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위변제액 작년 2배 사상 최대
수출은 호황 내수는 바닥 수준
창원 상남 상인 "이런 불황 처음"
추석 준비 시장 시금치 등 품귀
"자영업체 줄도산이 역대 최고 수준이다." 빚을 갚지 못하는 경남지역 소상공인들이 급증하고 있다. 경기 침체와 고금리의 늪에 빠진 소상공인들의 지급 여력이 한계에 달하면서 주요 상가 공실률이 늘고 폐업도 속출하고 있다.
자영업 불황은 고금리, 인플레이션 등에 따른 내수 부진 탓이 크다. 지난해 경남에서 폐업신고를 한 사업자가 5만 3000명에 이른다. 지난 2022년 4만 7300명, 2021년 4만 6350명 등 매년 수직 상승세다. 이 같은 수치는 2006년 통계 집계 후 가장 많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에 따른 대위변제액도 급등하고 있다. 경남신용보증재단에 따르면 2021년 320.9억 원, 2022년은 286.2억 원으로 줄었다가 2023년에는 1037.8억 원으로 크게 올랐다. 특히 지난 5월 말 현재 798억 원의 대위변제액을 기록, 올해는 지난해보다 2배나 많은 변제액의 기록이 예상된다.
경남 도내 방산 등 특정한 생산 업체 수출은 '호황'이라는 표현을 쓸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잘 나가고 있지만, 내수는 바닥을 모르는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수출 온기가 내수로 흘러들 것이라는 낙관적 기대와는 달리 시간이 지나면서 내수 침체의 골은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수출 증가율은 1위인데 낙수 효과는 없다. 15개월 연속 파란불에도 내수로 이어지지 않는다. 지난 2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전기 대비 1.4% 떨어졌다. 지난 2021년 3분기(-1.6%) 이후 11분기 만에 최저치다. 실질 GNI가 감소했다는 것은 국민들의 경제 여력이 그만큼 줄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내수 침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또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1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실질 흑자액은 월평균 100만 9000원으로 1년 전보다 1만 8000원(1.7%) 감소했다. 2022년 3분기부터 올해 2분기 가계 흑자액은 8개 분기째 줄고 있다. 2006년 가계동향이 공표된 뒤로 역대 최장기간 감소다.
자고 나면 문을 닫는 가게가 이어지는 게 현재 상황이라는 창원 상남시장 A 업체 대표 김 모 씨 (54)는 "불황이라 해도 이런 불황은 처음이다"라며 "무대책이 상책인 것 같다"고 말했다. 추석 대목을 앞두고 취재진이 찾은 창원 상남시장 상인들은 올해 유난히 더운 날씨로 작황이 좋지 않아 대부분의 채소 가격이 오른 가운데 특히 차례상에 빠지지 않는 시금치 등은 품귀현상을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이 때문에 가격이 폭등한 채소류의 경우, 소비자들이 매입을 꺼리는 바람에 상인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그는 "3만~4만 원 하던 시금치(상품) 4㎏이 지금은 40만 원이 넘는다. 상태가 안 좋은 못난이 시금치도 18만 원"이라고 말했다. 또 "1㎏에 7000~8000원 하던 미나리는 현재 2만 원으로 2배 넘게 올랐다. 이렇다 보니 채소를 안 사거나 소량으로 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 소비자는 "추석 장을 보러 시장에 왔다가 채소 가격이 급등한 것을 보고 올 추석 나물은 안 할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자영업 폐업률은 9.5%에 달해, 10곳 중 한 곳꼴로 폐업한다. 3월 말 현재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이 1.52%로, 1년 새 0.53% 증가했다. 특히 다중 채무자이면서 저소득인 취약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10.2%에 달했다.
상인회 관계자는 "고물가·고금리에다 내수 부진까지 지속되며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연쇄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관행적인 지원 방식에서 벗어나 소비를 진작하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부채 상환 기간을 연장하는 등 선제적이고 과감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