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안전 강화 뒤 테라스 늘상 개방
환자가족 "환자 관리 부실 병원 탓"
병원 "도의적 책임, 법적 잘못 없어"
요양병원의 한 치매 환자가 테라스형 피난구로 탈출하려다 추락하는 사고가 있었는데 과도한 요양병원 화재 안전 규제가 중증 치매 환자 안전에는 되레 허점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해시 한 요양병원에 입원 중이던 50대 치매환자 A씨가 병원 복도 테라스형 피난구에서 탈출을 시도하다 추락해 발목 골절상을 입었다.
A씨의 친누나인 조경애 씨는 19일 본지 제보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A씨는 지난해 7월 26일 김해 한 요양병원 4~6인 병실에 입원 중이다가 2층 복도 테라스를 통해 뛰어내려 오른쪽 발목 골절상을 입었다. 2층 복도 테라스형 피난구는 높이가 7~8m에 달한다.
조경애 씨는 "치매 동생을 잘 관리해 달라고 병원에 맡겼다. 병원에서 문을 잠궈 놓지 않은 부주의가 크다. 화재 대비를 위한 방화문이라 잠궈 놓을 수 없다고 하더라도 병원측이 환자 관리를 잘못한 과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본지 기자가 19일 병원 내부를 확인하니 병원 각 층마다 4㎡ 규모의 철제 난간을 갖춘 2개의 테라스형 피난구가 있었다. 유리문 피난구 출입구는 열쇠로 잠글 수 있지만 소방법에 따라 항상 열어둬야 한다.
A씨가 병원에서 수차례 탈출을 시도한 바 있고 공격성을 보이는 치매 환자기에 병원측에서는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는 게 조씨 주장이다.
A씨는 추락 사고 뒤 응급 수술을 받고 부산의 한 병원으로 옮겨 사지를 묶인 채 1년 간 투병하다가 지난 7월 사망했다.
문제는 밀양 세종요양병원 화재 사건 뒤 화재 안전 건축 규제가 강화돼 대피소가 늘었지만 A씨처럼 공격성을 보이는 중증 치매 환자 등에 대한 안전 허점이 발생하는 것이다.
소방서 관계자는 "A씨처럼 공격성을 갖춘 중증 치매환자의 탈출 사고 등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화재가 났을 때 문이 자동으로 열리도록 하는 자동개폐장치를 설치하고 평상시에는 전자식으로 병원 관계자만 문을 열고 닫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있지만 법규상에는 항상 열어둬야 한다고만 돼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병원측 관계자는 "입원할 당시부터 보호자가 공격성을 보이는 중증 치매 환자임을 병원에 밝혔다면 더 잘 대응했을 것인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스스로 뛰어내리려고 작정한 환자를 무슨 수로 잡아둘 수 있나. 도의적인 책임은 다소 있지만 법적인 잘못이나 책임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