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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루스 대왕의 파토스 리더십
키루스 대왕의 파토스 리더십
  • 경남매일
  • 승인 2024.09.24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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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는 자신의 소명을 스스로 깨쳐야
조직의 운명을 남에게 의존하면 안 돼
좋은 복종 얻는 비결은 현명함에 달려
전쟁에선 속임수를, 평소에는 정의를
많이 배우되 독창적 전술 개발 중요
감성 호소해 존경 얻고 복종 끌어내야
허성원 변리사
허성원 변리사

페르시아 제국을 세운 키루스 대왕의 리더십과 가치관은 아버지 캄비세스 왕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크세노폰의 '키루스의 교육'에 따르면, 키루스가 청년으로 성장하였을 때 외할아버지 아스티아게스가 죽고 외삼촌 키악사레스가 메디아의 왕에 올랐다. 아시리아가 주변 나라들과 동맹을 맺고 메디아를 공격하려 할 때, 키루스는 페르시아 지원군의 총사령관이 되어 메디아를 돕는 원정길에 나섰다. 캄비세스는 키루스를 국경에까지 배웅하며 많은 대화를 나눈다.

캄비세스는 먼저 이렇게 말했다. "아들아, 신의 뜻을 다른 사람을 통해서가 아니라, 반드시 네 자신이 직접 보고 들어서 알아야 한다. 다른 예언자들이 신의 징조를 왜곡하여 말하는 것에 휘둘리지 말고, 그들을 통하지 않고도 신의 징조를 스스로 해석하여 알 수 있어야 한다." 리더는 남을 통하지 않고 자신의 소명을 스스로 깨쳐야 한다는 말이다. 소명이 있어야만 비전을 세울 수 있고, 그 비전의 힘으로 조직을 이끌 수 있기에, 소명 인식은 리더의 가장 기초적인 덕목이다.

이어서 "자기 자신을 힘써 단련하여야 하지만, 다른 사람들을 잘 이끌고 그들의 부족함을 채워주며, 그들이 맡은 바 제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하자, 키루스는 "통치자가 신민들과 다른 점은, 그들보다 편안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미리 내다보고, 힘들고 어려운 일에서 누구보다 앞장 서야 한다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대답하여, 리더의 사명과 역할을 잘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보급품의 준비 상황에 관련하여, 키루스는 외삼촌 키악사레스가 보급을 충분히 책임져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캄비세스는 키루스를 책망한다. "아들아, 너는 키악사레스의 자금을 믿고서 네 군대를 이끌고 원정을 떠난다는 말이냐? 만약 그의 자금이 부족해지거나 거짓말을 한 것이라면, 너는 네 군대에 필요한 것을 어떻게 마련하려고 하느냐?" "옷이나 식량이 없거나 병사들이 병들고 복종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뛰어난 전술이 있다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자신과 조직의 운명을 결코 남의 손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분명한 가르침이다.

'사람들을 복종하게 만드는 방법'을 묻자, 키루스는 "최상의 유인책은 복종하는 사람에게 칭찬과 상을 주는 반면 복종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불명예와 처벌을 주는 것"이라고 답한다. 이에 캄비세스는 "아들아, 그건 강제적인 복종 방법이다. 그보다 훨씬 더 좋은 지름길 즉 자발적으로 복종하게 하는 길이 있다. 사람들은 자신보다 더 현명하게 자신의 이로움을 챙겨주는 사람에게 기꺼이 복종하는 법이다. 환자가 의사에게, 배로 탄 사람들이 선장에게, 낯선 곳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그들을 인도하는 사람들에게 기꺼이 복종하려 애쓰는 것과 같다." 상벌에 의한 강제적인 복종이 아닌 자발적인 복종의 가치가 진정으로 귀한 것임을 일러주고, 그런 복종을 얻는 최상의 방법은 '그들보다 더 현명해지는 것'이라고 한다.

이에 키루스가 "어떻게 하면 현명하게 보일 수 있을까요?"라고 물으니, 캄비세스가 답한다. "아들아, 현명한 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진정으로 현명한 자가 되는 것 외에 달리 지름길은 없다. 무능한 농부가 유능한 척하거나 어설픈 의사나 연주자가 전문가인 척하려면, 얼마나 많은 술수를 부려야 하겠니? 그런 속임수는 곧 밝혀지고 말거야. 그래서 무엇이든 필요한 지식은 어디서든 배우고 항상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현명함은 위장할 수 없고 현명함에 쉽게 이르는 지름길도 없다. 오직 부단한 노력만이 해결책이라는 일러준다.

전쟁에서 이기는 법에 대해서도 말한다. "항상 적을 이기고자 한다면 사기꾼과 도둑과 강도처럼 아주 교활하고 영악하게 기만하고 속내를 숨기며 종잡을 수 없게 행동하는 데서 적보다 뛰어나야 한다." '전쟁은 속임수'라는 말이니, 손자병법과 마키아벨리 군주론에서도 실질적으로 같은 가르침이 있다. 하지만 이렇게 덧붙인다. "아들아, 싸울 때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하지만, 평소에는 세상에서 가장 정의롭고 가장 법을 잘 지키는 사람이어야 한다." 전쟁 상황에서는 속임수나 편법이 불가피하다 하더라도, 리더가 이끄는 조직은 정의와 법의 굳건한 바탕 위에 서지 않고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단히 창의적으로 노력하여야 한다고도 가르친다. "너는 많은 것을 배워 알고 있지만, 그에 그치지 않고 네 나름의 전술을 부단히 개발하여야 한다. 음악가가 배운 곡 외에 신선한 곡을 작곡하여 연주해야만 칭송을 받는 것처럼, 전쟁에서도 새로운 전술일수록 더 칭송을 받고 적을 더 잘 속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덧붙였다. "너는 병사들이 잘 복종해주기를 기대하지만, 병사들 또한 네가 그들을 철저한 전략으로 이끌어주기를 기대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밤이든 낮이든 병사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하면 좋을지를 생각해야 한다." 전술이 반드시 적을 향한 것이 아니라 병사들을 잘 통솔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것임을 일러주었다.

또한 '백성들의 사랑을 얻는 법'에 대해, 키루스가 "그들을 이롭게 해주면 된다."고 대답하니, 캄비세스는 "아들아, 사람들에게 항상 이득을 얻게 해주기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좋은 일이 일어났을 때 함께 그들과 함께 기뻐하고, 나쁜 일이 생기면 그들과 함께 슬퍼해라. 그들이 고통 받을 때 성의껏 돕고,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걱정하고 예방하려 애써야 한다."라고 하였다. 가슴으로 공감하는 감성의 리더십이 그들을 물질적으로 이롭게 해주는 것보다 더 강력한 힘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 것이다.

그리고 "백성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더위든 추위든 힘든 것을 그들보다 더 잘 견뎌야 한다."고 하면서, "통치자와 백성의 신체는 동일하지만, 동일한 고역이라고 해서 동일한 고통을 느끼는 것이 아니다. 통치자는 항상 자신의 명예를 인식하고 백성들의 시선을 의식하기 때문에, 주어진 고역에 대한 고통은 훨씬 가볍게 느껴지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리더에게는 명예와 책임감이 있기에, 그들이 리더에게 부과된 짐과 고통을 경감시켜 준다고 한다.

정리하자면 캄비세스가 가르치고자 한 리더십의 요체는 공감 혹은 감성에 기초한 파토스 리더십에 있다. 이 파토스 리더십은 논리(로고스)나 권위(에토스)보다는 백성이나 병사들의 감성에 호소하여 그들의 존경과 사랑을 얻고, 강압적인 통제 없이 자발적인 행동과 복종을 이끌어내는 고도의 통치술이다. 결국 페르시아 제국을 건설한 에너지의 근원은 전적으로 리더의 파토스 리더십이라 하여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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