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5 21:48 (화)
치매환자 피난구서 추락… 요양병원 '규제 허점'
치매환자 피난구서 추락… 요양병원 '규제 허점'
  • 신정윤 기자
  • 승인 2024.09.19 2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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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스형 피난구 자동개폐장치 필요
화재 안전 강화 뒤 테라스 늘상 개방
환자가족 "환자 관리 부실 병원 탓"
병원 "도의적 책임, 법적 잘못 없어"
요양병원 2층 테라스형 피난구에 유리 출입문과 화재 구조를 위한 구조대가 갖춰져 있다.
요양병원 2층 테라스형 피난구에 유리 출입문과 화재 구조를 위한 구조대가 갖춰져 있다.

요양병원의 한 치매 환자가 테라스형 피난구로 탈출하려다 추락하는 사고가 있었는데 과도한 요양병원 화재 안전 규제가 중증 치매 환자 안전에는 되레 허점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해시 한 요양병원에 입원 중이던 50대 치매환자 A씨가 병원 복도 테라스형 피난구에서 탈출을 시도하다 추락해 발목 골절상을 입었다.

A씨의 친누나인 조경애 씨는 19일 본지 제보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A씨는 지난해 7월 26일 김해 한 요양병원 4~6인 병실에 입원 중이다가 2층 복도 테라스를 통해 뛰어내려 오른쪽 발목 골절상을 입었다. 2층 복도 테라스형 피난구는 높이가 7~8m에 달한다.

조경애 씨는 "치매 동생을 잘 관리해 달라고 병원에 맡겼다. 병원에서 문을 잠궈 놓지 않은 부주의가 크다. 화재 대비를 위한 방화문이라 잠궈 놓을 수 없다고 하더라도 병원측이 환자 관리를 잘못한 과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본지 기자가 19일 병원 내부를 확인하니 병원 각 층마다 4㎡ 규모의 철제 난간을 갖춘 2개의 테라스형 피난구가 있었다. 유리문 피난구 출입구는 열쇠로 잠글 수 있지만 소방법에 따라 항상 열어둬야 한다.

A씨가 병원에서 수차례 탈출을 시도한 바 있고 공격성을 보이는 치매 환자기에 병원측에서는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는 게 조씨 주장이다.

A씨는 추락 사고 뒤 응급 수술을 받고 부산의 한 병원으로 옮겨 사지를 묶인 채 1년 간 투병하다가 지난 7월 사망했다.

문제는 밀양 세종요양병원 화재 사건 뒤 화재 안전 건축 규제가 강화돼 대피소가 늘었지만 A씨처럼 공격성을 보이는 중증 치매 환자 등에 대한 안전 허점이 발생하는 것이다.

소방서 관계자는 "A씨처럼 공격성을 갖춘 중증 치매환자의 탈출 사고 등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화재가 났을 때 문이 자동으로 열리도록 하는 자동개폐장치를 설치하고 평상시에는 전자식으로 병원 관계자만 문을 열고 닫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있지만 법규상에는 항상 열어둬야 한다고만 돼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병원측 관계자는 "입원할 당시부터 보호자가 공격성을 보이는 중증 치매 환자임을 병원에 밝혔다면 더 잘 대응했을 것인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스스로 뛰어내리려고 작정한 환자를 무슨 수로 잡아둘 수 있나. 도의적인 책임은 다소 있지만 법적인 잘못이나 책임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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