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령, 함안 등 중부경남 지역에 소고기국밥이 퍼져 있는 이유는 합천 등 경남 내륙의 산지에서 의외로 질 좋은 우육이 생산되기 때문이기도 하고, 함안의 경우 도항동에 역사가 오래된 우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함안의 경우 함안읍과 가야읍 두 군데에 옛날부터 쇠고기 국밥촌이 형성될 정도였는데, 1970년대까지만 해도 함안 오일장이 서면 사람들로 북적거렸다고 한다.
소불고기나 소고기국밥 말고도 선짓국에 국수를 말아 먹는 선지국수 등도 아주 맛있다.
소고기국밥은 서민들의 애환이 깃든 소울푸드라 하겠다. 농촌에서 농사일을 하다가 5일장에 잠시 짬을 내어 시장에 와 필요한 물건도 사고 반갑게 지인들도 만나는 농민들이나 봇짐 지고 전국을 떠돌던 장꾼들도 어김없이 모여들어 물건을 많이 팔았거나 싼값에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사서 기분이 좋아지면 그들은 어김없이 장터 국밥집으로 모이기 마련이다.
옛날 의령군청 앞에도 유명한 소고기국밥집이 있었는데, 이미 고인이 되었지만 이봉순 할머니가 한국전쟁 휴전 직후인 1940년대 후반부터 소고기국밥 장사를 시작했다. 처음은 5일마다 서는 장날에 시장에다 전(廛)을 펴고 쇠고기국에다 밥을 말아 팔았는데, 소문이 꼬리를 물어 의령 5일장(3일, 8일)의 명소가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집은 역대 대통령 두 분이 다녀가셨다고 해서 더 유명해졌다. 1978년 12월 22일 고 박정희 대통령은 의령읍 내 중동리에서 거행된 곽재우 장군 유적 정화 기념비 제막식에 참석했다가 당시 정해식 경남지사와 이 집에 들러 소고기국밥을 드셨다고 한다. 재미있는 일화는 대통령을 수행해 온 검식관(檢食官)들과 경호원들이 들이닥쳐 국밥 검식을 하다 이봉순 할머니한테 혼쭐이 났다고 한다.
그 후 남해고속도로 공사 현장을 시찰하면서 두 번이나 다녀가 '대통령 국밥집'이라고 시골에서 소문이 나기도 했다. 그런데, 이 두 식당은 그 지역의 지명을 쓰지 않고 다른 지명을 쓰고 있었다. 1940년대 후반부터 의령 5일장에서 그냥 국밥집으로 장사를 하기 시작하였는데, 6·25전쟁이 끝나고 난 후 읍사무소에 국밥집 영업신고를 하기 위해 갔는데, 상호가 없다고 하니 읍장이 "예를 들어 ○○식당 이렇게 지으면 됩니다"라고 했는데, 이봉순 할머니가 그대로 써넣어서 지금의 종로국밥집이 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장날에만 소고기국밥 장사를 했었는데, 장날에 길가에 가마솥을 걸어놓고 있으면 시장에 온 사람들이 국밥을 먹기 위하여 박스나 합판 같은 걸 깔고 앉아서 국밥을 받아서 먹었던 시절이 있었다.
함안의 국밥은 소고기, 선지, 콩나물, 무 등을 듬뿍 넣고 끓여낸 소고기국밥이고, 한우사골, 양지, 사태 등을 아낌없이 넣어 뽀얗게 우러날 때까지 육수를 낸다. 여기에 신선한 선지와 콩나물, 무를 넣고 얼큰하게 끓여 내는 게 함안식 소고기국밥이다. 의령국밥은 시골에서 기른 누렁소 중에서 황소를 직접 골라 양지와 갈빗살, 뱃살을 삶아 수육과 국밥으로 차려 내는데, 이곳 소고기국밥의 특징은 기름기가 없는 소의 양지 살을 찢어 국밥 위에 얹고, 국물은 소의 뱃살로 우려낸다는 점이 다르다. 소의 뱃살로 국물을 오래 우려내야 소고기국밥 특유의 구수한 깊은 맛이 배어난다고 한다.
국밥은 아무래도 적은 양의 고기를 이용해 무나 콩나물, 대파 등 채소를 넣어 물을 넉넉히 잡아 여럿이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옛날부터 5일장의 장터에서 장에 나온 장꾼들의 요깃감으로 최고인데, 옛날에는 양지와 갈빗살, 뱃살 등을 몇 시간씩 가마솥에 넣고 고움을 한 후 고기는 건져 쭉쭉 결대로 찢거나 썰어 놓고, 나머지 뼈와 건지는 솥에 넣고 계속 끓이다가 손님이 오면 뚝배기에 밥과 고기를 올린 후 가마솥에 끓는 국물을 뚝배기에 부었다 내렸다 하는 것을 토렴이라고 한다.
토렴이라는 말은 염전에서 소금을 만들기 위해 바닷물을 넣었다 뺐다 하는 퇴염(退染)에서 비롯된 말이다.
쇠고기는 일상적으로 섭취할 수 있는 동물성 단백질 가운데 가장 질 좋은 단백질이다. 보통 몸 근육을 만드는 고기하면 닭가슴살을 많이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쇠고기가 단백질이다. 아미노산 함량도 높을뿐더러 근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크레아틴까지 풍부하게 갖고 있기 때문에 닭가슴살보다 더 좋다. 일제강점기 조폭들은 싸워서 부상을 입으면, 고기를 얇게 저며서 상처 부위에 붙여 치료했다는 이야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