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금 역사전쟁 중이다. 외적으로는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역사 침탈에 맞서 싸우고 있으며, 내적으로는 주류 강단사학과 민족사학이 치열한 내전(內戰)을 치르고 있다.
현재의 전황을 살펴보자면 지난 100여 년간 치렀던 역사전쟁의 양상이 국지전이라면 지금은 전면전이다. 또 이전에는 견해를 달리하는 양측 진영이 학자들 중심으로 논쟁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면, 지금은 역사에 관심을 가진 일반 국민들도 이 전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그동안 필자가 연구하는 분야는 가야불교를 비롯한 가야사 정도였다. 그런데 최근 가야와 관련된 임나(任那) 문제를 다루다 보니, 광개토태왕릉비와 진경대사탑비까지 연구의 영역이 확장되었다.
사실 임나 문제를 처음 대두시킨 당사자는 일본육군 참모본부였다. 일제는 한반도를 침략하기 위한 정한론(征韓論)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1882년 '임나고'와 '임나명고'를 출판하면서 '임나는 가야다'라는 <임나가야설>을 조작해 냈다. 그런데 정작 심각한 문제는 해방된 지 79년이 지난 지금까지 가야사 주류사학계는 일제가 던져준 프레임에 갇혀 그들의 학설을 맹종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일제는 '한반도 침탈'이라는 악의적인 목적을 위해 가야를 임나로 둔갑시켰다. 그러나 여기에는 많은 문제가 있기에, 민족사학 측은 식민사관으로 점철된 임나사를 걷어내고 원래의 가야사를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해방 후에도 일제의 식민사관을 청산하지 못한 가야사 주류사학계는 오늘날까지 가야와 임나가 같은 나라라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
그럼 과연 임나가 가야라는 주장이 사실일까? 식민사학자들이 근거로 제시하는 문제의 고대사서 '일본서기'에는 임나가 자그마치 215회나 등장한다. 따라서 여기에 등장하는 임나에 대한 설명이 한반도의 가야와 일치한다면 임나는 가야가 맞다. 그런데 만약 여기에 나오는 임나에 대한 묘사가 한반도의 가야와 일치하지 않으면, 임나는 일본 열도에 있었거나 아니면 기록은 허구로 보아야 한다.
임나에 대해 처음 기록된 곳은 임나의 위치를 말하고 있는 그 유명한 <숭신 65년 조>의 기사이다. 여기에는 「65년 가을 7월 임나국이 소나갈질지를 보내 조공을 바쳤다. 임나는 축자국으로 이 천여 리 가고, 북쪽은 험한 바다이며, 계림의 서남쪽에 있다.」 여기에서 뒤 구절인 임나의 위치에 대한 부분은 학자들 간의 다양한 주장이 있기에 차치하고, 먼저 앞 구절에 나오는 "65년 가을 7월 임나국이 소나갈질지를 보내 조공을 바쳤다"라는 곳을 보자. 이 부분은 임나에 대한 첫 구절인데 결론을 말하자면 그 시작부터 완전히 틀려버렸다. 왜냐하면 숭신 65년은 서기전 33년인데, 이때 가야는 아직 건국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실은 가야가 이로부터 75년 후인, 서기 42년에야 건국된다는 사실이다. 가야라는 나라도 없는데 어떻게 '소나갈질지'라는 인물을 왜에 보내 조공까지 바친단 말인가.
그럼 임나에 대한 두 번째 기사는 사실일까? 다음의 <수인천황(垂仁天皇) 2년 조> 기사에는 임나와 신라의 사이가 나빠진 원인을 말하고 있다. 「이 해에 임나 사람 소나갈질지가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선황(先皇) 시대에 건너와서 그때까지 돌아가지 않았던 것이리라. 천황은 소나갈질지를 후하게 대접하고 붉은 비단 100필을 내려 임나왕에게 보냈다. 그런데 도중에 신라인이 이를 탈취해 버렸다. 두 나라의 싸움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라고 나온다. 하지만 수인 천황 2년은 서기전 28년으로 가야가 건국되기 70년 전이다. 그리고 임나가 가야라면, 임나 즉 가야와 신라가 비단 100필 때문에 서로 싸웠다고 하는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물론 이 당시 신라는 이미 나라를 세운 지 30여 년이 지났다.(신라, 서기전 57년 건국) 하지만, 문제는 서기전 28년 즉, 수인 천황 2년인 이때도 가야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가야라는 나라가 없는데 어떻게 신라와 싸울 수 있단 말인가. 또 가야와 신라가 비단 100필 때문에 갈등이 시작되었다는 황당한 이야기는 사실, 일본 열도내의 소국인 가야의 분국 임나와 한반도 신라의 분국(分國)으로 열도에 있는 신라 간의 다툼으로 보면 어느 정도의 가능성은 있다. 만약 그게 아니라면 그냥 한낱 소설에 불과하다.
이후의 기록들도 살펴보면 일본 열도의 임나라면 모를까, 한반도 임나라면 거들떠볼 필요조차 없는 기사들뿐이다. '임나 한반도설'의 진실은 간단하다. 고토회복을 목적으로 일제가 만든 거짓 학설이다.
대저 역사학이란 시간과 공간을 기록하는 학문이다. 그런데 가야사 주류사학계는 사실을 말하는 우리의 기록을 뒤로하려 한다.
언제까지 바보들의 행진이 계속될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역사를 지키려는 시민사학자들과 깨어나는 국민들로 인해 그들의 역사 장사도 이제 급격한 사향길로 가고 있음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완전히 곪아 터져야 새살이 나고, 중한 병도 나으려면 명현현상이 있게 마련이다. 지금 겪는 역사전쟁은 우리 역사가 바로 서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 가야 할 과정 중 하나이다.
도명은 앞선 질문에 답을 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