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화물역, 도심 속 자연 연구소 탈바꿈
자원 절약 및 재활용 친환경 운영 눈길
지역단체 및 기업 지속 가능성 연구 이어져
어린이, 전문가 맞춤 자연 속 친환경 교육
기후 위기가 날로 심각해지는 오늘날 사람들은 지속 가능한 삶을 꿈꾸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민들이 행복한 환경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라는 모토 아래 파리 근교 팡탱(Pantin)에 위치한 '라 시테 페르틸(La Cite Fertile)'에서는 기후 변화에 맞서 새로운 생산과 소비 방식을 실험하는 사람들의 열정이 피어나고 있다. 탄소 배출을 줄이고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며, 모두가 더 나은 세상을 그려 나가고자 하는 한마음으로 척박한 도시 속 비옥한 미래의 토양을 만드는 희망이 싹트고 있다.
'비옥한 도시'라는 뜻을 담은 라 시테 페르틸은 지난 2017년에 도시 생태 복원을 목표로 탄생한 생태문화 공간이다. 프랑스 국영 철도청(SNCF)의 도시 전환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버려진 화물역을 친환경 생태 지구로 단숨에 탈바꿈시켰다. 친환경 연구소, 공유 텃밭, 온실, 양봉장, 녹색 정원에 이르기까지 지속 가능한 도시를 위해 모인 고민들은 친환경 마을이라는 새 희망의 문을 열었다. 현재 라 시테 페르틸의 1헥타르의 대지 위에는 약 250여 종의 나무와 식물이 푸르름을 뽐내고 있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작은 식물 하나하나에도 자연과 공존하려는 사람들의 깊은 성찰이 담겨있다.
하나부터 열까지 친환경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운영 철학은 라 시테 페르틸 곳곳에서 묻어난다. 에너지를 절약하고 부족한 녹지 공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녹색 지붕, 자연 친화적인 생태 화장실과 퇴비화 시스템, 흐르는 빗물을 저장해 재사용하는 빗물 저장 탱크 등 다양한 친환경 기술이 각 공간에 스며들어있다. 게다가 이곳에서는 지역단체 및 기업과의 협력 아래에서 자원 절약과 재활용, 생물 다양성을 촉진하는 연구 또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이들의 뜻이 모여 도심 속 진정한 친환경 도시를 만들어낸 셈이다.
함께 일하고, 먹고, 놀고, 정원을 가꾸는 모든 과정에는 자연과 공생하려는 이들의 진심이 녹아있다. 라 시테 페르틸은 지역사회 문화 단체들과 협업해 다양한 문화 예술 프로그램 또한 선보인다. 지역민들과 함께 환경 및 사회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워크숍과 컨퍼런스를 비롯해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푸드트럭, 지역 아티스트들과 협업한 친환경 아틀리에와 전시, 예술 상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친환경을 실천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거기에 흥을 돋우는 힙합 및 테크노 같은 다양한 음악 공연들도 더한다. 푸르른 텃밭과 쌓아 올린 볏짚을 배경으로 신나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은 라 시테 페르틸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독특한 풍경이다. 딱딱한 토론의 장을 넘어 축제 속 나누는 웃음에서 자연과 공생을 꿈꾸는 사람들의 자유와 유쾌함을 느낀다.
라 시테 페르틸은 자연 속 배움의 장을 새롭게 열어간다. 지난 2018년부터 제공하고 있는 친환경 단체 운영자 양성 교육 프로그램은 지속 가능성과 생태학의 가치를 중심으로 친환경 도시로의 변화의 속도를 높이기 위한 전문 교육이다. 친환경 교육은 어른뿐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전해져 지역 초등학교와의 협업 아래 일주일에 한 번 어린이 맞춤 친환경 교육이 제공된다. 이 교육은 아이들이 텃밭과 공유정원에서 직접 자연을 체험하고, 식물의 생명주기, 토양 속 생물, 폐기물과 퇴비의 순환 등 다양한 생태계 원리를 배우도록 마련됐다.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모두가 작은 힘을 모아 함께 만들어가는 라 시테 페르틸과 함께 세상은 오늘도 한층 더 비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