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6 06:04 (수)
반딧불이 오솔길을 밝히듯
반딧불이 오솔길을 밝히듯
  • 경남매일
  • 승인 2024.08.26 2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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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경 BD 파트너스 이사
이도경 BD 파트너스 이사

대한민국이 존재함에 잊을 수 없는 날을 꼽으라고 한다면 8·15 광복절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직접 경험하지 않은 우리 세대는 역사 속의 이야기로만 전해 들었다. 기록에 이름조차 거론되지 않은 독립운동가를 비롯하여 숱한 위인들의 희생으로 보존되어 온 대한민국 아닐까.

광복의 그날이 있기까지는 가족을 떠나 머나먼 이국땅에서 생과 사를 넘나들었던 그분들이 있었다. 초를 다투는 긴박함 속에서 조국을 되찾겠다는 그 일념은, 하나뿐인 목숨을 지키는 것보다 우선이 되었다.

흔히들 말한다. 외국에 나가면 모두 애국자가 된다고. 그 말의 의미는 각기 다를 수 있겠지만 타국에서 느끼는 우리나라에 대한 애정에는 뭔가 다른 느낌이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필리핀을 다녀왔다. 그때 다시 한번 느꼈다. 우리나라만큼 살기 좋은 나라는 없다는 것을. 필리핀 국민들을 보아하니 일년 내내 후덥지근한 기온에 익숙해서인지 사람들의 성향이 느긋하다. 이에 비교한다면 우리나라의 국민들은 급하고 빠르기로 세계적 평가가 A+ 수준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그러한 부분이 장점으로 부각되기도 하고 단점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이러한 성향 또한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적 영향을 받은 덕분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1년을 네 개의 계절로 나누어 놓으니 계절마다 각기 참 바쁘니까 말이다. 겨울은 봄을 기다리느라 발돋움을 하고, 봄은 오자마자 여름 준비로 떠나기 바쁘다. 또한 여름은 뜨거운 열정으로 풍성한 가을 준비로 희망에 들떠 있다. 이에 국민성도 바쁜 계절에 순응하느라 급하고 빠른 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사계절의 뚜렷함, 천혜의 혜택을 누리고 사는 대한민국 국민임에 어깨가 으쓱해졌다.

광복절날 방송 채널에서 유일한 박사의 생전의 업적을 조명했다. 밖으로는 조국의 독립을 위해, 안으로는 조국의 교육사업에 헌신했다. 그 당시 운영하는 기업의 수익은 독립운동 자금의 원천이 되었다. 상속재산에 대한 그분의 유언은 길이길이 회자되고 있다. 모든 재산은 국가의 교육사업에 환원하고 손녀의 교육자금 1만 달러만을 남기고 떠나셨다. 가진 자는 가진 것의 편리함과 유익함을 알기에 더 갖고 싶어 갈망하지만 유일한 박사의 가치관은 부와 생명도 삶의 1순위가 아니었다.

존경하는 분 중 또 다른 한 분은 한국 최초의 의료보험 조합인, 청십자 의료보험조합을 설립하여 운영하신 한국의 슈바이처 장기려 박사이다. 그분에 관한 일화가 많지만 가슴을 울리는 내용 하나가 유독 기억에 남아있다. 병원에 계실 때 돈이 없어서 퇴원을 못 하는 환자에게 어두운 밤에 잠겨있는 병원의 뒷문을 열어 몰래 내보낸 이야기는 모든 이의 가슴을 울린다. 어디 이뿐이겠는가. 가난하여 치료도 제대로 못 받는 자들을 위해 의술을 베풀다 가신 지금의 인산가 김일훈 선생님 또한 비슷한 분이시다. 지금은 차남인 김윤세 선생님이 대를 이어가고 있지만 살아생전 돈 한 푼 받지 않고 무료로 환자를 치료해 주신 분이다. 수입이 없다 보니 월세를 못 내 6개월마다 주인집에서 쫓겨나 가족과 함께 수없이 이사를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오고 있다.

우리 국민의 DNA는 그 어느 국가와도 비교될 수 없이 훌륭한 것 같다. IMF 위기 때 온 국민의 금 모으기에 동참하는 것만 보더라도 이만한 국민성을 가진 나라가 얼마나 있을까.

인류애로 희생하며 봉사하신 그 분들께 8·15 광복절은 어떤 울림일까. 이 땅의 흙 한 줌, 풀 한 포기, 가시 속에서 온전히 자신을 보존하며 피어있는 찔레꽃 한 송이조차도, 위대하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소중한 생명조차도 조국의 광복 앞에 기꺼이 반딧불 같은 존재가 되어주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하나둘 모여 오솔길을 비추었던 반딧불. 그 빛은 오솔길에서 신작로로 이어지는 길을 비추고 더 나아가 포장도로를 만나게 하는 초석이 되었다.

모든 것이 풍족하다 못해 넘쳐나는 이 시대에 사는 지금은, 기업을 운영하며 직원들의 소득을 챙겨주는 기업가들이 애국자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받은 급여로 국가에 세금을 내고 자녀를 길러내고, 가정을 유지해 나간다. 그로 인해 소비가 일어나고 기업은 재생산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도미노 현상을 만들어 내고 있는 곳이 기업이기 때문이다.

국가를 사회주의 국가와 자유주의 국가로 나누어 본다면 나는 지금 자유민주 국가의 국민임에 스스로 감동한다. 반딧불이 되어 자유민주 국가를 유산으로 물려주신 그분들께 그 어떤 단어로도 감사를 표현할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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