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5 14:53 (화)
절 고기 수사화와 가사어
절 고기 수사화와 가사어
  • 경남매일
  • 승인 2024.08.27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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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조선 후기의 학자 오주(五州) 이규경(李圭景, 1788∼1856)이 지은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 지리산변증설(智異山辨證說)에 가사어(袈裟魚), 수사화(水梭花)가 나온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이덕무(李德懋, 1741∼1793)가 지은 '한죽당섭필(寒竹堂涉筆)', '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에 "지리산 속에 연못이 있다. 그 위에 소나무가 죽 늘어서 있어 그 그림자가 언제나 연못에 쌓인다. 못에는 물고기가 있는데 무늬가 몹시 아롱져서 마치 스님의 가사(袈裟)와 같으므로 이름하여 가사어(袈裟魚)라고 한다. 대개 소나무의 그림자가 변화한 것이다. 잡기가 매우 어렵다. 삶아 먹으면 능히 병 없이 오래 살 수 있다고 한다." 소나무의 그림자가 변화한 송영변어(松影變魚)로 불리는 가사어(袈裟魚)는 상상어(想像魚) 같지만 점필재 김종직(金宗直, 1431~1492)의 시(詩)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달공사 아래에 있는 수사화는 붉은 지느러미에 얼룩 비늘, 맛 또한 좋아라."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 지리산변증설(智異山辨證說)에서 운봉현(雲峰縣)에 있는 달공사(達空寺)에서는 고기(魚)를 수사화(水梭花, 물속에 있는 베 짜는 북처럼 생긴 꽃)라 부른다고 기록하고 있다.

점필재 김종직의 시나 오주 이규경의 글로 볼 때, 수사화(水梭花)는 가사어(袈裟魚)와 같은 물고기일 가능성이 높다.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 함양군 조 용유담(龍遊潭) 기사를 보면 '용유담(龍遊潭) 군 남쪽 40리 지점에 있으며, 임천 하류이다. 담의 양 곁에 편평한 바위가 여러 개 쌓여 있는데, 모두 갈아놓은 듯하다. 옆으로 벌려졌고 곁으로 펼쳐져서, 큰 독 같은데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기도 하고, 혹은 술 항아리 같은데 온갖 기괴한 것이 신의 조화 같다. 그 물에 물고기가 있는데 등에 가사(袈裟) 같은 무늬가 있는 까닭으로 이름을 가사어(袈裟魚)라 한다'.

지방 사람이 말하기를, "지리산 서북쪽에 달공사(達空寺)가 있고, 그 옆에 저연(猪淵)이 있는데 이 고기가 여기서 살다가, 해마다 가을이면 물 따라 용유담에 내려왔다가, 봄이 되면 달공지(達空池)로 돌아간다. 그 까닭으로 엄천(嚴川) 이하에는 이 고기가 없다. 잡으려는 자는 이 고기가 오르내리는 때를 기다려서, 바위 폭포 사이에 그물을 쳐 놓으면 고기가 뛰어오르다가 그물 속에 떨어진다"고 한다. 달공은 운봉현 지역이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이긍익(李肯翊, 1736~1806)이 찬술한 조선시대의 사서(史書) '연려실기술(燃藜室記述)' 별집 제16권, 지리전고(地理典故) 산천의 형승(形勝)에 '북쪽에 영원동(靈源洞)·군자사(君子寺)·유점촌(鍮店村)·벽소운동·추성동(楸城洞)이 있는데 모두 경치 좋은 곳이다. 산골물이 합쳐서 임천이 되고, 흘러 내려가서 용유담(龍游潭)이 된다. 용유담의 양쪽에는 바윗돌이 편평하게 깔리고 겹쳐 쌓였는데 다 갈아 놓은 것 같다. 가로 놓이기도 하고 옆으로 펴지기도 하였다.

어떤 것은 큰 장독을 닮았는데 그 깊이는 바닥이 없고, 어떤 것은 술단지 같기도 하여 천 가지 만 가지로 기기괴괴하다. 물속에는 가사어(袈裟魚)라는 물고기가 있다. 물은 군(郡)의 남쪽 25리 지점에 이르러 엄천(嚴川)이 된다. 시내를 따라 올라가고 내려가면 개천과 돌의 경치가 매우 기이하다.' 범패(梵唄)를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전한 진감선사(眞鑑禪師, 774∼850)가 쌍계사(雙磎寺)에 머물면서 우리 실정에 맞는 범패를 연구하던 중 섬진강 물속에서 헤엄치고 있는 물고기의 모습을 본 따 우리나라 범패의 음계를 정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생물학자 최기철(崔基哲, 1910~2002) 선생은 '민물고기를 찾아서'란 책에서 가사가 탐(貪), 진(瞋), 치(痴)의 욕심을 버렸다는 표시로 승려들이 빨간색의 세 띠를 어깨에 걸치는 의복이라 하고, 물고기에 빨간 줄 셋이 있고 상류로 회유하는 물고기는 황어뿐이라며 가사어의 정체를 황어의 일종으로 추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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