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5 00:10 (화)
물류 이야기⑤ 커피와 콜드체인
물류 이야기⑤ 커피와 콜드체인
  • 경남매일
  • 승인 2024.09.25 21: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제홍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개발본부장
김제홍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개발본부장

커피의 기원지는 에티오피아라는 것이 통설이다. 그 지역에서만 이용되다가 18세기 아랍 상인들에 의해 상품화가 되고 19세기 서아시아와 유럽으로 퍼지면서 기호식품으로 자리 잡았다. 무역 통계에 의하면 석유 다음으로 많이 거래되는 것이 바로 커피로, 전 세계 사람들은 하루 16억 잔의 커피를 소비한다.

우리나라에서 커피가 대중화된 시기는 한국전쟁 이후다. 미군이 주둔하면서 그들의 기호식품이 우리 생활 속으로 파고든 것이다. 커피는 로스팅과 블렌딩 정도, 관리와 운송 기간에 따라 다양한 맛과 풍미를 내기 때문에 즐기는 사람들이 많고 소통 매개체로서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커피 브랜드 가운데 자바, 자메이카, 케냐, 콜롬비아, 브라질 등 원두가 생산된 지역 이름을 딴 것이 많이 있다. 이렇게 먼 나라들에서 들어온 커피가 가공되어 언제든지 마실 수 있게 된 것에는 무슨 배경이 있었을까? 에드워드 흄스(Edward Humes)는 그의 책 'Door to Door'에서 '커피 한 잔은 9만 킬로미터를 달려온 원두들의 융합상품'이라고 했다. 커피가 생산된 곳에서 9만 킬로미터를 달려오게 한 것이 바로 '물류'이다.

자료에 의하면 커피콩은 11%~14%의 수분 함량을 유지할 경우 휴면 상태가 되어 그 특유의 성분과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만일 수분함량이 그 이상이면 커피는 휴면상태에서 호흡상태로 바뀌게 되어 효소활동이 일어나고 점차 상품의 질이 떨어진다. 자료에 의하면, 잘 건조된 생두는 3년, 로스팅된 원두는 3개월, 분쇄된 원두 가루는 3일 이내에 소비해야 원래의 맛이 유지된다고 한다. 커피의 품질을 유지하려면 상품의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저온유통시스템(콜드체인)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국내 커피 시장은 전문점과 소매로 나눌 수 있다. 믹스커피 등 소매 시장 규모가 수년째 2조 원대에만 머물고 있으니 커피 전문점이 전체 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지난 2022년 기준, 커피 전문점은 약 9만 5000개로 편의점 수(5만 400개)보다 무려 4만 개 이상 많다.

커피 전문점의 성장은 까다로운 '커피물류'가 동시에 성장했기 때문이다. 초창기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자사의 인력과 시설을 활용해 물류를 해결했지만 매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물류창고와 인력을 추가 확보해야 하는 비효율적 상황에 직면했다. 물류창고와 배송을 물류전문기업(3PL)에 위탁하는 것은 경영 효율과 품질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필연적 선택이다.

실제로 스타벅스를 비롯한 투썸플레이스, 커피빈 등 시장점유율 상위 5개 커피 프랜차이즈 가운데 4곳이 전문적인 '커피 물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커피 물류는 진입장벽이 높다. 품질 유지를 위한 콜드체인과 재고 폐기 문제 등 일반 물류에 비해 까다로운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상품이 배송되기 전까지 보관, 포장, 배송 등 각 과정에서 항상 적정한 온도를 유지해야 하므로, 이를 위해 센터 전체가 거대한 냉장고가 되어야 한다

참고로, 커피를 맛있게 마시는 팁이 있다. 먼저, 금방 로스팅된 커피라도 산소, 습기, 고온은 피해야 한다. 로스팅된 커피는 산소와 만나면 산패가 되고 습기가 많으면 곰팡이류가 생긴다. 주위의 온도가 높으면 가스의 활동이 활발해지기 때문에 콩 내부의 향미들이 달아난다.

커피를 갈면 가스와 함께 향미가 날아가므로 가급적 추출 직전에 분쇄하는 것이 좋다. 막 분쇄된 커피 가루에 뜨거운 물이 닿으면 커피 안에 있던 가스를 밀어내 커피 거품이 부풀어 오르게 된다. 분쇄된 지 하루만 지나도 거품이 올라오지 않는 이유는 향미를 보호하는 세포벽이 파괴되기 때문이다.

커피를 보관하기 위해 밀봉하는 것보다는 최대한 산소를 차단하는 것이 좋으니 커피 전용 밀폐용기를 구해서 보관하는 것이 좋다. 가끔 냉동실이나 냉장고에 넣어두는 사람들도 있는데 넣었다 뺐다 하면서 결로현상이 생겨 습기를 머금게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