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명 회원 구성… 국적·출신 다양
정책 심포지엄·대정부 정책 건의 예정
맘프 연계 수출상담회 개최 계획
전원주 협회 창립준비위원장
"이주기업인들 공로 평가 받는 시대"
이철승 경남이주민센터 대표
"이주기업인 사회적 기여 공적 평가"
'코리안 드림'의 상징 한국이주기업인협회가 창설돼 한국 다문화사회 '다이나믹 경제'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지난달 28일 오후 7시 창원시 마산회원구 힐스카이웨딩&컨벤션 9층에서 '한국이주기업인협회 창립총회 및 회장 취임식'이 열렸다. 이날 압둘 자바르 마샬라트레이딩인터내셔날(주) 회장, 최충경 경남사회대통합위원회 위원장, 전원주 한국이주기업인협회 창립준비위원장, 차규근 국회의원, 나빌 무니르 주한파키스탄 대사, 우리비 주부산 중국총영사관 총영사권한대행, 신종우 경남도 복지여성국 국장, 조영완 창원시 경제일자리국 국장, 이철승 경남이주민센터 대표, 강재현 맘프추진위원장, 안성진 맘프추진위원장,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 정유진 경남매일 관리이사 등 내외빈 15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전원주 한국이주기업인협회 창립준비위원장의 진행을 중심으로 한 개회선언, 내외빈 소개, 전원주 창립준비위원장의 경과보고, 각 나라 국기를 향한 국민의례, 회장 추대, 회장 취임사, 박완수 경남도지사·차규근 국회의원·나빌 무니르 주한파키스탄 대사·유리 페이 부총영사·최충경 경남사회대통합위원회 위원장 축사, 감사패 전달, 집행부 소개, 신종우 경남도 복지여성국·강재현 맘프 추진위원장·조영완 창원시 경제일자리국 국장의 건배사, 폐회 선언, 만찬회 등 순서로 진행됐다.
협회장은 참석자들의 추대에 따라 압둘 자바르 마샬라트레이딩인터내셔날(주) 회장이 선출됐다.
'코리안 드림'의 상징인 압둘 자바르 회장은 오래전 한국으로 건너와 헌 옷 도소매, 국제 유통을 통해 부를 거머쥔 인물이다. "이주기업인들은 낯선 한국 땅에서 고생을 겪으며 기업을 만들고 키웠으며, 눈물도 많이 흘렸다"고 강조하는 그의 강렬한 한마디에 녹아있는 부분에서 알 수 있듯이 압둘 회장은 산전수전 다 겪으며 한국에서 성공했다. 현장에서 그는 앞으로 한국에 정착하는 동료 및 형제들이 자신이 겪었던 고난을 두번다시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한국 내 외국인과 이주기업인의 권익 향상을 위해 힘쓸 것을 다짐했다. 압둘 회장은 취임사에서 "한국인과 함께 한국 경제에 이바지한 우리가 한국에서 당당하게 대접받을 수 있도록 저 압둘 자바르가 회원 여러분들을 이끌어 가겠다. 여러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고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임원진 또한 압둘 회장과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 부회장 중 중국 상하이 출신 시레이 대표는 지난 2000년 전후 산업연수생 신분으로 한국에 건너와 갖은 고생을 겪고, 자동차 개조용 발광다이오드(LED) 광원 제품 생산 기업 '브라비오'와 송로버섯 유통기업 '치코'를 창업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이외 또 다른 부회장 중에서는 직원 50~60명에 연간 매출액 150억 원 이상을 올리는 등 누구나 부러워할 '성공'을 이룬 사람도 있다.
회장 취임사 이후 박완수 경남도지사의 영상 축사가 이어졌다. 박 지사는 "여러분들은 한국 사회의 일원이며, 지역경제를 지탱하는 없어서는 안 될 동반자"라고 하며 "앞으로의 밝은 미래를 위해, 한국 사회의 경제적 역동성을 위해 힘을 합쳐나가자"고 격려했다. 이어서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서 오랜 시간 근무한 '외국인 정책 전문가' 차규근 국회의원은 영상 축사에서 "오늘 국회의 일로 인해 참석하지 못해 참으로 아쉽다"며 "다문화사회로 진입한 한국에서 이제는 그 누구도 차별받는 일 없이 모두가 동등한 한 명의 사회 구성원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여러분이 그동안 누구보다 고생한 것을 알고 있으며 앞으로 저는 여러분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어서 경남스틸 회장, 대한적십자사 중앙위원, 창원상공회의소 회장 등을 역임한 한편 이번 협회 창설에 큰 역할을 한 최충경 경남사회대통합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협회 창립이 경남이 글로벌화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이주기업인 여러분들이 그 누구보다 앞장서달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나빌 무니르 주한파키스탄 대사는 "파키스탄 사회는 한국 사회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하며 "한국이 세계로 나아가는 힘은 바로 다양성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오늘 협회 창설이 한국의 다양성을 더욱 빛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라고 전했다.
축사에 이어 감사패 전달식이 진행됐다. 감사패는 다문화사회에 대한 기여의 공을 인정받아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이 받았다. 이규용 연구원은 '조선 블록업체에 고용된 숙련 이주노동자의 노동 경험', '우리나라 저숙련 이주노동자 지역분포 현황과 특성' 등 그동안 이주민과 관련한 수많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주노동자의 권익 신장을 위해 두 발로 뛰고 있는 활동가다. 한국이주기업인협회는 이규용 연구원의 그간의 노고에 감사하며 감사패를 전달하는 한편 그를 협회 고문으로 임명했다.
● 한국이주기업인협회란?
국내 이주기업인들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23년 기준으로 전체 등록외국인은 250만 7584명이며, 이중 기업투자와 무역경영에 종사하는 외국인은 1만 77명으로 전체의 0.4%에 이른다. 그러나 국내에서 활동하는 이주기업인들은 정보 부족, 국적에 따른 차별, 법과 제도 등의 장벽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전원주, 이철승, 이규용, 최충경 등 국내 활동가를 비롯한 이주기업인들은 한국 내 외국인과 이주기업인 등의 권익 신장과 이익 보호 등을 위해 지난 2월 경남이주민센터에서 창립준비위원회를 열고 협회 창립 논의를 해왔다.
그동안 이주민과 관련한 노동조합 등의 단체는 있었지만 이주기업인들의 손으로 협회가 창설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압둘 회장은 "우리 이주기업인들이 어려울 때 의지할 수 있는 수단은 사실상 많지 않다. 우리의 목소리를 한국 정부에 전달할 수 있는 단체 혹은 제도 등의 수단이 필요했다"고 협회 창설 이유의 핵심을 말한다. 이러한 협회 창립 의도 아래에서 한국이주기업인협회는 한국 내 다양한 국가 출신의 회원을 모집하고, 협회 규약을 정하고, 중소기업벤처사업부에 협회를 등록하고, 누리집을 개설하는 등 철저한 준비를 했다. 이 창립 준비 과정에서 경남이주민센터의 큰 도움을 받았다.
한국이주기업인협회는 파키스탄, 몽골, 베트남, 중국 등 8개국 출신 124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협회다. 협회 회원들은 수십 명의 직원을 거느리는 중견기업 대표부터 소상공인에 이르기까지 제조, 서비스, 여행, 자영업 등 여러 범위에서 종사하고 있다. 두바이에 업체를 운영하는 회원도 있고, 수출유공 국무총리상 수상자도 있다. 유학생, 이주노동자, 산업연수생, 결혼이민자 출신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국적과 출신으로 구성돼 있다. 비록 각자 하는 일은 달라도 이들 이주기업인들을 하나로 묶어 목소리를 내는 단체가 한국이주기업인협회다.
협회 본부는 창원시 의창구 명서동에 두고 지부는 서울에 두기로 했다. 원래 많은 이주기업인이 거주하는 서울에 협회 본부를 둘 예정이었으나, 다수의 이주노동자가 거주하는 경남의 '글로벌' 도약을 위해 논의를 거쳐 창원시로 정했다. 여기에는 전원주, 이철승, 이규용, 경남이주민센터 등 한국 관계자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앞으로 협회는 국내 기업인과의 교류, 회원 역량 강화 교육, 대정부 정책 건의, 정책 심포지엄, 이주기업인 경영활동 지원, 문화 다양성축제 'MAMF(맘프)' 연계 수출상담회 등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른바 이주기업인을 위한 '상공회의소'와 마찬가지다. 이 부분에 있어 향후 한국이주기업인협회와 창원상공회의소 간의 협력이 예상된다. 창원상공회의소의 한 관계자는 "두 단체는 상공인과 기업에 대한 지원과 권익 향상을 위한다는 목적에서 유사한 점이 많다"고 하며 "앞으로 더욱 긴밀한 교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협회 창설에 그 누구보다 노력을 기울인 이철승 경남이주민센터 대표 겸 협회 고문은 "이주기업인 중에는 낯선 한국 땅에서 내일 위해 힘들게 일하며 생애를 보낸 분들이 많다"며 "이주기업인들은 한국인과 마찬가지로 한국 사회에 큰 공적을 올리는 사람들이다. 이제 우리는 그들의 사회적 기여를 공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최소한 내국인 기업가와 동등하게 대우받는 것이 이주기업인들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또 전원주 창립준비위원장은 "국민 경제의 한 축으로 기여해 온 이주기업인들의 공로가 정당하게 평가받는 시대가 왔다"는 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