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 '본원'과 경남·울산·부산·호남 '5개 본부' 체제
시험인증·연구개발 두 축으로 기자재 기업과 국책과제 수행
배정철 원장 "컨테이너 제조산업 활성화 운송 주권 확보해야"
"앞으로 국내 해운물류산업의 안정화를 위해 국내에서도 컨테이너 박스를 대량 생산할 수 있도록 산·연·관의 발 빠른 공조가 시급합니다."
우리나라 해운물류산업에서 컨테이너 박스 수급 문제가 컨테이너 운송 경쟁력에서 걸림돌이 되고 있다. 세계 무역의 90%가 해상을 통해 이뤄지면서 컨테이너 박스는 가장 많이 사용되는 운송수단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항만의 자동화, 물류시스템의 디지털화 등이 컨테이너를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올해 원양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 대비 3.1% 증가가 예상되는 등 해운물류산업에서 컨테이너의 중요성은 날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컨테이너 박스의 95%가 중국에서 제작되면서 우리나라가 운송 주권을 위협받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컨테이너 박스 국내 제작이 시급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배정철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KOMERI) 원장은 최근 집중 거론되고 있는 컨테이너 박스 국내 제조와 관련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우리 해운선사가 컨테이너 박스 부족으로 우리나라 수출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국내 선사에서 필요한 컨테이너 박스의 절반 정도라도 국내에서 생산 공급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절박성을 강조했다.
배 원장은 "국내에서도 컨테이너 박스를 대량 생산할 수 있도록 산·연·관의 발 빠른 공조가 필요하다. 우선 컨테이너 박스 생산기술지원센터를 구축해 생산기술 및 국제규격에 따른 시험평가를 지원해야 한다. 중국 제품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을 위해서는 디지털 트윈기술을 바탕으로 완전 무인화 생산라인을 설계하고 운영해야 한다"며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은 제조·생산된 컨테이너 박스의 시험, 인증기관으로 제조업체 등의 지원을 위해 인증시설 구축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산업기술혁신촉진법 근거 2001년 설립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이하 KOMERI)은 2001년 설립됐다. 산업기술혁신촉진법에 근거해 조선해양기자재의 기술개발, 시험인증 등의 종합적인 지원을 통해 조선해양산업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산업통산자원부 산하 전문생산기술연구원으로 설립됐다. KOMERI는 미래 조선해양산업의 신성장 동력인 친환경선박, 자율운항선박, 수소추진선박,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선제적 기술개발과 시험인증 기반을 조성하고, 국제표준화 활동을 통해 우리나라 조선해양산업의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해외 시장 다변화를 위해 신남방·신북방 기술협력사업을 기획,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국제 협업을 통한 기술혁신에도 노력하고 있다. KOMERI는 조선해양산업의 미래 변화를 선도하고, 신성장 기술개발을 주도하며, 국제공인시험인증서비스의 고도화를 통해 세계적인 조선해양 분야 전문연구기관으로 도약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은 2001년 설립 이후, 2009년 5월 전남 분원, 2022년 4월 양산본부, 제주센터 설립 등으로 이어졌다. 부산 영도 본원과 함께 부산본부(녹산, 미음)와 울산본부, 경남본부(거제, 양산), 호남본부(목포, 군산) 등 5개 본부 체제로 7개 도시에 분산돼 있다. KOMERI 근무 직원은 260여 명에 이르고 있다. 이들 중 연구인력 비중은 전체의 80%로 꾸준하게 그 수를 유지하고 있는 등 연구 중심 기관으로 성장하고 있다.
'산업기술혁신촉진법' 아래 설립된 18개 연구기관 중 KOMERI의 2023년 예산은 약 793억 원으로 세 번째로 큰 규모다. KOMERI가 많은 예산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국가적으로 중차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는 의미다.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 조선해양 산업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대목이다.
'시험인증'과 '연구개발' 두 축으로 사업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 사업은 크게 '시험인증'과 '연구개발'로 나뉜다. KOMERI는 2003년 최초 한국인정기구(KOLAS, Korea Laboratory Accreditation Scheme) 인정을 획득해 조선해양기자재 기업 제품 성능테스트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전 사이트에서 KOLAS 공인시험설비를 갖추고 △수중생물·선박평형수처리 △LNG기자재 △방폭·고전압·전동기 △재료분석·인장·압축 △환경·신뢰성 △전자파·전기안전·조명 △진동·음향·충격 △화재·열관류 △수질 분야 등 시험인증을 하고 있다. 또한 KOMERI는 국내 조선해양기자재 기업에서 개발한 제품이 선급으로부터 인증 받을 수 있도록 부산을 비롯해 전 지역의 기자재 기업들을 대상으로 수출역량을 강화하고, 제품 수주 확대를 위해 △제품 인증을 위한 애로기술 △신규규격 기술 △인증 지원체계 구축 △국제인증 획득 △벤더등록 등을 지원하고 있다.
연구개발 분야는 △국가연구개발사업 △기술이전 및 사업화 △시뮬레이션·해석 △엔지니어링 △국제·한국산업표준 개발 △국제협력 사업추진 △해양수산기자재 분야 등에서 조선해양기자재기업과 함께 국책과제를 수행하며 밀착지원을 하고 있다.
연구원 중점 추진 사업
최근 IMO(국제해사기구)에서 오는 2050년까지 글로벌 환경 규제(탄소배출 제로) 선언에 따라 선박연료의 친환경에너지로의 전환은 필수가 됐고, 탄소 배출이 없는 무탄소 에너지원(암모니아, 수소 등)을 사용하는 선박 엔진, 연료공급장치 등의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 우리 KOMERI는 지난 2022년부터 10년간 미래 친환경 선박기술에 대한 세계적 기술 선도를 위해 산업부와 해수부의 지원으로 '친환경선박 전주기 핵심기술개발사업'을 통해 무탄소(암모니아) 선박 및 전기추진을 포함한 하이브리드 추진 선박의 핵심기술 개발과 개발된 기술의 육·해상 실증 및 국제표준화 등 기업들과 함께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지난 5월에는 대체연료본부(경남 거제)에서 선박용 액체수소 실증설비 구축사업을 수주하고, 중소형미래선박본부(전남 목포)에서 친환경 선박용 암모니아 연료공급장치 및 시스템 실증기반구축사업에 선정돼 미래 친환경 선박 시스템 기술 선도 및 시장 주도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KOMERI에서 여러 척 선박 건조
대표적으로 올해 12월 인도를 목표로 건조 중에 있는 다목적해상실증선박이 있다. 이 선박은 제품개발 및 육상성능검증이 완료됐으나 선박 적용을 위해 필요한 사용실적(Track record)의 부재로 시장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조선해양기자재기업의 시장진입기반을 제공하기 위해 시작됐다. 17K DWT(Deadweight Tonnage) 벌크선으로 최신 2행정 고압 이중연료 추진엔진을 탑재해 온실가스 배출규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지난해 9월 해양수산기자재 실증용 9.77t 다목적 어선이 건조돼 국내 산·학·연 기관들과 협력해 개발한 첨단 해양 기자재 4종(어군탐지기, 디지털레이더, 통합 네비게이션, 사고기록 장치)에 대한 해상 실증을 수행하게 됐다. 지난 1월에는 전기추진 기자재 실증선이 출항했다. 이 선박은 소형선박용 전기추진시스템에 적용되는 전력공급원 추진모터 및 인터버·컨버터 등 전기추진 시스템 핵심기자재의 실증 지원에 활용된다. 조선해양 설치운송 인프라 구축사업으로 건조 중에 있는 선박과 유사한 모형의 플로팅도크는 육상운송이 제한적인 대형구조물의 해상운반 지원 및 건조(진수) 지원에 활용되고, 반잠수식 중량물 운반지원 인프라로 막바지 건조 중에 있다.
컨테이너 박스 제조·시험평가 인증체계 구축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 속에서 선도적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KOMERI는 앞서 소개한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에 대한 발빠른 대응에서 봤듯이 또 하나의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바로 해상운송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컨테이너 제조 및 시험평가 인증 체계 구축이다.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필수요소인 컨테이너 박스는 현재 95% 이상이 중국에서 제작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2000년대 들어서며 제조원가 경쟁에서 밀려나 국내 생산이 중단된 후 전량 외국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특정 국가에 집중된 생산 및 수급 구조를 개선해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해야 하며 단순 가격경쟁에서 벗어나 기후변화 및 탄소 중립에 부응하는 스마트 컨테이너를 개발 생산해야 한다. 최근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은 부산 소재 S사와 함께 무전원 제습 기능의 20%이상 경량화된 컨테이너 개발에 성공했다. 이런 기술을 활용해 국내에서도 컨테이너 박스를 대량 생산 할 수 있도록 산·연·관의 신속한 협력을 통한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며 우선 '컨테이너박스 생산기술지원센터'를 구축해 생산 기술 및 국제규격에 따른 시험평가체계를 지원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제적 가격경쟁력을 위해서 트윈기술을 바탕으로 완전 무인화 생산라인 설계 및 구축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KOMERI는 우리나라에서 하루빨리 최신 컨테이너 박스 생산 공장이 가동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조선해양기자재산업 경쟁력 제고
최근 국내 조선해양산업은 친환경 선박 수요증가에 따라 고부가가치 선박의 수주가 늘어나는 등 고수익 선종에 특화된 수주로 인해 슈퍼 사이클 구간으로 진입했다고 하지만 그 파급효과가 고스란히 조선기자재산업으로 나타나고 있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중국이 조선해양기자재 후발주자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조선해양기자재산업의 국제적인 경쟁력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조선기자재산업이 조선산업의 하청산업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하나의 독립된 산업군으로 정부 정책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우리나라 조선해양기자재가 초격차 경쟁력을 가져야 국내외 선박 건조 현장에 우리 기자재를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이렇게 돼야 조선해양기자재산업을 유지하고 또한 국가 경쟁력도 함께 유지할 수 있다.
KOMERI는 최근 각 사업본부의 명칭을 지역명 대신 기능·역할 기준으로 개편하고, 본부별 중복된 시설과 인력을 재배치하는 내부 정비를 통해 연구 효율성을 제고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향후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또한 산학연관 협력을 통해 학계와 정부, 기업, 연구기관 등 중간자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며 특히, KOMERI가 조선기자재업계의 최후의 보루라는 각오로 기업과의 소통, 신뢰 강화를 위해서 기업에게 먼저 다가간다.
조선해양기자재 연구로 해양강국 기여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 제8대 배정철 원장은 한국해양대에서 박사학위 취득 후 선박용 무선 통신 장비 제조업체세서 15년간 항해통신 장비 개발 등을 담당하며 연구소장과 부소장을 역임했다. KOMERI로 옮겨 시험인증센터장, 전기전자 본부장, 미래전략본부장, 경영기획실장 등 주요 보직을 거치고 2020년 7월부터 3년간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을 이끌어 왔다. 조선해양분야 기관장으로 이례적으로 2023년 7월 연임이 확정돼 그 능력과 지도력을 인정받고 있다.
2023년 4월 배 원장은 친환경 미래 혁실 기술 선도, 공정하고 투명한 서비스 운영, 품질경영을 통한 고객만족 제고를 품질방침으로 선언했다. 품질 목표 접수 4445건 달성, 매출목표 130억 달성, 부정성적서 발급 제로, 고객만족도 90점 달성에 진력하고 있다. 비전으로는 지속적인 역량개발과 대내외 상호협력을 통한 전문적이고 숙련된 리더십으로 미래 기술을 선도하며 기업과 함께 성장을 해 나갈 것으로 정했다. 조선해양 기자재 산업 국제 경쟁력 제고와 친환경 조성해양기자재 글로벌 파트너를 미션으로 정하고 또 리더십, 전문성, 숙련도, 역량개발 협력, 미래선도, 동반성장을 조직의 핵심가치로 정하고 조선해양기자재 연구를 통한 해양선진국 도약에 노력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은 지난달 13일 경남매일신문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지속가능한 조선해양기자재 기술개발과 연구성과, 우수기업 홍보 등을 나서기로 하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또 지난 7월 말 해상에서 위급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신속한 구조를 위해 구명조끼 착용과 구조신호 발신 장치인 'SOS 구조버튼누르기' 챌린지 동참, 조명기기 분야 KS 인증 시험위탁기관 지정 등 KOMERI의 존재성 부각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