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유아 식판 소비자 인기 얻어
옥수수전분 등 100% 자연 소재
장기간 변형 없는 내구성 확보
철저한 성분 분석 신뢰도 높여
"투자 통해 제품 다양화 할 것"
인류의 플라스틱 과잉 사용으로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넓은 바다에 플라스틱 쓰레기산이 생기고, 식수·식재료 등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돼 우리의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다. 우리 입 속에 들어가는 음식을 담는 식기 역시 플라스틱 또는 플라스틱 일종인 멜라민으로 만들어 진 게 대다수다. 플라스틱에 뜨거운 물질이 닿으면 환경호르몬이 발생해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탈플라스틱을 철학으로 환경호르몬 없는 안전한 식기를 만드는 곳이 있다. 김해에 있는 곡물 식기 제조 기업 ㈜자연동화(대표이사 배병옥)는 100% 자연 유래 소재로 식기를 제작한다. 주력 제품은 유아 식판과 컵 종류다.
유아 식판은 면역력이 약한 유아의 건강과 환경호르몬 노출을 우려한 엄마들에게 인기가 높다. 입소문을 타고 온라인 공동구매가 늘어나는 추세다. 컵 제품은 공공기관 등에 공급되며 스타벅스 등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 납품을 준비하고 있다.
배병옥 대표는 "자연동화의 곡물 식기 제품 제작에는 쌀, 옥수수전분, 감자·고구마 전분, 셀룰로오즈(섬유소), 단백질 등 바이오 매스 유래 천연고분자원료를 쓴다"며 "여기에 오랜 기술연구 끝에 개발한 독창적 제조기법을 가미해 오래 써도 깨지거나 변형되지 않는 내구성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배 대표는 자사 제품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자신한다. 그러기에 성분 분석을 최우선으로 한다. "원재료가 100% 자연 소재기 때문에 공신력 있는 기관에 성분 분석을 의뢰하면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호르몬이 나오지 않는다"며 "친환경을 지향한다고 했다가 성분 분석에서 잘못된 부분이 나오게 되면 살아남을 수가 없기에 고객 신뢰도 강화 차원에서 성분 분석을 자주 실시한다. 원재료에 신경을 많이 쓸 수 밖에 없다"고 그는 강조했다.
플라스틱에 비해 곡물 식기는 제조에 여러가지 어려움이 따른다. 플라스틱은 쉽게 구할 수 있으며 가격도 저렴하다. 또한 예쁘고 다양한 모양의 식기를 대량으로 쉽게 찍어낼 수 있다. 반면 곡물 식기에 들어가는 천연고분자원료는 가공 과정이 까다롭고 원가도 높다. 소량 생산할 수 밖에 없을뿐더러 불량품 비율도 높다. 컵 표면에 인쇄할 때 쓰는 잉크조차 친환경을 고수한다.
배 대표는 "옥수수전분, 셀룰로오즈, 단백질 등을 혼합한 뒤 물, 온도를 맞춰 반죽한다. 냉동과 해동을 반복한 다음 건조를 거쳐 가공이 쉽도록 준비한다. 이를 금형으로 찍어낸다"고 제작 과정을 설명했다. 옥수수전분은 다른 곡물에 비해 가공성이 좋아 항상 함유된다.
지난 정부에서 종이컵 규제 등 탈플라스틱 정책을 폄에 따라 배 대표도 곡물 식기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처음엔 종이컵을 대체할 친환경 컵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 정부에서 종이컵을 1회용품 규제 대상에서 철회해 수요처가 급감했다. 느슨해진 플라스틱 규제에 친환경 제품 인기 가도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배 대표는 "정권에 따라 정책이 오락가락해 안타깝다"면서 "친환경은 분명한 사회적 이슈며 희소성을 갖고 있다. 머지 않은 미래에 친환경 바람이 거세게 불면 대기업 등 경쟁자들이 이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크다. 경쟁자가 쫓아오기 전에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인용 식판으로 제품군을 확대해 군부대나 뷔페식당 등의 시장을 공략해나갈 것이라 밝혔다.
이어 "현재는 다양한 제품을 만들 수 없어 친환경을 지향하는 소비자들의 기호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며 "투자를 유치해 다양한 제품을 기획하고, 자동화 라인 등 설비를 확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친환경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소비자 의식구조가 바뀌어 갔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플라스틱 소비를 줄여나가면 우리 건강은 물론 지구를 보호함으로써 미래 세대에 이로움을 줄 수 있다. '나 하나쯤이야'가 아닌 '나부터'라는 인식 전환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자연동화는 최근 조달청 혁신 제품지정 인정을 받아 향후 3년간 공공부문 조달시장에서 다양한 혜택을 받게된 데 이어 농림축산식품부 녹색기술제품지정, 중소벤처기업부 연구개발사업 선정 등 뛰어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