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이 2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다음 달 2일 넷플릭스 영화 <전, 란>(감독 김성만)으로 영화제 문을 연다. 개막작 <전, 란>은 박찬욱 감독이 제작과 각본에 참여했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인 <전, 란>은 양반 가문의 외아들 종려(박정민 분)의 몸종 천영(강동원 분)의 이야기다. 친구이기도 했던 두 사람이 오해로 원수가 되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러나 천영이 집안 노비들이 일으킨 난의 주동자라고 오해를 하면서 두 사람의 운명은 엇갈린다. 천영은 의병으로, 종려는 왕의 호위무사로 왜란을 겪은 뒤, 두 사람은 마침내 맞붙어 서로에게 칼날을 겨눈다. 차승원, 김신록, 진선규, 정성일 배우까지 호화 배역진이 만들어 내는 캐릭터들의 조화도 매력적이다. 종종 숨기지 않고 본능처럼 튀어나오는 박찬욱식 유머 코드가 재미있고, 굵직한 갈등과 대결의 국면으로 설계해 낸 이야기도 긴장감이 넘친다. 무엇보다 시종일관 박력 있게 부딪치며 나아가는데, 그 박력이 매력적이라고 한다.
개막작 <전, 란>은 다음 달 2일 오후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영화제 첫날 밤을 밝힌다. 넷플릭스 영화는 그동안 영화제에 상영되기도 했으나 개막작 상영은 올해 영화제가 처음이어서 OTT의 영향력이 커져가는 추세를 반영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박도신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은 "<전, 란>의 개막작 선정은 작품 자체를 본 것이고, 관객이 얼마나 즐길 수 있는지 감안했다. 넷플릭스 영화라고 해서 제외하거나 하는 것은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영화제 개막을 한 달 남짓 남겨둔 지난 3일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회는 부산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로 29회를 맞은 이번 영화제 개막작을 비롯한 주요 행사 내용을 공개했다. 박광수 영화제 이사장, 박도신 영화제 집행위원장 직무대행, 김영덕 아시아콘텐츠 & 필름마켓 위원장,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가 참석한 기자회견은 새로운 영화제의 출발에 대한 설렘을 내비쳤다.
지난날 쓰나미와 같은 일련의 사태로 방향을 잃었던 조직과 영화제는 새 인물로 새롭게 단장해 어려움 속에서도 다양하고 양질의 프로그램을 꾸려 당당히 영화제를 소개했다. 올해 영화제는 지난해 209편의 상영작에 비해 약 8% 늘어난 224편을 상영하는 저력을 보였다. 국고보조금이 지난해의 절반으로 줄었지만 자체 재원 조달을 늘려 아시아 최고 영화제다운 규모를 지키고자 노력한 결과로 보여진다. 상영 편수 증가에 맞춰 영화진흥위원회 표준시사실을 상영관으로 추가 확보하기도 했다. 10월 11일까지 열흘간 열리는 BIFF는 영화의전당, CGV센텀시티,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등 7개 극장에서 열린다. 공식 초청작 63개국 224편과 함께 BIFF가 자랑하는 관객 중심의 문화축제인 커뮤니티비프 상영작 55편을 합하면 모두 279편이 상영된다.
박광수 이사장은 "국고보조금이 지난해 비해 절반가량 줄었지만 자체 재원 조달을 늘려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다운 규모를 지키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 박 이사장과 영화제 집행위원회의 모든 임직원이 BIFF 위상 사수에 고민하고 노력한 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올해 BIFF는 연꽃에 비유된다, 진흙 속에서도 아름다운 꽃을 피운 핀 연꽃의 우아한 자태처럼 2024 BIFF는 어려움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위상을 지키는 대견함을 보였다. 문득 고 강수연 배우가 떠오른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는 그의 당찬 목소리는 영화예술에 대한 자긍심의 표현이었고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올해 BIFF는 아름다운 영화인을 추모하는 장으로 승화한다,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에는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선정됐다. '특별기획 프로그램'에는 미겔 고메스 감독을 조명하고, '10대의 마음, 10대의 영화' 프로그램에는 <해피엔드> 등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아시아 10대 청소년 성장영화를 만난다. '고운 사람, 이선균'은 지난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고 이선균 배우의 대표작을 상영한다. 영화 <파주>, <우리 선희>, <끝까지 간다>, <기생충>, 유작인 <행복의 나라>까지 선보이며, 배우 이선균의 깊이 있는 연기 세계를 조명한다. "권력을 갖되 사람은 죽이지 말라"는 그의 대사가 떠오른다. 한국영화공로상을 건넨다.
7주년인 커뮤니티 BIFF와 4주년인 동네방네 BIFF는 키워드를 각각 '미래'와 '잇다'로 정하고 참여자 모두가 영화인이라는 이름 아래 하나로 잇고 묶는다. 김동호 전 BIFF 이사장을 조명한 다큐 <영화 청년, 동호>도 상영된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가 아시아 최초로 AI체험부스를 개설한다. 즐길 거리가 더욱 풍성한 BIFF가 다시 세계가 사랑하는 영화축제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