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의회가 잘 못 돼도 한참 잘못돼 가고 있다. 7, 8월 두 달을 허비한 채 후반기 의장단을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전국 지자체 중 원구성을 못 한 곳은 거제시의회가 유일하다. 민의의 전당 시의회의 위상이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후반기가 심히 걱정이다. 의원들만 망신을 당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비난이 고스란히 거제 시민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모를 리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그 뻔뻔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이 같은 파행의 첫 단초는 여야 동수 8대8이라는 구성에서 출발했다. 전반기는 의장을 국민의힘이, 후반기는 더불어민주당이 맡는다는 이면 합의였다. 일종의 여야 뒷거래다. 여기서 의장 욕심이 컸던 윤부원 의원이 자당의 신금자 의원과도 같은 조건의 합의서를 작성했다. 결국 윤 의원은 만장일치로 의장에 당선됐다.
후반기 의장단 구성은 이 합의를 믿고 신 의원도, 야당도 후반기 의장을 기대한 것으로 까발려졌다. 윤부원 의장이 후반기 출마를 공언하면서 소문으로 무성하던 뒷거래가 까발려지고 당사자들의 반발에 의한 반발로 이어진 꼴이다. 이 과정에서 여당은 일단 교황식 선거 1차 다수 득표자에게 2차 투표에서 밀어주는 것으로 합의서를 작성하면서 신금자 의원과의 이면 합의는 일단락시켰다.
야당은 자당과 후반기를 약속해 놓고 자기들끼리도 이면 합의서를 작성했다며 여당을 압박했다. 이 와중인 지난달 31일 제9차 본회의에서 여당은 야당 측의 무소속 김두호 의원 등원을 성공시킴으로써 개회를 이뤄내 신금자, 김두호 의원을 의장, 부의장으로 선출했다.
이 결과는 순풍은 아니더라도 상임위 구성까지는 될 것으로 전망되는 분위기였다. 이번에는 여야 모두 엇박자 행보. 야당은 아예 등원을 거부하고 여당도 일부 의원마저 거부하는 바람에 또다시 파행으로 치달았다.
여야 대표 의원 협의를 계기로 28일 상임위원장 선출에 들어갔다. 무소속 양태석 의원이 운영위원장으로 뽑혔다. 양 의원은 9표를 획득했다. 야당에서도 한 표를 얻었다. 이 결과를 놓고도 야당은 수긍은커녕 의장석을 점거해 농성에 들어가 또다시 파행 정국을 만들고 있다.
한 마디로 여당은 집권당의 능력을 잃은 상태에서 야당은 발생하는 상황마다 발목을 잡고 늘어진다. 여당은 의장, 부의장을 뽑아놓고, 개회 가능한 의원 정족수를 확보하고도 지리멸렬이다. 아예 연락도 끊은 채 다수가 잠수를 탔다. 자당의 의장을 조리 돌림하는 경우는 거제시의회 역사상 초유의 사태다. 서일준 지구당 위원장이 차기 공천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될 문제다.
8대8 여야 동수 구성은 현실적으로는 야당이 불리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전반기는 부의장과 상임위 1석을 확보했다. 후반기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각각 1명의 무소속이 발생했다. 양당 성향의 무소속이 여당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판세 변화가 생겼다.
야당이 무조건 전반기처럼 몰아붙일 수 없을 것으로 밖에서는 오래 전부터 전망했다. 야대 여소는 몰라도 현 정국에서는 무리 임을 알아야 한다. 여당이 의장을 뽑아 놓고도 4명이나 청강서를 내고 불참할 때라도 등원했으면 상임위 2석 만이 아니라 3석 전석도 가능했다. 싸움은 실린데 애초부터 전력 상실이었다. 애초 정상적인 승부로는 한 석도 건질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렸기 때문이다. 운영위원장 선거에서도 야당은 표를 지키지 못했다. 7명이 6대1로 분산됐다. 자당 출신 무소속 의원의 협조를 끌어내지 못하고 후반기 선거를 맞은 것이나, 후반기 자리를 이면 합의했다는 것 자체가 자가당착이다. 엄연히 교황식 선거가 원칙임을 모를 리 없음에도 냉큼 이면 합의를 받아들였단 말이다.
서로 불의한 행위를 하고서도 양화를 구축하는 꼴을 서슴없이 자행하고 있다. 내로남불의 극치를 보여준다. 이런 자세로 무슨 행정사무 감사, 추경안 등이 가능할까. 집행부의 최소한 팀장이면 행정의 달인이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아직도 2년의 임기가 남았다. 의회 안에서 싸움이 모두가 아니라 집행부와 맞짱 뜰 수 있는 능력이 먼저라는 것을 판단할 때다.
의회 운영비 등 시민의 혈세가 투입된다. 50일을 소화하는 회기를 마음대로 소모하고, 의원실에는 나왔는데 등원은 안 하고, 정말 거제시의회 의원들이 하는 행위가 정당한가를 이제 시민들이 점검해야 할 때다.
이제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은 없다. 정상을 되찾는 결단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