 수호를 위한 산중 원로중진 특별대책위원회(이하 특대위)'가 조직돼 혜일 스님을 총무원 호법부에 고발했다.
이러한 치열한 갈등 양상은 차기 방장 선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재 방장 원각 스님을 중심으로는 특대위가 꾸려졌으며, 이에 대응해 대원 스님을 방장으로 추대하는 해인총림 문도 협의회(이하 문도회)가 꾸려졌다.
원각 스님과 대원 스님은 10여 년 전에도 방장 자리를 두고 경쟁한 바 있다.
지난 21일 문도회는 입장문을 내고 "학산 대원 대종사를 (차기 방장으로) 추대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또 26일에는 "방장 원각 스님이 대법원에 현응을 '훌륭한 스님'이라고 탄원하는 것에 충격과 실소를 금할 수 없다"며 "30일은 산중총회가 해인총림의 지난 고통과 오욕의 시간을 청산하는 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5일 특대위는 서울 조계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림 안정화'를 위한 현 방장 원각 스님의 재추대를 촉구했다. 26일 특대위 수석부위원장 원학 스님은 "현 주지 스님이 방장 스님을 불신임하는 것은 초법적 하극상이며 이는 해인총림 전통과 질서를 해치는 행위"라고 하며 "특대위는 해인사 수행 전통을 지키고 총림 위상을 회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방장과 주지 간 갈등이라는 보기 드문 다툼이 방장 선출로까지 이어지는 모습이다. 해인사의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지난해 해인사 주지였던 현응 스님의 성추문 사건으로 인해 조계종과 해인사에서 혼란이 있었다"면서 "이번 사건은 현응 스님에 대한 책임을 방장 스님에게까지 묻는 것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또 "다만 이번 다툼의 근본적인 발단 원인은 현응 스님의 성추문 사건이 아닌, 조계종 내의 권력다툼의 일환이라고 본다. 처음에 물러난 스님들이 있었고, 그다음이 현응 스님, 그다음이 원각 스님 차례가 아니겠나"라고 귀띔했다.
이번 산중총회에 대해 해인사의 한 스님은 "방장 스님은 선거가 아닌 추대로 세워야 한다. 선거라는 것은 이겨야 하는 것으로, 그 결과가 어떠하든 모양이 좋지 않은 것"이라고 하며 "해인사의 문제가 사회로 확대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