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4 23:21 (월)
[제190차 김해경제포럼] 소셜벤처 성공, '용기·가치'에 달려… 제품엔 스토리 담아야
[제190차 김해경제포럼] 소셜벤처 성공, '용기·가치'에 달려… 제품엔 스토리 담아야
  • 이수빈 기자
  • 승인 2024.09.22 2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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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 기업 운영 통해 취약계층에 사회서비스·일자리 제공
생산·유통 비용 줄인 생리대 '산들산들' 저소득층 소녀 기부
판매 수익금 해외 학교 조성·빈민층 아이들 지원 활동 꿈꿔
'스토리텔링' 중요 … 우리 회사 제품 사줘야 할 이유 만들어야
아이들 교육 제공 위한 슬로건 '소비 통한 기부문화 정착'
지난 20일 김해 중소기업비즈니스센터 대연회장에서 열린 제190차 김해경제포럼 참석자들이 이지웅 업드림코리아 대표이사의 강의를 듣고 있다.
지난 20일 김해 중소기업비즈니스센터 대연회장에서 열린 제190차 김해경제포럼 참석자들이 이지웅 업드림코리아 대표이사의 강의를 듣고 있다.

주제 '사회적 가치를 통한 지속가능한 기업의 성장 노하우'

강사 이지웅 대표이사(업드림코리아)

제190차 김해경제포럼이 '사회적 가치를 통한 지속가능한 기업의 성장 노하우'를 주제로 지난 20일 오전 7시 김해 중소기업비즈니스센터 5층 대연회장에서 열렸다. 이날 홍태용 김해시장, 김창수 김해시의원, 김재원 김해연구원장, 정창훈 경남매일 대표이사, 정영철 농협김해시 지부장, 김양숙 BNK경남은행 상무 등 100여 명이 함께했다.

강단에 선 이지웅 대표이사는 참석한 지역 리더들에게 "여러분은 왜 이 일을 하십니까?"라며 첫 질문을 던졌다. 사회적 기업 성공을 이루고, 스타트업 생태계 육성을 위해 힘쓰고 있는 이 대표는 스타트업을 시작하게 된 배경과 어떤 가치를 지니고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 자신의 경험담을 솔직하게 풀어갔다.

그는 우리나라의 '소셜벤처' 대표 주자다. 소셜벤처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한 기업을 말한다. 창의성을 기반으로 일반 기업과 같은 영업을 통해 취약계층에 사회서비스나 일자리를 제공한다.

소셜벤처기업 '업드림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이 대표는 여성 생리대 '산들산들'을 제작·판매한다. 그는 지난 2016년 저소득층 소녀들이 생리대를 구입하지 못해 깔창 생리대를 쓴다는 이야기를 듣고 생리대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시장조사에 나서 우리나라에서 생리대가 유독 비싸다는 것을 확인한다. 이에 생산과 유통 구조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줄여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해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에 필요한 자금 마련을 위해 크라우드 펀딩에 나서 1억 4000여만 원을 모았다.

좋은 원료를 쓰고 뛰어난 기능을 가진 고품질의 생리대를 합리적 가격에 내놓는 데 주안점을 뒀다. 또 생리대 하나를 사면 하나를 저소득층 소녀들에게 기부하거나 판매 수익으로 해외에 학교를 짓고, 빈민층 아이들을 지원하는 '소비를 통한 기부문화 정착'을 꿈꿨다.

이 대표는 "생리대를 아무리 많이 팔아도 판매를 위해 발생하는 높은 유통 수수료, 대형 광고에 들어가는 비용 등을 제하면 흑자도산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래서 기업 간 거래(B2B)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산들산들' 생리대는 현재 현대자동차 본사와 울산공장의 모든 여자 화장실에 비치돼 있다. 현대차가 작은 스타트업과 도급계약을 맺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 대표는 "현대차는 한 자동차 광고에 여성 임직원의 성공이라는 스토리를 담았다. 이에 제안서를 보냈다. '이런 스토리로 광고를 할만큼 여성 임직원 복지에 관심이 많은데 여자 화장실에 생리대는 왜 없나요'라고 말이다. 그러자 현대차 측에선 나의 제안서를 보고 '여자 화장실에 생리대가 왜 필요한가'라고 되물었다. 그래서 여성에게 월경은 자기 의사와 관계없이 나타나는 생리현상 중 하나며 이것이 근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남자 화장실에 휴지가 있듯이 여자 화장실에도 생리대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이 제안을 현대차 측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현대차와 같은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계약을 맺는 것은 흔치 않은 사례라고 그는 언급했다.

이지웅 대표이사가 사회적 가치를 통한 지속가능한 기업의 성장 노하우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이지웅 대표이사가 사회적 가치를 통한 지속가능한 기업의 성장 노하우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이 대표는 '스토리를 잘 만들어 파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흔한 제품이라도 유명인이 사용했다면 가치가 커진다. 제품에 다양한 스토리텔링이 들어가면 가치가 무궁무진해진다. 우리 회사 제품을 사줘야 할 이유를 만드는 것이다. 이것에 몰두했다"라며 "이런 고민 없이 무작정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많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당신이 자영업과 스타트업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묻는다. 대부분 자유로워서, 부자가 되고 싶어서, CEO가 멋져서라고 답한다. 돈을 쉽게 벌 거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아니다"고 했다.

지난 2015년 군대를 전역한 후 캄보디아로 떠났다. 첫 번째 목표는 캄보디아 빈민층을 위한 집을 짓는 것이었다. 서울에서 내 집을 가지지 못할 바에 캄보디아에 집을 짓자라는 일념으로 한 채당 80만 원을 들여 '집 집짓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활동을 하며 누군가를 돕는 게 가치가 있는 것임을 이 대표는 실감했다. 그러면서 '지속가능성'을 구상했다.

이 대표가 순탄한 길만 걸은 것은 아니다. 첫 시작은 패션브랜드 런칭이었다. 장애인,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택해서 패션모델로 세웠다. 그러나 정부의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서 관심을 받지 못하며 차가운 현실을 맞이했다. 소셜벤처 경연대회에 연이어 지원했지만 실패를 되풀이했다. 투자자들 앞에서 창업 기획안 발표를 할 때면 항상 "이지웅 대표는 체육을 전공했는데 왜 패션을 하나요, 전문성이 떨어지네요, 경력이 없네요, 고향을 떠나 굳이 서울에서 창업을 왜 하나요"라는 부정적인 답을 들으며 모든 사업에서 탈락했다.

그는 "기획안 발표 등을 할 때 떨면 안 된다. 심사위원 앞에서 당당하게 비즈니스 모델을 설명해야 한다. 실력으로 보여줘야 한다. 많은 기업가들이 스피릿과 파이팅을 가졌으면 한다"면서 "소셜벤처를 하기 위해서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용기는 겁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겁이 나도 하는 것, 두려워도 가는 것,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나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고 힘줘 설명했다. 용기를 갖고 난관을 극복한 이 대표는 '산들산들' 브랜드로 성공 가도를 달린다.

현대차, SK, 한국야쿠르트 등 국내외 대기업과 NGO 계약을 이룬 핵심 전략으로 그는 "B2B거래 핵심은 내가 원하는 것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주는 것이다"고 일러줬다. "기업에서 우리 생리대를 사야 하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우리 제품을 사면 기업 이름으로 아이들에게 기부가 된다. 나아가 전국에 209개 생리대 자판기를 운영해 취약계층 아이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며 기업과 마케팅 프로그램을 협업해 광고도 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임직원 복지 강화는 물론 CSR(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 효과도 얻어 일석이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셜 미션, 스토리가 있어야 대기업을 상대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지속가능한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소비를 통한 기부문화 정착'이라는 미션을 만들었고 기업의 슬로건으로 삼았다"며 "사업가에게 허세와 교만은 독이다.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은 소명을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여러분들이 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 설렘과 미션을 오랫동안 간직했으면 한다. 중요한 것은 좋은 자동차, 높은 매출액, 남들의 시선이 아닌 꿈이다"고 말했다.

강의가 끝난 후 이지웅 대표이사(앞줄 왼쪽 네번째)가 홍태용 김해시장 등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강의가 끝난 후 이지웅 대표이사(앞줄 왼쪽 네번째)가 홍태용 김해시장 등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그는 "창업과 사업을 하는 과정 과정은 어려움의 연속이다. 어려움을 극복하는 열쇠는 자신이 하는 일의 중요성을 믿는 것과 자신이 하는 일이 많은 사람들에게 가치를 주고 있음을 아는 것이다. 이 두 가지가 최고의 회사를 만드는 기반이 된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이를 꼭 염두에 뒀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안전한 생리대를 합리적인 가격에 팔고, 유통채널에 안 들어가는 대신 그 수수료와 회사 수익으로 아이들에게 생리대를 전달하는 것이 제 소명입니다. 정상에서 다시 만납시다"고 밝히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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