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04 06:59 (월)
국수(國手) 노사초 선생 정신 깃든 고장서 '바둑 전쟁' 치른다
국수(國手) 노사초 선생 정신 깃든 고장서 '바둑 전쟁' 치른다
  • 장영환 기자
  • 승인 2024.08.28 23: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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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제105회 전국체육대회·제44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각 시·군 개최 종목 둘러보기
─함양군 바둑

10월 12~13일 고운체육관서 개최
국수 노사초 선생 한국 바둑 원류
함양 바둑협회 중심 체전 진행 예정
박종욱, 서수경 등 막강전력 우승 유력
'바둑의 고장' 부흥 위해 적극 나서야
전초전 8월 31일 노사초배 바둑대회
이번 전국체전에 참여하는 경남 바둑팀이 다함께 바둑 수를 연구하고 있다.
이번 전국체전에 참여하는 경남 바둑팀이 다함께 바둑 수를 연구하고 있다.

오는 10월 개최되는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준비로 경남이 들썩이고 있다. 경남 전역이 전국에서 방문할 손님맞이로 분주한 가운데 명물 '지리산'과 '상림공원'에 유림의 얼을 담고 있는 서부경남 '선비의 고장' 함양군도 가만히 있지 않는 모습이다. 고장 별명처럼 가지런히 그리고 묵묵히 체전을 향한 기반을 닦는 데 여념이 없다. 오는 10월 12~13일 함양 고운체육관에서 개최되는 '바둑'은 이러한 함양군의 '선비같음' 성격을 잘 살린 선정 종목이다.

체전 종목 바둑이 개최되는 함양읍 백연리에 소재한 고운체육관은 지난 2000년 함양군에서 40억 3700여만 원을 들여 건립한 체육관이다. 부지 면적 1만 2450㎡, 건축 면적 2249㎡, 인원 약 3500명이 수용 가능하다. 이곳에서는 전국장사씨름대회, 전국실업검도대회, 전국초등학교 태권도대회 등 각종 규모 있는 대회가 개최된 바 있다. 현재도 다양한 대회가 개최되고 있으며 그중 가장 돋보이는 대회는 단연 오는 31일부터 이틀간 개최되는 '노사초배 전국바둑대회'다. 안병명 함양군 체육회장에 따르면 노사초배 대회는 체전의 '전초전'이라고 한다. 안 회장은 "이번 대회는 '바둑의 본고장'에서 펼쳐지는 '소리 없는 전쟁'의 서막이 될 것"이라고 하며 "이 대회를 거친 후 체전의 날 전국 수많은 '강호'가 맞붙는다고 생각하니 매우 설렌다"고 말한다.

유영붕(왼쪽) 함양군 바둑협회장이 반상 위의 한 수를 고민하고 있다.
유영붕(왼쪽) 함양군 바둑협회장이 반상 위의 한 수를 고민하고 있다.

▲ 한국 바둑의 본고장 함양

한국 프로바둑의 개척자 국수(國手) 조남철, 한국 바둑의 세계무대 진출 선봉장 전신(戰神) 조훈현, 끝내기로 바둑 패러다임을 전환시킨 석불(石佛) 이창호, 난전과 수읽기로 세계를 제패한 '쎈돌' 이세돌,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읽기로 한국 바둑을 다시 한번 세계 정상에 등극시킨 '만인의 저승사자' 신진서 등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한국 바둑 '정상'의 계보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그 시작점은 함양군 지곡면 출신의 '순장(巡將)바둑의 국수(國手)' 노사초 선생에 이른다. 전국을 유람하며 호방한 전투바둑을 즐긴 노사초 선생은 당시 순장바둑이 퇴조하던 때 일본으로부터 들어온 현대바둑을 함께 두며 일본 기원의 조남철, 오청원 등 세계 최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한국 바둑의 거목이다. '조선 최고의 국수'로서 구한말 바둑계를 평정한 그의 유산이 지금의 신진서 9단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 계보가 함양군을 '한국 바둑의 고향'으로 만들었다.

함양군의 바둑 관심은 뜨겁다. 올해로 17회를 맞이하는 '노사초배 전국바둑대회'가 그 하나의 예이다. 오는 31일부터 이틀간 개최되는 노사초배 전국바둑대회는 노사초 선생의 숭고한 바둑정신을 기리고 계승하는 대회다. 이 대회는 전국 바둑인들이 함께하는 축제이기도 하다. 안병명 함양군체육회장에 따르면 이번 대회에는 전국 각지의 바둑선수 및 동호인 등 650여 명의 바둑인들이 고운체육관에 모인다. 참여 선수들은 개인전 5개 부문, 단체전 3개 부문 총 8개 부문에서 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안 회장은 "이틀간 국내 프로기사들의 기념 대국과 지도기, 지도 다면기 등 즐거운 이벤트로 바쁠 예정"이라며 많은 관심을 부탁했다.

대회뿐만이 아니다. 함양군은 노사초 선생을 기리기 위한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는 중이다. 최근 진병영 군수는 노사초 국수 기념관, 바둑 체험장 등 건립사업 예정지를 방문해 사업 추진현황을 직접 점검했다. 기념관과 체험장 등을 노사초 선생의 생가와 사적비 등과 연계한 '관광상품'을 만들어 함양군을 명실상부한 '바둑의 고장'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진 군수는 "함양군은 노사초 선생의 얼과 정신을 기리는 고장이다"며 "함양군에서 바둑의 대중화와 저변확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함양군 바둑협회에서 회원들이 바둑 삼매경에 빠져 있다.
함양군 바둑협회에서 회원들이 바둑 삼매경에 빠져 있다.

▲ 함양군 바둑협회에 가다

지난 25일 함양군 함양로 1137에 위치한 바둑협회에 들어서자 동호회원 20여 명은 이른 아침부터 바둑 삼매경이었다. 기자가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자 이용재 전무가 반겨준다. 여러 인사치레보다는 한 두수 둬 보는 것이 빠를 것 같아 지도를 부탁해 봤다. 1국은 한집 승리, 2국은 20집 패배였다. 바둑은 돌의 행마와 전투 등을 통해 상대방의 의도와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독특한 게임이다. 제1국에서 기자를 '탐색'하며 '맞춰주는' 바둑을 두던 이 전무는 2국에서 가차 없이 전투를 걸어왔다. 실리바둑을 선호하는 기자는 전투를 피하고 대마 살리기에 급급하다가 결국 중앙 부분에 큰 집을 내줘 패했다.

100여 명의 동호회원이 있는 함양군 바둑협회는 함양군, 나아가 경남 바둑 보급화의 '선봉대'이다. 이곳에서 협회원들은 작은 대회를 열거나 노사초 선생과 관련한 이벤트를 개최하거나 함양군과 인근 시군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는 등 '바둑의 고장'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 이번 전국체전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협회원들은 한국 바둑, 나아가 함양군 바둑에 큰 자부심을 지니고 있다. 이용재 전무는 "한국 스포츠 중 15억 인구의 대국 중국과 강대국 일본을 이기고, 나아가 세계를 선도하는 것은 많지 않다.

이 작은 나라에서 이창호, 이세돌, 신진서 같은 '스타'가 나타나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며 "이들 바둑의 원류가 바로 이곳 함양군에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함양산삼팀이 내셔널바둑리그를 우승하는 등 함양 바둑의 명맥은 프로와 아마 두 영역에서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바둑으로 함양군의 명예를 크게 드높일 수 있어 기쁘기 그지없다"고 밝혔다.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이 전무는 "바둑만큼 돈이 안 들고, 인성, 인지력 등을 키울 수 있는 스포츠도 없다"며 "함양군 아이들을 위해 방과후 바둑교실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전국체전은 함양군이 '바둑의 고장'으로 도약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라고 하며 "도민과 국민은 물론이고 경남도와 군에서도 많은 관심과 지원을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체전은 '바둑의 본고장'에서 펼쳐지는 '소리 없는 전쟁'의 서막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안병명 함양군체육회 회장.

▲ 전국체전 바둑, 주목할 만한 점은

전국체전 바둑은 전국의 강호들이 아마 바둑 '천하'를 노리는 자리다. 이 자리에 경남은 총 11명이 출전하며, 이들은 고등부, 일반부(남), 일반부(여), 혼성페어에 각각 참여한다.

경남의 전력은 막강하다. 모두 쟁쟁한 선수들이지만 그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선수로는 남자는 박종욱·백운기 선수가, 여자는 조은진·서수경 선수가 있다. 현 주니어 랭킹 4위 박종욱 선수는 부산시장배 아마최강부 4강(2024), 문경새재배 아마최강부 우승(2023) 등의 기록이 있으며, 주니어 랭킹 2위 백운기 선수는 이창호배 전국최강부 우승(2024), 노사초배 아마국수부 준우승(2023), 3·15의거배 전국바둑대회 최강부 우승(2023)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랭킹 3위 조은진 선수는 노사초배 여성국수부 16강(2023), 대통령배 여성부 준우승(2023), KBF리그 8승 1패(2023) 등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고, 아마 랭킹 1위 서수경 선수는 이창호배 시니어여성 준우승(2023), 노사초배 여성국수부 우승(2023) 등 현 한국 아마 여성 바둑계 '최강'이다. 이중 백운기·조은진·박종욱 선수 등은 지난해까지 KBF 바둑리그에서 함양산삼팀에 소속해 활약했다.

박삼열 경남 바둑팀 감독은 "팀으로 활동한다는 것은 바둑을 함께 연구하고 실력을 키워 '조직력'을 갖췄다는 것"이라고 하며 "올해 전국체전 주최도시 경남에서 화합을 발휘해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이러한 막강 전력을 살펴보면 경남 바둑의 전국체전 '쟁패'는 유력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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